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의원회 비대위 추진에 "집행부가 투쟁에 나서야"
실효성에 의문 제기...올특위 시즌 2 우려도
[의약뉴스] 의대 정원 증원과 간호법 재발의로 위기에 처한 의협이 다시 비대위 카드를 꺼내들었다.
혼란한 의료계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취지지만, 집행부 출범 4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가 필요한 가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의장 김교웅)는 지난 17일 운영위원회를 통해 오는 31일 오후 5시 의협회관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대면, 비대면 회의를 병행하는 임시총회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 저지ㆍ필수의료 패키지 대응ㆍ간호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에 관한 건 ▲전공의 지원 성금의 교유사업 예산 편성의 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주로 정치 뉴스에서 접할 수 있는데, 정당 대표가 선거 패배 등의 이유로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퇴할 경우, 차기 당 대표 선출까지 임시로 구성하는 당 지도부를 통상 비상대책위원회라고 명명한다.
정치를 벗어나면 재난 등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이고 빠른 수습을 위해 비대위가 소집되기도 하는데, 의협 역사에 등장했던 비대위들은 후자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가운데 지난 4월 의대 정원 증원 저지에 앞장섰던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택우)가 해산된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비대위가 태동하고 있다.
비대위가 새로 구성돼 강한 투쟁력으로 많은 회원들의 지지를 받게 된다면, 지난 5월 취임한 임현택 회장에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선 비대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가득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에 비대위를 만들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활동을 중단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다시 만드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회원들이 임현택 회장을 의협 회장으로 만든 가장 큰 이유가 정부 정책에 대응해서 싸우라는 것”이라며 “이는 임 회장이 비대위를 만들지 않아도 집행부를 투쟁체로 이끌어 갈 수 있다고 기대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비대위를 만드는 것은 회원들의 바람과 다른 모습”이라며 “임 회장과 집행부가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비대위가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집행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모 의사회 임원은 “그동안 의협 역사에 수많은 비대위가 등장했지만, 대부분 말로가 좋지 않았다”며 “대부분 비대위는 차기 의협회장 선거를 의식한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내 정치적인 발언만 하고, 실제 투쟁은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대위를 구성할 것이 아니라 현 집행부가 장렬히 전사하겠다는 각오로 대정부 투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그렇다면 비대위의 필요성을 두고 논쟁이 없어질 것이고, 비대위를 둘러싼 의협 내 갈등이 커지는 것보다 더 나은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미래의료포럼도 26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비대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집행부가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출범 이후 4개월이 되어가고 있지만 강력한 투쟁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던 의협 집행부는 회원 기대와 다르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며 “의협 집행부의 무능을 방관할 수 없기에 대의원회가 중심이 돼서라도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투쟁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의협 집행부와 공존했던 수많은 비대위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오히려 비대위와 집행부 간 내부 반목과 갈등만 드러나는 부작용이 더 컸다”며 “인력과 재정을 의협 집행부의 결제와 협조를 받아서 운영해야만 하는 비대위가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회원들은 회의감을 가질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현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법은 대의원회가 의협 집행부를 향해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던질 각오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철회를 이끌어내고, 간호법을 저지하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치고 적극적인 투쟁에 나서라고 주문하는 것”이라며 “주문을 받은 집행부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