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배상, 부분 배상 위한 실체법적 접근 필요”
서종희 교수, 의료법학회ㆍ대법원 공동학술대회...기회상실론, 프랑스 등에서 적용 중
[의약뉴스] 의료소송을 포함한 소송은 승소해야지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All of Nothing’으로 이뤄져있지만, 최근 들어 ‘부분 배상’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실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의료법학회와 대법원은 최근 ‘의료소송에서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종희 교수는 ‘의료사고에서의 기회상실론에 대한 재고 – 비교법적 검토를 수반하여’란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기회상실론은 피해자에게 발생한 최종적인 결과가 아니라, 그 결과를 피할 수 있었던 가능성을 상실한 것을 손해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으로, 프랑스 등 다수의 국가에서 논의가 계속돼 왔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의료사고와 관련해 의사의 진료행위와 기회상실로 인한 손해의 발생과의 인과관계론과 밀접히 연결돼 재평가되고 있다.
서 교수는 “기회상실론에 대해 대륙법계 국가 중 프랑스 및 벨기에는 적극적인 반면, 독일법계 국가인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선 부정적”이라며 “국제적으로 논해질 때 프랑스어로 주로 표기되는 등, 기회의 상실에 대한 개념은 프랑스 내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프랑스 판례는 가해자의 과실과 피해자에 발생한 최종적인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의 증명이 곤란한 경우 기회의 상실을 손해로 파악, 인과관계의 개연성에 따른 부분적 배상은 인정해 피해자를 구제한다”며 “다만 프랑스에서도 기회의 상실에 대한 반대 주장이 존재하며, 남용에 대해서는 항상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기회상실론은 가해행위와 최종적인 악결과 간의 인과관계 증명에 의한 해결보다 사태 해결에 적합하면서 공평한 분담을 도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며 “인과관계의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책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부분적으로 책임을 지워 잠재적 가해자에게 적절한 행위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손해액 산정에 있어 잘못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최종적인 악결과가 아닌 ‘기회’라는 중간 과정을 다루기에 문제의 본질을 간과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서 교수는 만약 기회상실론을 수용할 경우, 구조 설계와 사정 범위에 있어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법에서도 기회의 상실이 제약없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판례를 통해 현실적이고 중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요청을 읽어낼 수 있다”며 “침해이익의 종류에 따라 배상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가능한데, 인신과 관련한 기회의 상실은 배상 대상이 되더라도, 순수경제손실의 성질을 가지면 배상이 부정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회상실론은 손해 발생의 리스크를 파악하기에, 손해발생의 리스크가 발생하면 그 시점에서 즉시 부분적 배상을 인정하는 거라 오해하기 쉽다”며 “프랑스에서는 손해를 입을 리스크에 피해자를 노출시킨 경우엔 과실에 의한 리스크 창출로 파악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회의 상실과 리스크의 창출은 구별하기 어렵지만, 구별 자체는 프랑스 학설상 일반적으로 승인되고 있다”며 “피해자에게 최종적인 악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기회가 확정적으로 상실되지 않은 이상, 기회의 상실에 의한 배상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서 교수는 기회상실론의 대체방안으로 증명도 하향과 증명책임 전환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인과관계 증명이 곤란해 부당한 결론이 도출되는 경우, 취할 수 있는 방책은 증명도의 하향으로, 스위스 및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에서 실제 이뤄져 왔다”며 “다만 이로 인해 실현되는 것은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는 손해에 대한 전액배상으로, 부분배상에 의한 해결을 도모하는 기회상실론과는 결이 다르다”고 밝혔다.
또 “인과관계의 증명책임 전환은 독일의 의료사고에서 많이 실천되고 있는데, 가해자는 인과관계의 부존재를 증명, 책임을 면하게 된다”며 “이 역시 인과관계의 증명이 곤란하다는 점에서 반대 증명 역시 어려운데, 결국 가해자 측에 전액배상을 하게 되어 적합한 해결이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