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홍숙희 폐암센터장

치료 가능한 악성중피종, 인식 개선 절실

2024-08-20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약뉴스]

 

악성중피종도 치료할 수 있다.

 

면역항암제가 이전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암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면서 희귀ㆍ난치암으로 알려진 악성중피종에서도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악성중피종은 주로 석면 노출에 의해 발생하는 희귀ㆍ난치성 암으로, 실제 석면 관련 작업 종사자에서는 평생에 걸쳐 악성중피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악성 종양으로 사망한 석면 관련 종사자의 대부분은 폐암과 악성 중피종 환자였던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석면 사용을 규제하고 있지만, 석면 노출로부터 악성중피종이 발생하기까지 대략 30-40년의 기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악성중피종 환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970년대부터 석면 규제를 시작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늦은 1997년에야 석면 사용 규제가 시작됐고, 전면 금지는 2009년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는 해마다 증가, 2018년 153명으로 150명을 넘어선 이후 3년 만인 2021년에는 200명까지 넘어섰다.

그러나 악성중피종에 대한 조기 검진 및 치료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아직까지 특별하게 권장되고 있는 조기 검진법이 없을 뿐 아니라 매우 드문 질환이다 보니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2021년 면역항암요법이 허가되기 전까지 유일한 약물요법이었던 항암화학요법은 치료 효과가 제한적인 반면, 부작용의 부담이 컸다.

이 가운데 2020년, 최초의 이중면역항암요법인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와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 병용요법이 악성중피종 중에서도 가장 흔한 악성흉막중피종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이전 치료 경험이 없고 조직학적으로 절제 불가능한 악성흉막중피종 환자 605명을 대상으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한 3상 임상, CheckMate –743 연구 결과 사망의 위험을 26% 줄였다는 것.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은 2021년 6월, 면영항암제 중 최초이자 2004년 화학요법 허가 이후 17년 만에 수술이 불가능한 악성흉막중피종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에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그러나 여전히 악성중피종 치료 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아직까지도 악성중피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도 제한적이라는 것.

이에 의약뉴스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홍숙희 폐암센터장을 만나 악성중피종 치료 현황과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치 및 과제를 들어봤다.

 

▲ 악성중피종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난 2020년, 최초의 이중면역항암요법인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악성중피종 중에서도 가장 흔한 악성흉막중피종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여전히 악성중피종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의약뉴스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홍숙희 폐암센터장을 만나 악성중피종 치료 현황과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의 임상적 가치 및 과제를 들어봤다.


 

 

◇2009년에야 석면 사용 전면 금지, 환자 수는 계속 늘 것
홍숙희 센터장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악성중피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기대할 만한 치료제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환자들이 흉막중피종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더 중피종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5년 전부터 급격하게 늘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지만,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World Conference on Lung Cancer, WCLC) 중 가장 주목받는 발표가 진행되는 플래너리(Plenary) 세션에서 매년 중피종 관련 연구가 발표될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로 “석면이 중피종의 발생 인자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석면에 노출이 되고 암이 발생하기까지 30년 정도의 긴 시간이 걸린다”면서 “최근 영국, 호주, 미국 등에서 (석면이 사용되기 시작하고) 30년이 지나 중피종 환자가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어 학회에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역시 석면 사용을 금지한 후 아직 30년이 지나지 않아 당분간 악성중피종 환자는 꾸준하게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 시작한 것이 2009년으로, 석면에 노출되고 30년 정도가 지난 후부터 중피종 환자가 발견된다고 본다면, 2030~2040년까지는 계속 환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석면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직 철거되지 않은 경우 신고하도록 국가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또 석면이 원인이 되어 중피종이 발생한 경우에는 환경부를 통해 구제 신고를 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은 규제가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석면 사용의 여파로 발견되는 중피종 환자 빈도는 최근에서야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해외에서 먼저 중피종이 이슈가 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조만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측면의 문제가 있다”면서 “환자의 입장에서는 수술이 가능한 조기 단계에서 암을 발견하는 경우가 굉장히 드물고, 중피종에 대한 치료 옵션이 적다는 문제가 있고, 사회적으로는 사업장에서 석면에 노출됐던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이 같은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조기 진단 어렵고 예후 다양한 악성중피종, 다학제 협진 필수
악성중피종은 상당히 드물어서 다른 질환으로 오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아형에 따라 예후도 다양하다.

