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HER2 양성 유방암 네 번째 표적치료제 ‘페스코’ 출격

허셉틴과 퍼제타 결합한 이중항체...피하주사제로 투약 시간 획기적으로 줄여

2024-08-22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약뉴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온 로슈가 또 하나의 변곡점을 마련했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의 중심축인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와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을 하나의 주사제로 구현한 유방암 분야 최초의 이중항체이자 국내 최초의 개량생물의약품으로 등극한 ‘페스코(성분명 퍼투주맙/트라스투주맙)’이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된 것.

전체 유방암 가운데 약 20~25%를 차지하는 HER2 양성 유방암은 상당히 공격적인 유형으로, HER2 음성 유방암에 비해 세포의 증식 및 침습과 전이가 활발하게 일어나 재발이 빠르고 기대여명도 짧아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기대여명은 1년 이내로 극히 짧았다.

▲ 한국로슈는 페스코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기념해 2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처럼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좋지 않은 케이스로 꼽히던 HER2 양성 유방암은 허셉틴이 등장한 이후 가장 희망적인 유형으로 변화했다.

허셉틴은 1년을 넘기기 어려웠던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2년 반으로 3배 이상 연장한 것은 물론, 이미 1차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해 질병이 진행한 환자들도 1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중앙값 기준)

한 발 더 나아가 로슈는 허셉틴과는 다른 사이트의 HER2 수용체를 차단하는 새로운 유형의 HER2 표적치료제 퍼제타를 출시,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성적을 다시 한 번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허셉틴과 함께 HER2 수용체의 다양한 사이트를 차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기대여명을 57개월(CLEOPATRA 3상 임상 전체생존간 중앙값)까지 연장한 것.

여기에 그치지 않고 로슈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최초의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이자 세 번째 HER2 표적치료제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를 개발, HER2 표적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다시 한 번 HER2 표적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처럼 HER2 양성 유방암의 역사를 이끌어온 로슈가 허셉틴 출시 후 약 20년 만에 네 번째 HER2 표적치료제, 페스코를 들고 나왔다.

페스코는 기존에 정맥 주사로 각각 투여하던 트라스투주맙(허셉틴)과 퍼투주맙(퍼제타) 성분을 하나의 피하주사제 형태로 구현, 안전성과 유효성은 유지하면서도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주요 임상연구를 통해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 두 성분의 혈청 내 농도에 비열등성을 입증,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페스코를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Category 1 또는 2A로 권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현재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을 병용 투여 중인 환자는 동일한 치료 지침에 따라 페스코로 전환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페스코는 기존의 퍼제타와 동일한 적응으로 지난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획득했으며, 지난 1일부터는 역시 퍼제타와 동일한 기준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급여 기준은 ▲국소 진행성 염증성 또는 조기인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화학요법과 병용투여 시 본인부담금 30%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HER2 양성 및 림프절 양성의 조건에 모두 만족하는 유방암 환자에 대해 병용요법 시 본인부담금 100%(페스코를 제외한 병용약제의 경우 급여 적용) ▲전이성 질환에 대해 항-HER2 치료 또는 화학요법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HER2 양성 환자로 전이성 또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 재발성 유방암 환자에게 도세탁셀과 병용투여 시 본인부담금 5%다.

페스코의 급여 목록 등재로,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란 평가다. 환자와 보호자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의료자원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것.

실례로 페스코는 기존 정맥주사제 조합으로 초기 부하용량 투여시 150분, 이후 유지용량 투여시 60~150분에 이르던 투약 시간을 각각 8분과 5분으로 최대 90% 단축했다.

여기에 투약 후 관찰시간까지 고려하면 유지용량 기준 270분에 이르는 투약 시간을 약 20분(투약 5분, 관찰 15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에 기존 정맥주사 조합과 페스코의 스위칭 연구를 통해 선호도를 평가한 PHranceSCa 임상 2상에서는 85%의 환자가 병원에 머무르는 시간과 투여 시 편안함 등을 이유로 정맥주사보다 피사주사(페스코) 치료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인력 중 87.5%가 페스코를 통해 치료 준비에서부터 투여 완료까지 소요시간을 확실하게 절약했다고 답했으며, 환자들의 병원 체류시간에 따른 비용은 최대 85%, 전문가의 시간 소비량은 76%, 환자가 병원에 머무르면서 발생하는 생산성 손실은 65%, 정맥 투여시 필요한 비약제 소모품 비용은 69%를 절감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와 관련, 한국로슈(대표이사 이자트 아젬)가 페스코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기념해 2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 ‘페스코의 임상 데이터와 글로벌 치료 지침 및 동향’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석아 교수는 페스코가 특히 유지단계의 환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라 평가했다.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해야 하는 수술 전ㆍ후 보조요법이나 전이 단계 중 초기 도입 단계보다 트라스투주맙과 퍼투주맙만 투약하는 유지 단계의 환자들은 페스코 전환으로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수술 전ㆍ후 보조요법이나 도입 단계 환자들 중에서도 정맥주사제에 대한 과민 반응이 우려되거나 항암화학요법 외 추가 정맥주사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경우에도 페스코 전환을 고려할 만 하다는 평가다.

다만, 퍼제타와 마찬가지로 페스코 역시 수술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수술 후 보조요법에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 유방암 진료환경에서 미충족 수요와 페스코의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 역시 유지단계의 환자에서는 페스코로 전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