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야당대표 헬기이송, 의사ㆍ구급대원만 피해" 공분

권익위, 이재명 전 대표엔 ‘위반 없다’ 판단...응급의료에 부정적 영향 우려

2024-07-24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권익위가 올해 초 부산에서 흉기로 피습을 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헬기 이송을 맡은 구급대원과 치료를 담당한 의사들에게 위법 결정을 내리자 의료계가 크게 반발했다.

헬기 이송 수혜자인 이재명 전 대표와 이를 요청한 당시 비서실장, 천준호 의원에게는 위반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공정한 처사가 아니라는 쓴소리다.

▲올해 초 부산에서 흉기 피습당한 야당 대표와 관련, 권익위가 구급대원과 의사들이 해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월 부산에서 흉기로 피습을 당한 이재명 전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 후 119구급헬기를 이용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이후 부정청탁ㆍ특혜 제공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신고가 이어지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2일 전원위원회를 개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국회의원에 대한 행동강령 위반이 적용되지 않는 대상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다면서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를 응급처치하고 치료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의사, 그를 이송한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들(119구급대원)에 대해서는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의 전원과 응급의료 헬기 이용 과정에서 행동강령 위반으로 판단, 감독기관 등에 각각 위반 사실을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권익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 응급의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제1야당 당시 당대표와 비서실장은 국회의원이라며 관련 법 조항 미비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 부산소방재난본부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는 징계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권익위 결정이 형평성에 맞고 공정하냐”고 반문했다.

이어 “원거리 특정 병원으로 전원을 요청,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킨 정치권에 대해 올바른 판단과 따끔한 질책을 통해 건강한 응급의료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며 “우리 사회 스스로 자정 작용이 일어나 일부의 그릇된 특권 의식이 응급의료체계를 흔들지 않도록 해서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급성질환이나 외상, 만성질환의 급성 악화 상황에서 불편이나 불만 없이 응급의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학회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서울대병원ㆍ부산대병원ㆍ소방공무원을 징계하려는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학회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며 최선을 다한 소방공무원과 의사에게까지 이러한 모욕과 사회적 비난, 나아가 이들의 공직 생활과 교직ㆍ병원 생활에 불이익을 주는 징계까지 기어이 주려하는 의도나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어 “아무 죄 없는 이들에게 행동강령 위반이라는 허울로 멍에를 씌우며 기어이 징계 통보를 결정한 권익위는 향후 응급의료 부문, 특히 전원 과정ㆍ항공 이송과정에서 국민이 겪을 불편함과 더불어 국민의 생명ㆍ건강ㆍ안전의 위협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누구를 위한 권익위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알 텐데, 전원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원칙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서, 잘못은 있는데 처벌 대상자는 없고, 그러다보니 청탁은 있는데 청탁 대상자는 처벌이 안되고 있다”고 힐난했다.

또 “결국은 법이나 규정으로 해결하는 부분이 있고 인성이나 도덕, 윤리로 해결하는 일들이 있다”며 “병원에서 진료 받기 위해 줄을 서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다 보니 이런 상황이 계속 생긴다”고 성토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임현택)도 "힘없고 약한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일갈했다.

의협 채동영 홍보이사겸부대변인은 “권익위의 결정에 대해 비난하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부분은 이런 사건이 터지면 위에 있거나, 힘센 사람들이 이런 일을 시키는데, 피해는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본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에 힘없는 의료진이나 구급대원만 피해를 볼 것이고, 힘센 사람들은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