홍 교수는 “중피종의 종류는 상피세포형(epithelioid) 중피종과 비상피세포형 중피종으로 나뉜다”면서 “해외에서는 7:3 혹은 8:2의 비율로 관찰되는데, 우리 병원(서울성모병원 암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은 5:5 정도의 비율을 보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절반 정도가 상피세포형이고, 나머지 환자들은 비상피세포형으로 아예 육종형(sarcomatoid)이거나, 비육종과 육종이 섞여 있는(mixed) 이상성(biphasic)”이라며 “정리하자면 상피세포형이 50%, 이상성이 20~30%, 육종형이 10~2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피종의 예후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며, 상피세포형은 중증도(grade)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면서 “몇 년간 흉수가 차고 빠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암이 천천히 진행되는 무증상(indolent) 환자도 있지만, 흉수가 차고 멈추지 않아 흉수가 조절되지 않거나, 흉통이 생긴 단계에서 병원에 오는 환자도 있는데, 보통 후자가 더 많고, 이 경우 여명이 1년 반 정도”라고 부연했다.

또한 “육종형의 경우 세포독성 항암 치료를 할 때 생존 기간을 6개월 정도로 예상한다”면서 “전형적인 흉막중피종처럼 흉수만 차거나 암이 흉막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기도 전이되는 등 굉장히 공격적(aggressive)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중피종의 진단이 쉽지 않은 가운데 중증도와 아형에 따라 치료 전략도 달리해야 하는 만큼, 다학제 협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홍숙희 교수는 “다학제 협진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진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진단 과정에 흉부외과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조직검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악성중피종은 스크리닝 방법이 따로 없고, 대개 흉수가 찼을 때 알아차리곤 한다”면서 “흉수의 양이 적거나 흉막을 넘어서는 덩어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초기에는 결핵이나 다른 염증성 질환으로 오인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6개월 단위로 흉수를 빼 왔는데 알고 보니 중피종이란 암이었더라’하는 환자들도 있고, 결핵인 줄 알고 치료하다가 치료 시기를 놓친 후에야 진단되는 환자들도 많다”면서 “흉수가 찼을 때, CT나 엑스레이로는 염증성 질환에서 기인하는 경우와 중피종으로 인한 경우를 구분하기 어렵고, 심지어 조직검사를 하더라도, 염증으로 인한 반응성 중피세포 증식이 중피종과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부분은 흉부 외과에서 다량의 조직을 확인해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면서 “더욱이 폐암과 달리 바늘 침 생검으로는 조직검사가 어려운 경우가 흔해서 조직검사 단계부터 영상의학과 및 흉부외과와의 긴밀한 협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학제 협진이 필요한 두 번째 이유는 조직학적 특징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적극 고려해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도 병리과 및 흉부외과의 협진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피종에서 수술의 효과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만약 수술이 가능한 상피세포형이라면 항암치료와 함께 적극적인 수술 치료를 계획해야 한다”면서 “특히 중피종에서 항암치료의 효과는 일반적으로 40%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더 낮게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서 경험이 있는 흉부 외과의사를 통해 확장 흉막 박피술(extended pleura decortication) 또는 흉막 절제술(pleurectomy)을 시행하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흉막외 전폐절제술(extended pleura pneumonectomy)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수술적 치료와 함께 진행 혹은 재발을 지연하기 위한 방사선치료도 고려해야 해 다학제 협진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환자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증상이 흉수로 인한 호흡곤란”이라며 “이러한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흉부외과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부연했다.

 

◇옵디보+여보이, 이상성ㆍ육종형 중피종에서 화학요법 대비 2배 이상 효과
악성중피종은 약물치료뿐 아니라 수술의 효과도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술 결과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할 수 있어, 여전히 중피종 치료의 중요한 옵션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홍숙희 교수는 “(중피종에서 수술의 효과에    대해서는) 약간의 논쟁이 있다”면서 “작년 세계폐암학회 플레너리 세션에서 발표된 영국의 MARS–2 연구에서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당시 지적된 대로 수술 경험과 환자 선별이 치료 결과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전히 중피종에서 수술적 치료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피종의 종류(아형, 병기) 및 환자의 전신 상태에 따라 수술이 도움이 될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에 우리 폐암센터에서는 흉부외과 문석환 교수팀의 주도로 슬론 케터링(Sloan-Kettering) 프로토콜을 변형해 항암-방사선-수술의 다학제 프로토콜을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최근에는 다학제 팀의 경험을 바탕으로 임파선 전이 여부, 흉막 병변의 병기, 병변의 위치에 따라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면서 “만약 암세포가 상피세포형이고 종괴 형성(mass formation)이 확인되지 않은 조기에 발견된 환자라면, 화학요법을 먼저 시도하고 반응에 따라 방사선치료 후 수술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암처럼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가 다양하게 시도될 수 있다면 약물치료를 우선 고려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피세포형은 치료제가 매우 제한적이고 질환 특성상 항암치료의 효과도 낮아서, 가능하면 수술치료를 고려한다”고 부연했다.

악성중피종에서 약물치료의 효과가 제한적이던 상황에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거의 20년 만에 기존의 표준요법을 뛰어넘는 치료 성적을 제시, 전기를 마련했다.

