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의연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 걸음마 단계, 정부 지원 필요"
ERAS 활성화 원탁회의 개최...“한국형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의약뉴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범사업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7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과 함께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 ‘국내 수술 후 회복 향상 프로그램(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ERAS) 도입ㆍ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ERAS는 수술 자극에 대한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줄여 수술 후 회복을 향상하기 위한 ‘근거중심’의 개별 의료행위들을 환자의 수술 전, 중, 후의 치료 및 관리에 참여하는 여러 의료진으로 구성된 ‘다학제팀(multidisciplinary team)’이 ‘다중적(multimodal)’으로 제공하는 수술환자 치료 및 관리의 새로운 개념이다.
보의연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다수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확인됐다.
하지만 2023년 대한마취통증의학회와 대한외과학회가 보건복지부에 ERAS 시범사업을 제안하는 데 머물러, 실제 환자 진료에는 적극적으로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번 원탁회의에서는 가톨릭대 의과대학 이인규 교수가 ERAS의 도입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ERAS는 외과의사, 마취과의사, 재활의학의사, 영양사, 간호사, 약사, 운동처방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 협력하는 치료로, 환자의 회복을 증진해 조기 일상 복귀가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기본적으로 수술하게 되면 환자의 모든 부분에서 기능이 떨어지고, 수술 후 천천히 회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에는 수술하면 무조건 쉬었다면, 이젠 어떻게 하면 환자들을 더 많은 활동을 하고 회복하게 하느냐로 치료의 개념이 바뀌었다”며 “수술 전 최대한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수술 이후에는 떨어지는 기능을 최소화하면서 회복을 돕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로 최근 다양한 연구에서 ERAS 프로그램 시행이 입원기간을 단축시켜 의료비 절감의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을 감소시키고 수술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한편, 예후까지 향상시켰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ERAS를 하기 위해선 많은 인력이 필요하고, 관련된 모든 직종이 관련 지식을 공유해야 한다”며 “전통적인 치료방식과 다르기에 허들이 높고,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병원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야 하기에 넘어야할 장애물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ERAS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ERAS 순응도가 높을수록 합병증, 증상, 재입원율, 사망률, 입원기간 등 모든 부분에서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병원은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야 움직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ERAS 활성화는 어렵다"고 역설했다.
시범사업이나 수가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한 병원 전체의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서울의대 박도중 교수는 국내 ERAS의 현황과 실적, 그리고 향후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박 교수는 “ERAS를 가장 많이 적용하는 분야는 대장항문과 위장관 분야인데, ERAS를 알고 있는 의사는 70% 정도 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긴 의사는 30% 내외”라며 “위암 분야에서 ERAS 적용 여부를 연구한 사례를 보면, ERAS를 알고 있는 비율은 70% 정도 되지만, 실제 시행은 33% 정도”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한국형 가이드라인이 중요한데, 현재 ERAS에 대한 외국의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우리나라 보험 체계 및 의료현실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아닐 수 있다”며 “ERAS에 대한 프로토콜이 만들어지면, 각 기관에 얼마만큼 도입할 수 있는지, 다학제 팀을 구성해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선 시범사업 등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어느 특정한 사람에게 ERAS를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수술 환자들에게 ERAS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배홍철 사무관은 “ERAS 프로그램 논의는 오래됐지만, 지난해 보험급여과에 온 이후에 논의가 없었다”면서 “시범사업을 하기 위해선 평가지표가 필요하지만, 이를 복지부에서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학회 쪽에서 만들어야 현장에 맞는 지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상자들에게 어떻게 시행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정부도 지원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