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의사회장 "비대면 진료 확대, 지역의료 붕괴 우려”

코로나19 시기 수준 복귀...오진 및 오남용 우려 제기

2024-08-06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정부가 의료대란에 대한 대응책으로 비대면 진료를 확대한 이후 진료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보도되자 시도의사회장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지난 2월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끝날 때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면서 모든 의료기관에서 횟수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 건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5월 만성ㆍ경증 질환 환자들의 이용량이 늘어났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고,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지난 상반기 비대면 진료가 28만건 이상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 시도의사회장들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선 여전히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시도의사회장들은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비대면 진료에 대한 회원들의 반응에 대해 대전광역시의사회 임정혁 회장은 “모든 진료는 문진, 촉진, 검사 등을 통해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진찰 및 처방한다”며 “비대면 진료는 환자에게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 대전 지역 개원의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광역시의사회 민복기 회장도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 환자 중에 연세가 많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 위주로 비대면 처방이 늘고 있다”며 “다만 만성질환을 제외한 대부분 질환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잘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그 이유로 “진료 시 문진과 시진 이외에도 필요시에는 촉진, 타진, 신경학적 검사 등을 시행해야 하는데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는 이러한 진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진이나 의료 분쟁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모든 질환에 대해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경상남도의사회 김민관 회장도 “비대면 진료를 원하는 환자를 거의 경험하지 못했는데, 개인적으로 딱 1명의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다”며 “17세 여학생이었는데, 단지 병원에 오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처럼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에서 비대면 진료의 전면 확대는 전혀 필요하지 않고, 국민들도 비대면 진료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비대면 진료는 특별히 필요한 상황에서만 허용하고, 제한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시도의사회장들은 비대면 진료가 지역의료 붕괴와 오진 및 오남용의 위험을 내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경상남도의사회 김민관 회장은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을 얼마나 느끼냐고 묻고 싶고, 실제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는지 묻고 싶다”며 “비대면 진료를 해봤다면 그 진료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신빙성이 있었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 대부분은 대면 진료가 가능한 의료환경에서 지내고 있는데 왜 국민이 이용하지도 않는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지도 묻고 싶다”며 “비대면 진료는 꼭 필요한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지, 대면 진료를 대체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북특별자치도의사회 정경호 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명백히 필요성과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편의성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해야한다”며 “문진과 시진에 의존하는 한계로 인해 오진 위험이 증가할 수 있고 이는 법적 책임으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또 “약물 오남용과 오진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안정성ㆍ유효성 및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검증을 장기간에 걸쳐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상북도의사회 이길호 회장은 “비대면진료는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제한된 상황에서만 허용돼야한다”며 “현재 일시적인 정치적, 의료적 환경에 의해 단기적 해법으로 비대면진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면 진료의 보조적인 수단이어야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또는 과오를 줄일 수 있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대면 진료는 제대로 된 진단이 어려워 초진은 절대 허용되어선 안 되며,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 역시 우려되는 만큼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며 “코로나19의 시대를 지나며 비대면에 익숙해졌지만, 진료는 비대면으로 음식을 배달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비대면진료가 가능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 속에서 오로지 편의 하나만을 위해 허용하기엔 너무 위험하며, 환자만의 구술만으로 진단한다면 오진과 의료사고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광역시의사회 임정혁 회장은 “노인, 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비대면 진료로 인한 의료 질 저하 우려가 크다”며 “비대면 진료 확대는 기존 의료 전달체계를 무너뜨려 지역 병원의 환자 감소를 초래하게 되고 이는 결국 국민들의 균형 잡힌 의료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대구광역시의사회 민복기 회장은 비대면진료가 지역의료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의료 전달체계가 무너져 있어 1, 2, 3차 의료기관의 구분이 무의하다”며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면 의료취약 지역에 의료환경 개선보다는 수도권의 대형병원의 집중화가 더욱 진행돼, 현재도 취약한 지역 의료기관에 붕괴가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추가적인 범유행 공포에서 원격진료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이 있지만, 세계에서 원격진료가 제일 활성화된 미국이 코로나 19 대유행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보면, 원격진료가 범유행 감염병 유행에 별 효과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오히려 “국내 코로나19 사태를 보면 지역마다 촘촘히 위치한 동네 의원들의 완충작용이 있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에 의료계에선 비대면 진료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