이전 치료 경험이 없고 조직학적으로 절제 불가능한 악성흉막중피종 환자 605명을 대상으로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백금+페메트렉시드)과 비교한 CheckMate-743 3상 임상에서 사망의 위험을 크게 줄인 것.

이 연구에서 추적관찰기간(중앙값 기준) 29.7개월 시점에 평가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의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 OS) 중앙값은 18.1개월로, 항암화학요법(14.1개월) 대비 사망의 위험을 26% 낮췄다(HR=0.74. 95% CI 0.60-0.91, p=0.0020). 

2년 전체생존율은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군에서 41%, 화학요법군은 27%로 보고됐으며, 특히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군의 생존 이득은 상피세포형 및 PD-L1 발현율 등 사전에 지정한 하위 그룹에서 모두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Free Survival, PFS) 중앙값은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군(6.8개월)과 항암화학요법군(7.2개월)이 유사했으나, 2년 무진행생존율은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군이 16%로 항암화학요법군(7%)을 크게 웃돌았다.

이후 보고된 CheckMate-743 연구의 3년 추적 관찰 데이터에서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군이 18.1개월, 화학요법군은 14.1개월로 이전 보고와 동일했으나, 사망의 위험은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27% 더 낮은 것으로 집계돼 조금 더 차이가 벌어졌다(HR=0.73, 95% CI, 0.61-0.87). 

또한 3년 전체생존율은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군에서 23%로 화학요법군의 15%를 상회, 생존율에서의 이득이 장기간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악성흉막중피종에서 면역항암제가 기존의 항암화학요법을 넘어선 최초의 3상 임상으로,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은 악성흉막중피종 1차 치료에서 최초의 면역항암요법제로 허가됐다.

이와 관련, 홍 교수는 “기존에 중피종 치료에서 펨브롤리주맙과 같은 PD-1 저해제 단독요법은 임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서 “폐암처럼 단일 유전자 돌연변이가 여러 개 있어서 종양 돌연변이 부담(Tumor Mutation Burden, TMB)이 높은 경우에는 PD-1 저해제를 사용할 수 있지만, 종양억제 유전자의 결손과 함께 카피 넘버가 한꺼번에 변하는(Copy number alteration) 중피종은 PD-1 저해제가 작용하기 전 단계의 면역반응이 유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금 더 초기 단계의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이 이론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CheckMate-743 연구에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군의 환자 중 16%가 2년간 질병 진행 없이 생존한 것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홍 교수는 “기존 세포독성 항암치료에서 상피세포형이 아닌 이상성, 육종형 환자들은 장기적인 치료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러한 무진행생존 데이터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면역항암치료는 장기간 무진행 생존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반응하느냐는 주요한 고려 사항은 아니다”라며 “특히 중피종 항암 치료의 효과 평가는 기존 다른 암종에서 사용되는 RECIST와 다르게 변형된 방법으로, 흉막 병변의 두께를 여러 부위에서 측정하는데, 이러한 반응 평가가 중피종에서 유효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반응률 보다는 무진행 생존 및 환자의 증상 개선이 중요한 지표”라고 강조했다.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악성중피종 환자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전언이다.

홍숙희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을 받은 환자는 40명 정도로 적지 않다”면서 “이 가운데 25% 정도가 1년 이상 반응을 유지하고 있으며, 2년의 치료 과정을 모두 마친 환자도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우리 병원에 방문한 대부분의 환자가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1차 요법으로 허가 되기 전, 이미 1차 치료에 실패한 후 2차 이상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라며 “따라서 1차 치료에서 이미 페메트렉시드와 시스플라틴을 통한 항암치료를 시행하고 병이 진행된 경우였기 때문에, CheackMate-743 연구 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진 않았다”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육종형 또는 이상성에서, 이전에 여러 번의 항암치료를 실패한 경험이 있음에도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효과가 있었다”면서 “실제로 2년간의 치료를 모두 마친 환자도 이상성 육종을 가진 케이스로, MARS-2 연구에서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을 받은 재발 환자의 약 20%가 1년간 무진행 상태를 유지했다는 결과가 있었는데,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보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악성중피종 치료의 미충족 수요(Unmet-Needs)를 완벽하게 해소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홍 교수는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도 효과적인 중피종 치료법이 부재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 뿐, 여전히 미충족 수요는 있다”면서 “특히 이상성 및 육종형 중피종에서는 유난히 화학요법이 효과가 없기 때문에,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이 화학요법의 2배 이상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홍숙희 교수는 “특히 이상성 및 육종형 중피종의 경우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2배 이상의 효과를 보이는데, 이처럼 장기적인 생존 혜택을 볼 수 있는 치료 옵션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늘어난 악성중피종 치료 옵션, 선택의 기준은 ‘보험급여’
CheackMate-743 연구 결과로 악성중피종 약물 치료 옵션이 늘었지만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허들은 건강보험 급여라는 것이 홍 교수의 지적이다.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을 권할 수 있게 됐지만, 비용 부담으로 인해 급여가 적용되는 치료 옵션을 우선 권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

홍숙희 교수는 “약제 선택에 있어 ‘보험이 되느냐’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면서 “환자에게 보험이 되는 약을 먼저 이야기한다”고 밝혔다.

