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임총 구설수 “집행부 흔들기 자제해야”

임현택-최대집 집행부 ‘평행이론’...임기 초 비대위 임총, ‘선 넘은 회장 공격’ 등 닮은 꼴

2024-09-06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비대위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임현택 집행부에 깊은 상처를 남긴 임총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비대위 구성’은 물론, 제대로된 투쟁에 대한 성과를 거두지도 못했고, 오직 ‘집행부 흔들기’에만 매몰된 임총은 지양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 김교웅)는 지난달 31일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임총에선 ▲의대 정원 증원 저지ㆍ필수의료 패키지 대응ㆍ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에 관한 건 ▲전공의 지원 성금의 교유사업 예산 편성의 건을 논의했다.

▲ 오직 ‘집행부 흔들기’에만 매몰된 임총은 지양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가장 관심을 모은 안건인 ‘비대위 구성’은 총원 189명 중 찬성 53명, 반대 131명, 기권 5명으로 비대위 구성이 기각됐지만, 논의하는 과정에서 집행부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비대위 구성을 찬성하는 측인 경기도 최상림 대의원은 “현 집행부도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지금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집행부의 한계라고 생각한다”며 “비대위 구성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바꿔야하고, 이를 위해선 비대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성세용 대의원은 비대위 구성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비대위를 만들어버리면 집행부는 책임에서 벗어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집행부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어떤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밝혀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대위 구성이 부결되자 김영준 부의장은 “비대위 구성안이 부결됐지만 집행부가 잘해서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비대위를 구성하면 집행부가 지금까지 무능했는데 앞으로 더 무능력해지지 않을까 싶어 반대한 대의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질타했다.

또 “지금까지와는 달리 한층 더 분발해서 결사항전의 자세로 흐름을 바꾸는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대의원들이 다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임총에 참석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박단 위원장이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강행하고 있고, 국회도 의료체계 왜곡하고 있는 간호법 통과시켰다”며 “회장과 집행부는 그 역할이 있는데, 감당하지 못하면 물러나야 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끌어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대의원들이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대전협 비대위는 본인 면피에 급급한 무능한 회장과 함께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현택 회장과 집행부에 대한 질타로 가득했던 이번 임총은 과거 최대집 집행부 출범 5개월 만에 열린 임시총회와 비교되며 많은 시사점을 안겨줬다.

지난 2018년 10월 의협 대의원회는 ▲문재인 케어(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저지와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위한 대책을 추진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의 건 ▲불합리한 의료정책 개선 대책(경향심사ㆍ한방대책ㆍ응급실 폭력 대처 등)의 건 ▲정관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의 건 등 3가지 안건을 다룬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임총도 비대위 구성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투표 결과 총원 178명 중 찬성 49명, 반대 129명으로 부결된 것도 이번 임총과 비슷했다.

또 비대위 구성 부결되자 당시 의협 대의원회 이철호 의장이 “비대위 구성이 결렬됐다고 해서 집행부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경고의 의미를 잘 알아들어야 한다”며 “나아가 집행부는 여기 임시총회에서 나왔던 대의원의 질타를 잘 메모해 의견 수렴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 회장과 집행부를 강하게 질타했던 이번 임총처럼 당시 임총도 문재인 케어에 대응하는 최대집 집행부의 행보에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이 많았다.

한 대의원은 총회 시작 전, 최대집 회장의 문재인 케어 대응에 대해 비난하며 피켓시위를 진행했고, 또 다른 대의원은 추무진 전 회장의 불신임이 부결된 이후, 최대집 전 회장이 단상을 들이받는 영상을 총회장에서 틀기도 했다.

역사가 반복되듯, 과거 최대집 집행부 당시 임총과 비슷한 내용의 임총이 진행된 것에 대해 의협 내에선 ‘집행부 흔들기용’, ‘무의미한 임총’을 그만둬야한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최대집 집행부 당시 임총이 진행됐을 때, 임기를 반년도 못채운 회장과 집행부의 힘을 굳이 뺄 필요가 없다며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그대로 이번 임총으로 현실화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비대위 구성을 위해 임총을 열었다면, 비대위를 구성하던가, 하다못해 대의원 전체가 투쟁에 동참하겠다는 선언 정도는 해야하는 게 아닌가”라며 “투쟁 선포식을 했다고 하지만 진정한 투쟁에 대한 논의 없이 면피용으로 했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임총을 정치적 싸움으로 이용하는 분들이 있어, 의협과 회원들의 앞날이 어둡다고 생각한다”며 “이전 집행부에선 불신임안을 올리고, 현재 임 회장에겐 대안도 없이 비판만 하는 걸 보니, 겉으로는 회원과 의협을 위하는 척 하지만 그냥 정치싸움을 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의협 집행부에서도 집행부를 신임해달라고 호소했다.

의협 채동영 홍보이사겸부대변인은 “집행부 입장에서 임총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하고 싶진 않다”며 “회원을 대변하는 대의원들에게 집행부 회무에 대해 보고해야 하고, 의견과 동의를 구해야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임총을 악용해 집행부 회무에 지장을 주는 것에는 문제가 있는 거 같다”며 “더 이상 집행부 흔들기보단 회원이 뽑아준 집행부를 믿고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