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ㆍ정 갈등 여파 생체 간이식 줄고, 수술 대기자 늘어

간이식학회, 추계학술대회...“전문인력 증원, 의료진 번아웃 방지 위한 대책 필요” ‘알코올성 간경화’로 인한 간이식 증가...최소 침습 수술 분야의 합리적 수가 요구

2024-08-2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최근 의ㆍ정 갈등으로 인해 국내 생체 간이식이 줄어들고 있고, 수술 대기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의료진 피로와 인력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 되고 있으며, 이는 모두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간이식학회는 29일부터 30일까진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석환 정보위원장은 최근 의ㆍ정 갈등으로 인해 국내 생체 간이식이 감소했고, 수술 대기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김석환 정보위원장.

2023년과 2024년 생체 간이식 건수를 비교한 결과, 2024년 들어 이식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는데, 일례로 2023년 3월부터 6월까지 서울대병원에서 진행된 생체 간이식 전수는 총 34건이었으나, 2024년 같은 기간에는 16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2023년 3월부터 6월까지 1건에서 4건으로 증가하던 수술 건수가 2024년에는 0건으로 완전히 중단된 상황이다.

김석환 위원장은 “이는 환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ㆍ정 갈등으로 인해 수술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 환자들의 중증도가 급격히 상승해 생존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술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실제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의 피로와 인력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많은 병원에서 생체 간이식 담당 교수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과 번아웃으로 사직하거나 사직을 고려하는 상황”이라며 “마취과 인력 부족으로 수술 가능 건수가 줄어들고, 이는 수술 대기자 수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전문인력의 증원과 함께, 의료진의 번아웃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한다”며 “의ㆍ정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중증 환자들이 적시에 치료받지 못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윤리적 문제와 의료접근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외에도 학회는 간이식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소개했다.

양광호 균형발전위원장은 ‘전체 간이식 받는 질환의 변화 및 뇌사자 간이식의 적응증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최근 10년에 걸쳐 간이식을 받는 질환군이 뚜렷한 변화를 보이는데, 연간 전체 간이식 건수를 살펴보면 점진적인 간암의 증가 추세와, 2016년을 기점으로 B형 간염에 의한 간경병증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양광호 위원장은 “이는 1985년 시행된 전국민 B형 간염 예방 접종과 항바이러스제의 효과로 인해, 바이러스성 간경병증 환자의 절대수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 하나 주목해야할 변화는 알코올성 간경병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체 간이식과 뇌사자 간이식에서 알코올성 간경변증의 지속적인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는 게 양 위원장의 설명이다

양 위원장은 “알코올성 간경변증은 2019년부터 생체, 뇌사자 간이식 모두 합해서 가장 많은 적응증이 됐는데, 뇌사자 간이식은 약 40%, 전체 간이식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B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증으로 간이식을 받는 건수는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 손선영 코디네이터위원장.

손선영 코디네이터위원장은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에 대한 성공적인 간이식을 위해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알코올성 간경화로 인한 간이식의 경우, 간이식 후 음주재발율이 3%에서 50%까지 보고되고, 재음주로 인한 간질환 재발로 장기배분의 형평성, 효용성에 대한 윤리적 이슈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성공적인 간이식을 위해 이식 대상자 선정 시 금주 유지 가능성 확인과 음주 재발 방지 계획이 필요하고, 이식 후 지속적인 재발 모니터링과 사회심리적 지원을 위한 다학제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간이식학회는 지난 7월 알코올성 간이식환자의 음주재발예방관리를 위한 다학제 접근을 위해 한국중독관리센터협회, 한국중독정신의학회와 합동 모임을 진행했다”며 “협업 과제 논의 후 이식외과 의사, 정신의학과 의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다학제 상호 협력팀을 구성,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인한 간이식 환자의 음주재발관리를 위한 프로토콜을 개발항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수 교육위원장은 비약적인 간이식 수술 발전과 달리, 장기이식수술에 대한 수가체계는 업무량에 따른 객관적인 조사와 충분한 평가가 시행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 7월 신장이식 분야의 수가 개선을 시행하기로 발표했는데, 신장이식수술 수가는 단일수가체계로 되어 있고, 고난도 수술임에도 다른 분야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며 “이에 정부는 업무량 차이를 반영, 뇌사자 적출술, 생체 적출술, 이식된 신적출술, 뇌사자 이식술, 생체 이식술, 재이식술로 수술을 세분화하고, 난이도 및 해외 장기이식 수가체계를 고려, 신장이식 수가를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최소침습 간이식 분야에서도 새로운 수가체계를 위한 객관적 자료조사와 숙련도 및 전문성을 고려한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수가 개정을 요청할 것”이라며 “최소침습수술 간적출술, 최소침습수술 간이식술 등으로 수술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수술 난이도 및 전문성을 고려, 새 간이식 수가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이해원 학술위원장.

한편, 간이식학회는 올해 대한의학회로부터 공인학술단체로 승인받았으며, 이를 계기로 그동안 국내 전문가들만의 모임이었던 정기학술대회를 올해부터 국제학술대회로 격상, 진행하게 됐다.

이번 학술대회의 학술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생체 간이식의 혁신적인 수술기법, 다양한 상황에서의 수술 전후 환자 관리 등 간이식 분야에서의 최신지견을 다루고 있다.

국제 생체간이식학회와의 교류 심포지엄을 열고, 간이식 선진국과의 학문적 교류 뿐만 아니라, 아시아권 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교육과 협력에도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런 취지로 학회 전날인 28일에는 아시아권 국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Hands-On Workshop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학회는 다학제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내과의사, 마취과의사, 코디네이터, 기타 관련 전문가들이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 최적화된 환자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발전시킨다는 방침이다.

이해원 학술위원장은 “세계적 위상에 비해 공인학술단체로의 출발이 늦었지만, 새 시대를 맞이한 대한간이식학회의 첫 번째 국제 학술대회는 우리나라 간이식을 세계에 알리고, 관련 기술 및 지식을 공유, 전파해, 구리나라가 간이식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