실례로 “상피세포형의 경우 수술을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 옵션을 모두 설명 드린다”면서 “세포독성 항암치료 후 반응에 따라 확장 흉막 박피술 혹은 절제술(extended decortication)이라고 해서 흉막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먼저 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피세포형이지만 종괴가 형성(mass formation)되고 침습이 된 진행 병변이거나, 상피세포형이 아닌 이상성이나 육종형이라면 면역항암제를 고려하지만, 약가 부담이 크기 때문에 처음부터 권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항암화학요법에 비해 면역항암요법의 부작용이 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약제의 선택 기준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홍 교수는 “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가 안전하다고 말하긴 하지만 여보이로 인한 면역 관련 이상 반응의 발생 빈도나 강도가 늘었다”면서 “환자들이 백금 기반 화학요법을 힘들어하긴 하지만, 면역항암치료 시 여보이를 같이 투여하기 때문에 이상반응을 이유로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을 권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실례로 “중피종은 완전 반응을 달성했지만 자가면역성 간염으로 인한 간성 뇌증(hepatic encephalopathy)이 오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일부 육종이나 폐암에서는 여보이를 초기에 몇 번만 투여하고 이후에는 옵디보만 단독으로 투여하지만, 중피종에서는 옵디보+여보이 병용요법 시 여보이를 6주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투여하기 때문에 면역반응 이상반응 관리면에서 더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이상반응이 흔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어서,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를 한 가지만 사용하는 것에 비해 이상반응의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백금 기반의 중피종 항암치료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역항암제의 비용 부담을 무시하긴 어려워, 이상반응 관리를 목적으로 면역항암치료를 선택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암종에서 면역항암제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는 PD-L1 발현율 역시 중피종에서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전언이다.

홍 교수는 “간혹 이상성 중피종에서 PD-L1 발현율이 80~90%로 나오기도 한다”면서도 “중피종에서 PD-L1 발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도 암 자체가 면역원성(immunogenic)이 있어서가 아니라, 중피종의 특이한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것이라 항암치료의 효과와 연관되는 것 같진 않다”고 피력했다.

또한 “발현율이 1% 미만이고 상피세포형이라면 세포독성항암치료를 고려하겠지만, 발현이 된다고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반드시 상관(correlation)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폐암처럼 PD-L1 발현율에 따라 치료 기준을 세울 수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생존에 기여하는 치료 옵션, 급여 제한 안타까워
홍 교수는 과거와 달리 악성중피종 치료 성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질환에 대한 의료진들의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환자들에게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실과 치료 옵션을 알려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숙희 교수는 “무엇보다 의료진들이 질환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세계폐암학회 국제학술대회(WCLC)에서 해마다 플래너리 세션에 중피종이 다뤄지면서 의료진 사이에서도 관심도가 올라갔다”면서 “국내에서도 여러 병원이 중피종 관련 행사를 하고 있고, 올해 초부터 우리나라에서 중피종 임상 시험도 시작됐기 때문에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석면 관리에 대한 적극적인 국가 프로그램도 중요하다”면서 “중피종은 발생률이 높은 질환은 아니어서 일반인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는 없지만, 여전히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역설했다.

실례로 “예전에는 중피종이 진단돼도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으니까’라는 인식이 있어서 폐암처럼 흉수가 차면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시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충분히 수술적 치료나 면역항암치료 등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홍 교수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가 치료제 선택을 좌우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제비 부담으로 인해 면역항암요법을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상황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홍숙희 교수는 “사실상 많은 중피종 환자분들이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않으면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계신다”면서 “일단 산업재해 등록부터 써야 할 서류가 많고, 승인도 6개월~1년 정도로 오래 걸려서,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았던 많은 환자들도 여러 치료를 시도했음에도 병이 진행돼, 추가적인 치료 방법이 없을 때에야 어쩔 수 없이 면역항암치료를 시도하곤 했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 어려움을 더욱 실감한다”면서 “특히 이상성 및 육종형 중피종의 경우 옵디보와 여보이 병용요법이 2배 이상의 효과를 보이는데, 이처럼 장기적인 생존 혜택을 볼 수 있는 치료 옵션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굉장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중피종 환자 수가 많지 않아서 건강보험을 적용하더라도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약가로 치료를 시도할 수 없는 환자분들을 보면 저희도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