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료비부담 경감제도, 통합 운영 필요
오하린 부연구위원, 급여영역 ‘본인부담상한제’...그 외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으로 보장
[의약뉴스]산정특례, 본인부담 상한제,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등 여러 의료비 부담 경감제도를 통합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급여 영역은 본인 부담 상한제, 급여 외 영역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으로 통합, 보장ㆍ운영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오하린 부연구위원은 최근 건강보험연구원 웹진 이슈앤뷰(Issue&View)에서 ‘건강보험 의료비부담 경감제도 통합적 역할 정립 방안’이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비급여의 급여화, 환자 유형별 법정본인부담 차등인하 등의 지속적인 보장성 강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이 2021년 기준 64.5%로서 여전히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높은 실정이다.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2000년에는 산정특례, 2004년에는 본인부담 상한제, 2018년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이 도입됐다.
이후, 약 23년 동안 세 제도는 동일한 우선순위나 정해진 기준 없이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확대 개선돼, 이들 경감제도 간 사각지대와 지원 쏠림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실정이다.
2021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 약 5050만 명 중 산정특례 약 247만 명(4.9%), 본인 부담 상한제 약 210만 명(4.2%),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 1만 1000명(0.02%)이 적용 대상자이다.
오 부연구위원은 “고액의료비 환자(연간 진료비 상위 5% 이상, 약 221만 명)의 약 73.8%는 1가지 이상의 경감제도 적용을 받았으나, 약 58만 명(26.2%)은 전체 미적용 자인 상황”이라며 “전체 미적용자 58만 명을 대상으로 LCA 유형 분류한 결과, 저소득 만성질환 노인군(17.6%)과 중장년 직장가입자군(23.3%)의 경우 질환내용과 상대적으로 높은 의료비, 낮은 소득수준 특성을 볼 때 경감제도의 사각지대로 의심된다”고 전했다.
이어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자의 1인당 평균 본인부담금과, 소득구간별 1인당 평균 지원금을 분석한 결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신청하는 본인부담 의료비 금액이 높았다”며 “이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경우 이미 발생한 본인부담금에 대해 지원을 하고,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은 애초에 고액 비급여 의료이용이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형평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지원 비율을 낮게 제도를 설계했지만,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1인당 평균 지원금액은 높게 나타났다”며 “전체 대상자가 아닌 동일 질환으로 대상을 한정해 분석했을 때에도 같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오 부연구위원은 ▲과 부담 의료비 발생 시점과 상한제 사후환급금 지급 시점 간 차이로 발생하는 사각지대 ▲상한제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상이한 대상자 선정기준에 따른 사각지대 ▲산정특례 제도 적용 질환의 사각지대를 의료비 부담 경감제도 설계상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로 꼽았다.
그는 “상한제 사후환급의 경우, 고액의료비 발생 시점보다 늦은 지급으로 인해 일시적 과부담의료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며 “건강보험료를 소득 기준으로 적용하는 상한제와 달리 재난의료비 지원사업은 기준중위소득을 적용하기 때문에 같은 실질소득, 비슷한 의료비 지출에도 대상자 여부가 다를 수 있고, 재난의료비 신청 대상자는 본인이 적용 대상자인지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기준중위소득과 건강보험료 분위가 서로 동일한 소득수준을 나타내지 않는 것도 문제”라며 “재난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자 1만 1023명을 기준중위소득으로 봤을 때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대상자가 적어지나, 건강보험료 분위 기준으로는 1분위를 제외하고 비교적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고액의료비 환자 중 산정특례를 적용받지 않은 122만 명의 상위 질환을 분석해 본 결과, 장기간 의료비가 누적된 만성질환, 검사 기준이 없는 희귀질환, 산정특례 적용 질환이더라도 필요한 검사가 누락되거나, 중증도 기준에 미달되는 등의 사유로 제외된 질환들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외 주요국가들의 의료비 부담 경감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독일, 일본, 프랑스, 대만, 벨기에, 호주, 스웨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등 9개 국가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이중 8개 국가에서 아동, 임산부, 군인 등 특정 대상자들에게 본인부담률을 경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산정특례와 같이 질환 대상으로 본인부담률을 경감해 주는 나라는 일본, 프랑스, 대만이었고, 소득기준으로 상한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5개 국가였다. 소득 외 별도 기준, 예를 들면 만성질환자, 고령, 아동을 대상으로 상한제를 적용하는 나라는 8개 국가로 나타났다.
오 부연구위원은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본인부담을 경감해 주는 경우, 일본, 프랑스, 대만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고액의료비가 발생하는 만성질환에 대해서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며 “본인부담 상한제의 경우, 우리나라는 연간 상한액을 넘는 본인부담금을 일단 병원에 지급하고 다음 해 7월에 사후 지급으로 받지만, 독일은 지급 방식 어떤 것을 적용하더라도 연간 상한액 초과비용을 환자가 직접 지출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과 요양기관 입내원일수를 기준으로만 상한액을 산정하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은 노인 의료비 급증에 따른 재정안정화를 위해 70세, 75세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상한액을 기존 10%에서 20%로 인상하는 정책을 2014년 이후부터 적용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오 부연구위원은 의료비 부담 경감제도들의 통합적 역할 정립을 위한 기본 원칙으로 ▲소득 고려, 과부담 의료비 발생 대상자에 차등 지원 ▲현행 의료비 부담 경감제도 설계상 발생하는 사각지대 해소 ▲현행 의료비 부담 경감제도 및 행정력을 고려한 실현 가능한 방식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 안정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어 “급여 영역에서의 본인부담금은 ‘본인부담 상한제’로, 급여 외 영역에서의 본인부담금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으로 통합해 운영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 본인부담 상한제 사전급여 적용기준을 변경해 대상자를 확대하고, 산정특례 적용 질환의 선정 원칙에 대한 평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대상자 선정기준의 적절성을 검토해야한다”고 전했다.
또 “중기적으로는 본인부담 상한제 대상자 확대를 위해 개별 상한액 기준을 개선하고, 의료비 지원범위의 제외 기준을 마련하는 것과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의 제도화를 위한 대상자 선정기준 변경(상한제와 동일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산정특례 적용 질환 축소에 따라 본인부담 상한제 대상자와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강화 및 확대를 통해 고액 필수 비급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