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쇼닥터, 의료계 자율 규제에 맡겨야”

김윤 의원 발의 법안에 반대...“거짓 정보 판단기준ㆍ범위 규정 불가”

2024-12-03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의협이 쇼닥터 방지법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쇼닥터란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의사들을 일컫는 말로, 이는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김윤 의원.

대한의사협회(회장 직무대행 강대식)는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쇼닥터 방지법 세 건(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ᆞ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ᆞ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방송에 출연해 건강관리에 관한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1년의 범위에서 면허 효력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은 그 위반 여부를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또한, 약사법 개정안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방송 등을 통해 건강관리에 관한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1년의 범위에서 면허 효력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고, 보건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그 위반 여부를 모니터링 하도록 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프로그램에서 건강ㆍ의학ㆍ약학 정보에 관한 거짓 정보 제공 여부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관계부처 및 관련 단체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김윤 의원은 “의료인이 방송이나 매체에서 잘못된 의학 정보를 제공해 국민을 현혹하는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일부 부도덕한 쇼닥터로 인해 다수 의료인이 비난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에선 반발이 잇따랐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판단 주체에 의문을 제기한 것.

대한내과의사회 이정용 회장은 “김 의원이 쇼닥터 등에 대해 자격정지 1년에 처한다는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취지 자체는 좋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이에 대한 판단을 누가 할 것인지가 문제로, 판단 주체는 의료계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각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통해 정리된 의견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에 제출했다.

의협은 “의료인이 방송 등에 출연해 건강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의료인의 정보 제공은 존중돼야 하고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적 보호가 필요하다”며 “법안과 같이 처분 근거인 ‘건강관리에 관한 거짓 정보’의 정의가 모호하고 판단기준이 불명확한 상황 등에서 규제가 가해질 경우 의료인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학은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는 학문으로, 연구 결과에 따라 새롭게 의미가 부여되거나 기존 정보의 오류가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며 “섣불리 거짓 정보라고 판정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의학이라는 학문의 속성상 적절하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법령에 거짓 정보의 판단 기준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거짓 정보 여부를 판단하는 주체가 자의적으로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며 “심지어 거짓 정보라고 판단해 의료인에게 면허정지와 같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의료인을 지나치게 불확실한 지위에 놓이게 하는 문제도 있다”고 강조했다.

의학정보 관련 거짓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개별 사안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고, 의학 및 과학의 발달에 따라 근거 수집ᆞ검토ᆞ전문 분야에 대한 의료전문가의 자문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의협은 “이 사안은 법안과 같이 법적 제재로 해결하는 것보다 의료인 전문가 단체에 자율징계권을 부여해 내부적으로 자정하고 문제발생을 예방ᆞ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궁극적으로는 독립적인 의료인면허관리기구를 별도 신설해 면허 전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지난 2015년 쇼닥터에 대한 자정활동을 위해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같은 해 10월 개최된 세계의사회(WMA: World Medical Association) 총회 안건으로 상정돼 최종 채택, 국제적 기준으로 격상돼 있다.

의사 방송 출연 가이드라인의 기본원칙은 ▲의사는 의학적 지식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의사는 시청자들을 현혹시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의사는 방송을 의료인, 의료기관 또는 식품ㆍ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다 ▲의사는 방송 출연의 대가로 금품 등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아서는 아니 된다 ▲의사는 의료인으로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