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의사회 “전공의 없는 외과 연수강좌, 기피과의 미래”
연수강좌 전공의 참석율 저조...이세라 회장 “외과 현실"
[의약뉴스] 매번 성황을 이뤘던 사직 전공의 연수강좌가 외과의사회에서 처음으로 빈자리를 드러냈다.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전공의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으로, 현장에서는 정부의 필수의료 관련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3일, 의협 회관에서는 대한외과의사회(회장 이세라)가 주최하고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박근태)와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가 후원한 ‘외과 사직전공의를 위한 연수강좌’가 진행됐다.
사직 전공의를 위한 연수강좌는 지난 8월 4일 대한정형외과의사회를 시작으로 한국초음파학회, 대한임상순환기학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등 다수의 개원의사회가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외과의사회가 마련한 연수강좌는 ▲외과의사의 관점: 외과의사가 하는 지방흡입의 이론과 실제(외과의사회 민호균 보험이사) ▲유방외과의사가 알려주는 유방성형(외과의사회 신승호 학술이사) ▲개원의로서의 외과의사(외과의사회 조성일 총무이사) ▲비만수술의 미래 & 외상치료와 봉합의 기초(외과의사회 이성배 정책이사) ▲외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 외) 등의 주제로 구성했다.
그러나 통상 100여명 정도가 참석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 연수강좌에는 사전 등록이 50명에 그쳤고, 실제 참석한 인원은 25~30명에 불과했다.
외과 연수강좌에 전공의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한 사직 전공의(외과)는 “유방 갑상선 이외의 외과 초음파는 솔직히 거의 쓸데가 없다”며 “외과 의사가 초음파를 한다고 해서 먹고 살 수는 없고, 그 외에 무언가를 더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전공의들의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형외과나 내과 전문의들은 의원급에도 취업이 잘 되지만, 외과는 의원급으로 개원한 곳이 별로 없고, 외과 의원에서조차 외과 전문의들을 구하지 않으니 취직이 어렵다”며 “그러다 보니 사직 전공의들이 외과를 찾을 필요성조차 못 느끼는 것 같고, 무엇보다 기피과라는 이유로 쳐다보기조차 싫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수강좌를 준비한 외과의사회 이세라 회장 역시 기피과의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준 사례라 평가했다.
이 회장은 “외과를 포함한 기피과 전공의들을 만나면 초음파, 내시경, 통증, 피부미용에 대해 열심히 배우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기피과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연수강좌에 외과의사에게 물어보세요 Q&A 코너도 마련했는데, 관련 질문이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현상은 대한외과학회에서도 나타났는데, 450명 정도의 전공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과학회 학술대회에 참여한 전공의는 200명이 채 안 된다”며 “외과라는 기피과의 낙인이 전공의들에게 너무 깊이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 같은 정책으로는 이 같은 기피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기피과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외과에 와서 전신마취하고 수술할 것도 아니고, 봉직의로 2차병원에 계속 있을 것도 아니고, 교수직을 보장 받은 것도 아닌데다 다른 과에 비해 차별을 받는데 누가 관심이 있겠나”라며 “수술은 힘들어지는데 이에 대한 보상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니 기피과에서 하는 여러 의료행위가 필요한 환자들은 점점 더 소외되고,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이 이렇다보니 외과에서 전공의들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외과라는 이유만으로 찾지 않는 것”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 당국이 기피과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 근본적으로 해결해 기피과 전공의가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례로 그는 “교수가 될 수 있는 자리를 충분히 마련하거나, 경제적이나 건강상 이유로 근무하기 어려울때 지원을 통해 외과 또는 기피과가 다른 과에 비해 차별받지 않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강제지정제를 풀 수 없다면, 외과 전문의가 수술할 때 다른 과 전문의에 비해 200~300%의 할증을 책정한다면 된다"면서 "그러면 2, 3차병원에서 외과를 차별하고 고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잡으려면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하는데, 지금 정부는 헛발질만 열심히 하고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으니 해결될 리 없다”고 질타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외과 사직전공의 연수강좌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의협 임진수 기획이사는 “전공의들이 많이 참석한 타 과 연수강좌는 주로 통증 쪽으로,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 등 여러 과에서 참석했다”며 “다만 외과의 경우, 외과 전공의만 올 수 있다보니 차이를 보인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애초에 외과가 기피과라 전공의 수 자체가 적은 현실이 이번 연수강좌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인기과였고 전공의 수가 많았다면 외과만 듣는 연수강좌라 한들 많이 오지 않았겠나”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