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 우리생애 최고의 해(2008)-좋았던 옛 시절을 기대하며
[의약뉴스]
옛 애인을 만나면 기분이 어떨까. 헤어진 조건 등 여러 이유에 따라 묘한 기분이 들것이다.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씀.
혜경(김정은)의 경우는 전자인지 후자인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애매모호하다. 분위기로 봐서는 싫지 않은 것 같지만 승필(엄태웅)의 태도가 어쩡쩡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 길 가다가 우연히 만나지 않았다. 선수와 감독으로 모였다. 지시하고 지시를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어색한 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관객들은 경기외적인 것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둘이 어떤 관계로 연인이 됐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핸드볼과 엮였으니 매개는 운동이었을 터.
임순례 감독은 <우리생애 최고의 해>에서 이 둘을 헤어졌다 다시 만난 연인관계로 설정해 색다른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일본 실업팀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던 혜경은 어느 날 협회의 호출을 받는다. 올림픽 핸드볼팀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달라는 것. 그녀는 수락한다. 과거의 영광을 한 번 더 재현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다.
하지만 감독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어쨌거나 혜경은 얼마 남지 않은 올림픽을 위해 미숙(문소리), 정란(김지영) 등 노장을 끌어모은다. 이른바 신-구의 조합으로 한판승부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일은 순조롭지 않다. 조합은 완벽하기보다는 불협화음으로 끝나고 협회는 감독 대행을 해고한다. 날벼락이지만 어쩌겠는가. 권한은 협회에게 있는 것.
하필 후임으로 온 감독이 승필이다. 혜경은 슬프다. 바로 하루 전에는 감독이었다가 이제는 선수의 운명이다. 그것도 옛 애인 밑에서.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혜경은 뛰기로 작정한다. 승필은 유럽식 훈련방식을 고수한다. 체계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하지만 이 방법은 먹이지 않는다.
한국식의 끈끈한 정 같은 것이 없다. 특히 남자 감독은 여자 선수의 신체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설상가상으로 미숙이 무단이탈한다. 그녀의 남편은 빚에 쫓겨 도망 다니다 약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다.
어린 아들을 돌봐야 하는 미숙의 처지가 딱하다. 그런 그에게 혜경은 선뜻 돈을 빌려주고 둘은 과거 선수 시절 라이벌에서 이제는 둘도 없는 동지가 됐다. 승필은 이들의 영혼을 끌어모아 최고의 팀으로 만든다.
바야흐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온 것이다.
국가: 한국
감독: 임순례
출연: 김정은, 엄태웅, 문소리
평점:
팁: 헤어졌던 연인은 이후 어떻게 됐을까. 둘이 합쳐진다는 내용은 없지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서로의 눈빛과 대화가 그렇다.
넘을 수 없는 강처럼 보이는 간격이 어느 순간 조금씩 좁혀지기 때문이다. 선수 복귀를 걸고 감독과 선수가 산악 달리기를 하는 장면은 우습지만 둘의 관계를 짐작해 보는 대목이다.
애정사야 그렇다 치고 경기는 어땠을까.
다 알다시피 이 영화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배경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말이다. 영화에서 한국은 덴마크와 붙어 전후반 무승부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승부 던지기에서 패해 은메달이 머물렀다. 말장난이지만 금메달보다 값진 준우승을 한 것이다.
그때는 한국 핸드볼이 강자였다. 지금은 그러지 못해 아쉽다. 지난날의 환호를 재현할 수는 없을까. 두 번의 금메달과 세 번의 은메달, 한 번의 동메달의 기억이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