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제제 간접수출, 제조업무정지 처분은 과도"

대전지법, 대전식약청 행정처분 취소 판결, ...“재량권 일탈ㆍ남용”

2024-11-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보툴리눔 제제를 간접수출을 이유로 한 6개월간의 제조업정지 처분은 과도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간접수출은 약사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만,지나치게 가혹한 제재를 부과했다는 판단이다.

▲ 보툴리눔 제제를 간접수출한 제약사에 내려진 6개월 제조업무를 정지 처분을 법원이 취소했다.

대전지방법원은 최근 A제약사가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사는 지난 2020년 1월경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B의약품에 대한 수출용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아 관련 제품을 제조했다.

이 가운데 식약처는 지난 2022년 10월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게 이 업체가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40회에 걸쳐 국내 무역상을 통해 72억 918만 7000원 상당의 B의약품 53만 8360개를 간접수출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해 무허가 의약품을 제조ㆍ판매했으며, 국가 출하미승인 의약품을 판매한 내역이 확인됐다고 통보했다.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 업체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간접수출을 목적으로 국내 수출업체에 B의약품을 양도했다고 판단, 제품 회수, 폐기, 잠정 제조중지, 과징금 부과 처분에 이어 2달 뒤, B의약품의 품목허가를 취소하면서 6개월간 제조업무를 모두 정지하라는 처분을 추가로 내렸다.

이에 더해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도 A사에게 6개월간 제조업무를 모두 정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A사는 소송으로 맞섰다.

A사는 “약사법은 판매와 수출을 구분하고 있고, 판매는 약사법의 규율 대상이지만 수출은 약사법의 규율 대상이 아니다”라며 “B의약품은 국내 수출업체(의약품 무역상)를 통한 소위 간접수출 방식으로 수출했는데, 간접수출은 약사법 규율대상인 판매가 아니라 수출에 해당하기 때문에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식약처는 지난 2012년 6월 작성한 국가출하승인제도 질문집 등을 통해 수출용 의약품에 대해서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공적 견해를 표명했고, 여러 회사들이 간접수출 방식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수출했는데도 이에 대해 어떤 제재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피고가 간접수출을 국내 판매로 보아 처분을 한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고 항변했다.

특히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B의약품 뿐만 아니라 제조하는 모든 제품을 6개월 간 제조할 수 없게 됐는데, 이는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간접수출이 약사법 규율대상인 판매가 아니라 수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약사법은 약국개설자 등 법에 정한 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여기에서 말하는 판매는 국내에 불특정 또는 다수인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로,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A사가 의약품 수출의 주체가 되어 단지 수출절차를 대행해줄 뿐인 상대방에게 의약품을 무상으로 양도한 것이 아닌, 속칭 간접수출의 방식에 따라 국내 수출업체에 국내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는 수출이 아니라 의약품 판매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처분은 처분 사유가 존재해, 원고의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주장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식약처의 질문집의 경우, 의약품에 대한 간접수출의 경우를 특정해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국가출하승인과 관련된 일방적인 정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식약처가 해설서를 통해 수출용 의약품 또는 수출 목적 의약품이 직접 수출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을 넘어, 간접수출과 같은 국내 판매의 경우에도 국가출하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공적인 견해표명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전제조업무정지 처분이 가혹하다고 이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그동안 간접수출 방식의 보툴리눔 수출이 별다른 제재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는데도 행정기관이 감독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고,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A사의 귀책사유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다른 회수 및 폐기 명령 등으로 이 사건 의약품의 국내 유통을 막을 수 있어 추가적인 조치를 할 필요가 크지 않고, A사가 해외 매출을 위해 양도한 것이지 실제 국내에 유통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식약처로부터 처분권한을 위임받은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과 광주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B의약품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6개월간 전 품목에 대한 제조업무를 모두 정지했다”면서 “A사는 현재 54종류의 의약품에 대해 제조 및 판매ㆍ수출하고 있는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대부분 의약품을 제조하지 못하고, B의약품의 품목허가가 취소된다면 막대한 경제적 손해와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