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대치에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 동력 상실
정치권 무용론 대두...의협, “정부 태도 변화가 핵심”
[의약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을 해소하기 위한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가 무용론에 휩싸이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양보 없는 대치가 협의체 추진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과 집행부는 24일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법제사법위원회)과 만나, 의료대란 등 의료현안들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의견을 나눴다.
임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자리를 떠난지 7개월이 지났으나 아직도 의료대란은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먄서 “이로 인해 환자들과 국민분들께서 많은 피해를 입고 계시며 의료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들 또한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무너져가는 의료 극복을 위해 의협은 앞으로도 국회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며, 국회에서도 의협의 소통 의지에 적극 화답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박준태 의원은 “국민건강을 위해 애쓰는 의료진의 노고와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의료계에 대한 국민 기대가 높은 만큼,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에 참여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이어가 주실 것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당이 의협을 향해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 참여를 당부하고 있지만, 정부와 의사단체가 각자의 주장을 반복할 뿐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상황이다.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 회동이 진행됐지만, 의대 정원 확대 등 시급한 현안은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당초 이번 만찬에서 2025,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한 당정 간 이견이 조율되고,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의 윤곽이 드러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지만, 상견례 성격의 만남으로 끝나면서 협의체 출범도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 구성이 지지부진하자 이를 처음 제안했던 정치권에서도 협의체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겠느냐는 무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만찬이 성과 없이 끝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위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만찬이 결국 빈손 만찬으로 끝났다”며 “국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기대했던 주요 현안인 의료대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의료계는 현재 의료진 부족과 과중한 업무로 붕괴 직전에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만찬에서 최소한 의료대란과 같은 긴급한 사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는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힐난했다.
이어 “국민의 고통과 불안을 외면한 채, 이번 회동이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은 정부 여당이 현 시국의 심각성을 외면한 것이고, 무책임하게 국민의 마지막 신뢰마저 저버렸다는 것을 뜻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한동훈 대표 스스로 ‘의료대란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고 말했지만, 윤 대통령을 만나 의료대란의 의자도 꺼내지 못했다"면서 "독대 자리가 아니면 말도 못꺼내는 여당대표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의협 역시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핵심이라면서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의협 채동영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약속을 지키리라는 확신이 없는데 협의체의 형태나 출범 시기를 논하는 건 의미 없다”며 “의료계가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에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수많은 합의를 하나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사실 어떤 협의체나 대책도 이미 늦었다”며 “의료대란은 현실이 됐고 앞으로 영구한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시기나 형태의 문제를 논하기보다는 합의한 약속은 지켜질 것이라고 현장이 신뢰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빠진 여ㆍ야ㆍ의 협의체도 정부를 압박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어차피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하거나 이뤄지지 않을 결과만 나온다면 결국 이용만 당하는 꼴이 될 것이란 인식이 의료계에 팽배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