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 참여 거부한 의협, 내부 갈등으로 곤혹
시도의사회장 회의에서 임현택-이동욱 언쟁...고소-사퇴 공방까지
[의약뉴스]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 8개 단체가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 참여를 공식 거부한 가운데, 의협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불거져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 등 의료계 8개 단체는 13일 의협회관에서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 참여에 대한 공동입장 브리핑’을 통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입장문 발표에는 의협을 비롯해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한국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경기도의사회 제외)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등이 참여했다.
의협 최안나 총무이사겸대변인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응급의료체계점검 당정협의회에서 ‘지금 누가 옳으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로,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가 그 통로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요지부동으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이번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이 정부에 있는 것 아니냐’는 야당 국회의원의 질문에 전공의에게 ‘첫 번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국민이 죽어나가지 않느냐’는 야당 측 비판에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며 “국무총리가 전공의들에게 함부로 말하고 현실을 완전히 왜곡하는 태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지금 의사들은 아무도 파업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의 폭압적인 의대증원에 좌절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수련과 학업을 포기하고, 잘못된 정책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추석 명절을 앞두고 경찰은 전공의 소환조사를 지속적으로 강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협의를 하자면서 동시에 전공의들을 경찰서로 불러 국민 앞에 망신을 주고 겁박하면서 협의체로 들어오라고 하는데, 이는 대화 제의가 아니라 의료계에 대한 우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 논란으로 수험생이 겪어야 할 혼란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다”며 “2025년 증원을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하면 의대생들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내년에 3000여명을 가르치던 환경에서 아무 준비 없이 7500여명의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4년 동안 의료계가 정부와 한 합의는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고 기피과 문제, 지역의료 문제 등 다방면으로 의료 개선을 요청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이에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는 현시점에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 생각한다”면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이미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태도 변화뿐으로, 부디 국민들이 정부에 ‘무리한 정책들을 당장 멈추고 의사들과 대화하라’고 외쳐 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의협이 공식적으로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 갈등이 시작됐다.
입장문 발표에 앞서 의협은 12일 긴급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회의를 열어 협의체 참여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선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중단을 전제로 전공의와 의대생이 대표로하는 협의체 참여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이 "의대생, 전공의, 광역시도회장을 팔아먹을 생각하지 말라"고 지적, 의협 임현택 회장이 이를 반박하면서 두 사람 간 언쟁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소문이 1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임 회장과 의협 집행부에선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뿐만 아니라 임현택 회장은 자신의 SNS에 “경기도의사회장 이동욱의 거짓말을 기반으로 한 가짜뉴스”라며 “이동욱에 대해 형사고소 진행하겠다”고 글을 남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했다.
이후 경기도의사회는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임현택 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 양측의 갈등을 수면위로 드러냈다.
경기도의사회는 “임현택 회장이 전공의, 의대생을 배제한 의료계 입장 발표를 일방 발표한 것은 후배들을 무시하고 배신하는 처사”라며 “전공의, 의대생들을 배제한 여ㆍ야ㆍ의ㆍ정 협의체에 대한 입장 발표는 후배들에 대한 월권행위로, 임현택 집행부는 후배 전공의, 의대생들을 존중하지 않고 패싱하려는 꼼수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이 투쟁의 핵심인 의대생, 전공의들의 뜻대로 자진사퇴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