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신장실 기준 강화, 진입장벽ㆍ수가 보상 고민해야”
대한투석협회 디너 심포지엄 개최..."기준 달성 시 보상, 기득권 인정 등 다방면 검토 필요"
[의약뉴스] 인공신장실 기준을 두고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준 강화가 새로운 진입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부터, 기준 달성과 수가 연동, 기존에 기준을 달성한 의사들에 대한 기득권 인정까지 여러 의견이 제시된 것.
대한투석협회(회장 이중건, 이사장 김성남)는 21일 더케이호텔에서 ‘회원을 위한 디너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의료계뿐 아니라 학계, 국회 등 다양한 전문가가 모여 투석 환자의 관리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하고 환자와 국민 입장에서 바라본 혈액투석 관리 기준을 논의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김성남 이사장은 “올해 의료계에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져서 무슨 내용의 토론회를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제까지 인공신장실 설치기준에 대한 이야기는 의사의 논리로만 진행했는데, 우리와 다른 각도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봐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이번 명제를 해결하는데 생각과 선택의 폭을 넓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주제 선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진 심포지엄에서 한림대 의과대학 이영기 교수는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인공신장실 설치 기준’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이 교수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해 말기신부전, 특히 혈액투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말기신부전 환자는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으로 생존율이 낮기 때문에 전문적인 질 관리가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 혈액투석 환자는 11만명, 복막투석 환자는 5000명, 신장이식 환자는 2만 2000명으로 총 13만명에 이르는데, 이는 10년 전에 비해 80% 이상 증가한 수치라는 것이 학회측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말기 신질환 발생률의 연평균 변화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여러 국가 중에서 2번째로 빠르게 증가했다”며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투석 환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인공신장실 시설과 운영 기준은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대한신장학회에서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했다.
이 연구를 통해 마련한 인공신장실 기준 권고안은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와 간호사를 둔다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의 자격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중 신장학회가 인정한 수련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의사로 하되, 정기적으로 관련 교육을 수료해 혈액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자격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말기신부전 환자 수와 진료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가 정책과 지원이 부족하다”며 “투석 환자의 전문적인 진료를 위해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인공신장실 시설 및 운영 기준에는 인력, 시설, 장비, 운영매뉴얼 및 감염관리 등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질병관리청에서 진행 중인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인 인공신장실 시설기준 계획은 감염관리 측면 외에도 투석 환자들이 안전한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준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전문인력과 적절한 기준이 우선되지 못한 투석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한 연구와 관련 단체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인공신장실 기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투석과 관련된 부분은 필수의료와 연관돼 있어 누적된 제도적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질 제고와 관련된 부분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는 영역이지만 다른 측면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며 “다른 한 편에선 진입장벽의 문제와 환자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설기준을 엄격하게 한다는 것은 보편적 상식으로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전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지만, 그와 별개로 기준을 높게 설정했을 때 환자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지 않냐는 고민을 할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선 필요성과 방향성에 공감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행정적, 재정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저항이나 반발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 적정 재원을 동원할 능력이 되는지 등의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조 위원은 “전문 자격을 의무적으로 표방하는 것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에 제안한 적이 있는데, 배제될 개연성이 있는 회원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난색을 표했다”면서 “그러나 이 정도 수준의 문제에 이르렀다면 투석협회뿐만 아니라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학회나 의사회 등과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저긍로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당 과목의 전문의가 해당 과목에서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합당한 보상을 받도록 하는 등 큰 틀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한 “기준 자격에 대한 기준들이 수가로 연동되는데, 환자 안전을 유도하는 것에 있어선 효과적이나, 재정이 따라갈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기준이 올라갔을 때 어느 정도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건지, 보상과 관련된 총액은 어느 정도인지, 현재 보험 재정 탄력성 안에서 수용가능한 지에 대해 살펴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지영건 교수는 “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가 누구인지, 그 부분을 의협이 동의할 것인지, 이 상황에서 국회나 정부에서 이를 고시로 만들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석협회가 하고자 하는 기준안은 크게 3가지로 기준, 인증제, 수가로 나뉠 수 있는데, 인증제는 국민이 현명한 판단을 한다면 실효성이 있겠지만, 이는 쉽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제도와 묶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실효성에서 문제가 있으며, 수가도 돈을 포기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강력한 기준안이 될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이에 “결국 협회 입장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기준인데, 이를 위해선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며 “가령 현재 투석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나, 개설한 의사에 대해 기득권을 인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다른 곳으로 이직하거나, 폐업 후 새로 개업했을 때는 새로 만들어진 기준을 따라야한다는 조건을 걸어야 한다”며 “이렇게 기득권을 인정하면서 진행하면 반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