의료계, 비상계엄 이은 탄핵 정국에 의대증원 백지화 총공세
정책 변화 세몰이...일각에선 지나친 낙관론 경계
[의약뉴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런 비상계엄 선포 뒤를 이은 탄핵 국면에 의료계도 총공세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2025년 의대정원을 포함한 의대증원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선 탄핵국면에도 정부이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 4일 정부의 의료농단 저지 및 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형욱)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지를 요구했다.
이어 8일에는 전공의들과 의대교수들이 서울 각처에서 집회를 열어 정부를 규탄하고 윤 대통령 퇴진과 의료정책 원점회귀를 촉구했다.
계엄령의 직접 피해자인 전공의들은 혜화 마로니에 공원에 모였고, 교수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 집결해 시위를 진행한 후 윤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매헌 윤봉길 의사기념관까지 행진했다.
이처럼 의대 증원 철회를 촉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냉철하게 현 상황을 주시해야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만약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다면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 정부와 여당은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국민들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 어느 정도 변화가 있겠지만, 현 사태를 수습할만한 능력있는 사람이 없다”고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놨다.
특히 “복지부 입장에서는 지금의 의료개혁에 변화를 주면 자신들의 자리가 위태로워지는데 변화를 주겠는가”라며 “만약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도 의대 정원 증원은 숫자의 차이만 있을 뿐, 의료계가 원하는 정도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의개특위 등에서 논의됐던 여러 개혁안들에 대한 추진 속도가 늦춰질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논의된 사항을 없던 것으로 할 순 없기 때문에, 의료계에서도 현재까지 논의됐던 개혁안 중에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등 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대 정원 문제도 마찬가지로, 내년도 의대생을 뽑아버리면 끝”이라며 “다 취소되거나 철회될 것이라 생각하면 현 상황을 너무 편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잠시 중단됐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모 시도의사회장도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으로 대화의 주체가 사라졌는데,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만한 상황은 지금까지의 의료정책이나 의료개혁을 밀어붙인 윤석열 대통령이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의견을 절충할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지적했다.
실례로 “만약 대통령이 탄핵되면 민주당 정권이 들어설 텐데, 그 정권에서 의대 정원 문제를 해결해줄 테니 공공의대를 받으라고 요구하면 어떻게 할 건가”라며 “한 마디로 의료계에 유리한 국면은 없다"고 피력했다.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의료계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선, 전략적 접근과 국민을 향한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의료개혁을 몰아붙이던 주역이 대통령이었으니, 원인이 해소되면 정부의 태도도 달라지지 않겠냐는 것은 합리적 예측”이라며 “결국은 중요한 건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 인식인데, 현 정부에서 의사를 처단 대상으로 본 건 헛소리란 것에는 동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들이 의사를 계엄 피해자로 보는지, 정서적 공감대가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다만 탄핵이 실현된다는 가정 아래 탄핵 이후 바뀌는 부분에 의료계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 담길 수 있겠느냐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물결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탄핵 이후에도 기존 방향 그대로 관철시키려 하진 않을 것으로 보지만, 탄핵 여론이 젊은 의료인들을 과연 동지로 볼 것인지, 그 연대가 약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회적 연대 부분이 항상 의료계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사항이었는데, 탄핵 정국에서도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조 수석은 “당장 의대정원 문제만 봐도, 의정 사이에 촉발된 갈등이 의대정원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라며 “정부가 하려는 개혁안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포함된 것인데, 의대 정원 문제로만 치환해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학사 일정은 이미 진행됐고, 설령 정치권에서 어떤 결정을 한다고 해도 전체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정 가능성은 있겠지만, 의료계가 주장하는 전면철회 가능성은 낮을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에 “의료계 내부에서 더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국민과의 접점을 만들어내고, 전달할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의료계 주장대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지, 무턱대고 다끝났다고 본다면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