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사직 전공의 개인정신요법 허용해야”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정신건강정책혁신위, 정신건강복지 국가정책 주관기관 위상 확립”

2024-08-19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사직한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들이 한시적으로 의원에서 개인정신요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6월 출범한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가 ‘정신건강복지 국가기본계획 수립’의 주관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18일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는 18일 SC컨벤션센터에서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정기총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 김동욱 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료 환경이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김 회장은 “과거 국민들이 가졌던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이나 낙인이 정신과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정신건강을 지키는 전문가들이 치료에 대한 어려움을 겪었었다”며 “현재는 국가의 정신건강에 대한 정책과 각종 법령이나 제도의 도입 혹은 변경 등이 오히려 많은 어려움의 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예를 보아도 정책과 법안으로 인한 위험은 늘 존재하고 있었다”며 “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동시에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없는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환자와 의료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 모두가 중요한 일이고, 이를 위해서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원가보전율이 55% 수준이라는 참혹한 현실을 하루빨리 개선해야한다”며 “현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자신의 환자를 입원시키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닥쳤고, 이는 응급실 진료가 어려운 것만큼이나 사회적으로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회장은 “이제는 전국의 어느 곳에서나 소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차별없이 균등한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한 시기”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전문의가 되어야 개인정신요법을 할 수 있는데, 지금 사직 전공의가 의원에 취업하는 경우에는 개인정신요법을 할 수 없다”면서 “사직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가 의원에서도 한시적이라도 개인정신요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국민의 정신건강을 위한 정부의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의 출범 및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6월 출범한 정신건강정책혁신위원회와 4대 전략 및 핵심과제에 원론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에 대해 ▲단순 시혜적 성격에 머물러 버린 지엽적 주제 ▲혁신방안과 따로 가는 비전 및 목표 ▲핵심적 정책의 누락 ▲정신의료 접근성 향상 필요성 외면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근호 정책위원장은 “정신건강정책 수립은 생물학적, 사회적, 심리적, 환경적, 경제적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요구도 반영해야 한다”며 “그렇지만 4대 전략 및 핵심과제는 단순 시혜 성격이거나 또는 지엽적인 분야에 편중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혁신방안에서 제시된 비전과 목표는 2027년까지 100만 명 대상 심리상담서비스 제공이라던지, 10년 내 자살률 50% 감축과 같은 허상과 같은 비합리적 숫자로 제시돼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급조했고, 빛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2021년의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보다 퇴보했다”고 일갈했다.

여기에 더해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ㆍ요양은 과거 양적으로는 팽창됐으나 명확히 감소 추세로, 적절히 치료받을 정신의료기관이 부족하다”면서 “경증 및 중등도 정신질환자의 경우는 혁신방안에서 빠져 있고, 이러한 국민들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정신의료기관은 금번 발표된 혁신방안에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혁신방안의 중심에 있는 ‘전국민마음투자지원사업’에 정신과전문의는 사업 참여가 불가능한데, 건강보험 상담비보다 낮은 보상을 제시하고 있다”며 “직접 참여보단 상담사를 고용해 진행하기를 요청하고 있는데, 이 경우 경비를 다 제하고 나면, 50분 상담 1건당 8000원 이하의 수익만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의사회는 정신건강혁신위원회에 ▲독립적인 정신건강복지 국가기본계획 수립의 주관기관 위상 정립 ▲정신건강기본법의 수립 및 정신건강복지법의 전면개정을 당부했다.

조 정책위원장은 “정신건강정책은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국민 모두와 정신질환자를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외부 입김으로부터 독립돼 일관성 있게 지속해야 한다”며 “국민의 정신건강 보장을 천명하는 기본법을 제정하고 하부 조항들을 기본법의 하위 법령으로 정비하는 전면개정을 추진할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에 발맞춰 보험정책도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선 보험부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입원실에서 의료급여수가의 경우 원가보전에도 한참 못 미치는 G등급에 따른 정액제로 묶여있어 의료급여 입원환자가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액제를 폐지하고 의료급여를 건강보험과 동등하게 모두 행위별수가제로 전환해 의료급여 환자에게 차별없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 외래환자는 건강보험 환자와 달리 개인정신치료(일명 정신과상담)는 주 2회, 가족치료(일명 가족상담)는 주 1회(건강보험 환자는 각각 매일, 주 3회 이상)로 제한돼 있다”며 “의료급여 외래환자도 정신요법 횟수를 건강보험 환자와 동일하게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정신건강의학과 환자 차별 해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 대한 민간보험 가입제한 및 실손보험 보장제한같은 근거없는 차별을 서둘러 전수조사를 시작하고, 감독해 나가야 한다”며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 대한 반인권적인 50종 이상의 각종 자격취득 제한에 대해, 규제 완화 정책을 조속히 추진해 나가야한다”고 제안했다.

한편으로는 “정신의료서비스 중 핵심 행위는 개인정신치료로, 이러한 면담 내용을 측정해 계량화할 수 있는 ‘증상 및 행동 평가 척도’ 검사가 지난 2020년 확대 도입됐다”며 “증상 및 행동 평가 척도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개원가에서의 활용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진료의 자율성을 억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과도기적 도입 단계에서 시정이 필요한 부분은 있겠지만. 정책 시행은 임상 현장의 목소리와 향후 의료의 발전 방향성을 고려, 진행해야 한다”며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적절한 수가 보상이 이뤄져 국민을 위한 보다 양질의 정신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분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의 2024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4명 중 3명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도 상담이나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있으며, 12.9%는 정신과 약물치료의 부작용을 정신건강 문제 치료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꼽고 있다.

송성용 의무법제부회장은 “정신건강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지난 2000년 7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통합 관리되면서 더욱 증폭됐다”며 “불면과 불안, 공황과 사회공포, ADHD 등 우리 사회에 늘어나고 있는 각종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 약물치료는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안전한 필수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향정신성의약품은 필수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이를 사회에 발붙여서는 안 되는 불법 마약과 같은 범주로 취급해 정신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대한 거부감과 사회적 낙인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사회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 불법 마약의 영구 퇴출과 사회적 효용이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의 일부 오남용 방지라는 다른 두 가지의 법 목적을 하나의 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모순된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의사회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포함한 ‘마약류’ 정의 규정 폐지 ▲마약류관리법의 규율 대상을 마약, 의료용으로 사용되지 않는 의존성 물질, 대마로 제한 ▲ 의료현장에서의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은 별도의 제정법으로 관리 등을 제안했다.

송 부회장은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범죄의 대상, 퇴출의 대상이 아닌 국민 정신건강을 위한 필수적인 관리 대상으로 보는 올바른 입법이 추진되길 바란다”며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제안을 신중히 검토, 정신질환 환자들이 편견 없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우리 의사회와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