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 "간호사 10명 중 6명, 전공의 업무 강요"

시범사업 대상 병원 61% 미참여...“법적 보호 못 받아”

2024-08-20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의료공백으로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이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면서도 관련 교육은 1시간 남짓 밖에 받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이면서도 이에 참여하지 않는 병원이 61%에 달해, 이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에 채용됐으나 지금까지 발령이 무기한 연기된 신규간호사가 76%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대부분 대형병원들이 내년 신규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없는 것으로 알려져, 간호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 간호사들이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 탁영란 회장(오른쪽)과 손혜숙 제1부회장.

대한간호협회(회장 탁영란)는 20일 ‘의사집단 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문제 간호사 법적 위협 2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간협은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387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전체의 39%인 151개 기관에 불과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1만 350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간협이 지난해 운영한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의료법 위반 사례로 신고된 의료기관과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의료기관을 비교한 결과 매칭율이 88%(133개 기관)에 달했다.

또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현장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업무 수행으로 인해 많은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더해 의료공백 사태 이후 병원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신규간호사 발령마저 무기한 연기. 신규간호사 발령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간협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 자료를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1분기 대비 2분기 근무 간호사 평균 증가율은 크게 감소했다.

종별로 상급종합병원은 5년 평균 1334명이 증가했으나 올해는 오히려 194명이 줄었다.

종합병원 역시 지난 5년 평균보다 근무 간호사 수가 204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병원급 이상 전체 간호사 증가 인원도 5년 평균의 65%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13일 현재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조사에 참여한 41개 의료기관의 경우 지난해 올해 발령인원을 8390명 선발했으나 지금까지 발령하지 못한 신규간호사가 전체의 76%(6376명)에 달했다.

이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1개 의료기관은 간호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되는 신규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휴학을 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취업절벽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탁영란 회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나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지만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신규간호사들은 자신의 삶의 방향마저 잃어버린 채 불안해하고 있고, 졸업을 앞둔 예비간호사인 간호대학 4학년 학생들은 고용절벽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제는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 교육 지원과 함께 신규간호사와 예비간호사들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며, 의료 공백 사태 이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에 대한 적정한 보상체계도 마련돼야 한다”며 “더 이상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