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보 빅데이터를 민간기업 돈벌이 수단 여겨”
민간 개방저지 공동행동, 기자회견 ..."국민 동의 없는 개인정보 활용 절대 반대"
[의약뉴스] 진보정당,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등 여러 단체들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려는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 개방저지 공공행동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의 민간보험사 개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 개방저지 공공행동’은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여러 정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등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만든 단체다.
윤석열 정부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에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는 것을 명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정보 빅데이터 개방을 추진 중에 있다.
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 빅데이터는 20여년 간 구축된 시계열적 자료로 개인의 가족관계, 재산 및 소득은 물론 의료행위별 상세 진료 및 처방내역, 건강검진결과 등을 포함한 의료정보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 개방저지 공공행동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언제 개인 동의를 받아가며 이 정보를 활용하냐, 데이터가 돈이다"라는 발언한 것을 두고,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보호하지 않고, 단순히 민간기업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에 더해 공동행동은 7월 25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는데, 1015명이 응답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빅데이터 개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전 국민의 개인정보를 민간보험사가 영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서(49.3%) ▲개인의 의료정보, 소득 및 재산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이용될 위험이 높아서(31.4%) ▲특정 질병. 질환 정보, 가족 사망력 등을 이용해 민간보험 가입을 제한하거나 보험료가 높아질 수도 있어서(11.4%) ▲민간보험사가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의료부문의 영리화’가 더 빨라질 거 같아서(7.5%) ▲기타(개인정보는 보호되어야 해서, 모름/무응답 등)(0.4%)로 응답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공동행동 소속 단체의 주요 인사들은 정부의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을 강력히 규탄했다.
진보당 전종덕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2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이라 비난하며 ‘건강보험 정상화’가 시급하다 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정상화란 국민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를 기업에 팔아넘기는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정부는 건강보험 데이터를 민간기업에 제공하면 AI와 빅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등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과학기술로 위장해 의료민영화를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진보당은 의료민영화를 막기 위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을 막을 뿐만 아니라 심심치 않게 들리는 대기업의 개인정보 무단수집 및 이용,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나순자 사무총장도 “사실상 국민 전체가 가입돼 있는 국민건강보험에는 재산, 소득, 가족관계를 포함해 개인정보 중에서도 매우 민감한 병력, 병원 검진 결과, 진료내역까지 망라돼 있다”며 “정부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가장 큰 규모의 가장 민감한 정보를 개인의 동의도, 국민 전체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민간에 넘기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간보험사에 국민 전체의 건강보험 빅데이터가 넘어간다면 예상 가능한 일은 보험 가입 제한, 보험료 지급 거부 등이며, 이외에도 어떻게 나의 개인정보가 사용될지 모른다”며 “나의 개인정보를 지켜줘야할 정부가 오히려 민간에 개인정보를 넘기겠다고 하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지난 2007년 실손보험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던 때를 기억하는데, 실손보험으로 비급여까지 보장되면서 의료불균형만 커졌다”며 “실손보험과 비급여진료의 만남으로 국민의 가계의료비는 증가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제자기 걸음”이라고 힐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민영보험사에 건강보험 빅데이터까지 넘기면, 누구를 위한 보험상품이 개발될 거라 생각하는가”라며 “전국민 건강정보를 담고 있는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한성규 부위원장도 “건강보험 빅데이터는 국민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공공적 데이터로, 국민의 건강증진과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만 이용돼야한다”며 “이를 민간기업에 넘겨주면 공공데이터가 사기업의 이윤 극대화에 이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례로 “최근 몇 년간 많은 대기업에서 대규모 데이터 유출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는 파악조차 안되는 수준”이라며 “만일 민간기업에 넘어간 건강보험 빅데이터가 유출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김철중 위원장은 “정부는 민간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보건의료 혁신 유도를 위한 데이터 활용 지원 및 국제협력 강화’라는 정책 기조하에 민간보험사에 제공하라 압박하고 있다”며 “말로는 ‘공익적ㆍ과학적 연구 목적’이라고 하지만, 민간자본의 선의에 기대어 막연히 공익에 입각한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하는 건 부질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데이터는 민간보험사에 제공하고 있는데, 건보공단은 제공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데,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는 심평원 데이터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며 “건보공단은 단일보험자로 전 국민의 사회ㆍ경제적 데이터 및 전체 의료 공급자의 의료서비스 데이터를 보유한 공공기관으로, 건강보험 급여에 해당하는 행위ㆍ의약품 등에 국한된 심평원 데이터와 범위 수준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건보공단이 보유한 개인 진료 내역은 국민 한 사람이 언제 병원이나 약국, 검진센터에 방문해 어떻게 의료행위를 받았다는 일련의 데이터로, 개인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가능한 정보”라며 “건강보험 데이터는 심평원 데이터와 달리 국민 개개인의 진료 에피소드 단위로 분석이 가능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럼에돕 불구하고 “지난 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나서 보험산업 육성과 보험상품 개선 방안으로 ‘건강보험공단 데이터 정보 공개 절차 합리화 검토’를 안건으로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하는 등, 정부는 건보공단 빅데이터 개방을 대놓고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는커녕, 민간보험사에 팔아넘기겠다고 건보공단을 상대로 협박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정부의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보험사 개방 폐기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포함한 공공데이터의 민간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 개정을 위해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