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성 큰 아토피피부염, 최적의 치료제 선택할 수 있어야”
국내 전문가 90% 이상 교체 투약 동의...급여 제한에 발목
[의약뉴스]
써 봐야 답을 안다.
아토피피부염 치료 옵션이 늘어나면서 약제 전환(Switching)에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질성이 커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 전략이 필요한 아토피피부염에서 각 개인에 맞는 치료제를 찾아가는 과정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다.
실제로 최근 국내외 아토피피부염 진료지침에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를 크게 생물학적제제와 표적치료제(JAK 억제제)로 구분하고, 한 가지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약제를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역시 올해 진료지침을 개정하면서 생물학적제제 투약 중 반응이 불충분한 경우 다른 생물학적제제나 JAK 억제제로, 반대로 JAK 억제제 투약 중 반응이 불충분한 경우에도 다른 JAK 억제제나 생물학적제제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약제 전환시 건강보험 급여 유지 여부를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약제 전환의 근거수준을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직까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전환시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목표로 진행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임상이 제한적이어서 진료지침의 권고수준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허가 임상의 장기 추적관찰 연구와 실사용근거(Real-World Evidence, RWE)들이 축적되면서 교체투약을 지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진료지침 역시 교체투약의 근거수준은 아직 높지 않지만, 아토피 피부염 전문가 패널 50명 가운데 90% 이상이 교체투약을 지지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다른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약제간 전환이 자유롭게 진행되고 있고, 심지어 최근 출시된 새로운 계열의 치료제들은 약제간 전환의 근거가 미약해도 교체투약을 허용하고 있어 아토피피부염만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가운데 3일, 한국애브비가 아토피피부염의 최신 지견을 공유하고자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강의를 진행한 노원을지대병원 한태영 교수와 양산부산대병원 고현창 교수, 국립중앙의료원 안지영 교수는 이구동성으로 교체투약의 허들을 없애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가운데 한태영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상당히 이질적인 질환으로, 관여하는 면역세포가 다양하며, 인종에 따라 아토피피부염에 관여하는 면역세포의 비중도 다르다”면서 “따라서 아토피피부염을 잘 치료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 치료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산부산대병원 고현창 교수는 “아직까지 어떤 환자에게 어떤 치료제가 더 적합한가 하는 바이오마커는 없다”면서 “미리 알고 치료하면 좋은데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환자의 임상적 특성을 고려해 치료제를 선택한 후 반응이 충분치 않을 경우 약제를 전환하며 최적의 치료제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교체투약의 근거도 쌓여하고 있다. JAK 억제제들은 이미 허가 임상의 장기추적 관찰 연구에서 기존의 생물학적제제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JAK 억제제로 전환한 후 반응이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으며, RWE도 쌓여가고 있다.
한태영 교수는 “해외 연구를 보면 생물학적제제인 듀필루맙(제품명 듀피젠트, 사노피)를 투약했지만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해 우파다시티닙(제품명 린버크, 애브비)으로 변경한 경우 52주차에 습진중증도지수(EASI)가 90% 이상 개선된(ESAI 90) 환자가 90%, 100% 개선된 환자도 83%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JAK 억제제 계열 내에서도 바리시티닙(제품명 올루미언트, 릴리)의 치료 효과가 부족해 우파다시티닙으로 변경한 환자에서 EASI 75 달성률이 90%에 달했다”면서 “JAK 억제제 치료 후 다른 JAK 억제제를 투약해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충분한 효과를 개선하는 것 뿐 아니라 부작용을 관리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약제간 전환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생물학적제제에서 발생한 건선병변이 우파다시티닙으로 전환한 후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생물학적제제를 투약하는 환자 중 약 30%에서 보고되는 결막염도 우파다시티닙으로 전환한 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생물학적제제의 가장 큰 부작용인 두경부피부염 악화도 약제 전환 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교체 투약을 제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교체투여시 급여를 인정하지 않아 효과적인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교체 투약의 근거들이 주로 생물학적제제에서 JAK 억제제로 전환한 케이스를 담고 있어 생물학적 제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립중앙의료원 안지영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은 굉장히 다양해서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이 더 적합할지 알 수 없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어떤 약이 더 적합할지, 그 결정을 확신하기 어려워순서(우선 순위)를 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계열에 상관없이 어떤 약이든 교체 투약이 가능하게 되기를 원하는 것이 학회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안 교수는 ”아토피피부염과 유사하게 생물학적제제와 JAK 억제제를 사용하는 건선에서는 약제간 교체투약에 급여를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 출시된 TYK2 억제제도 교체 투약을 허용하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겉으로 드러나는 EASI뿐 아니라 통증이나 가려움증 등 주관적 증상 많은데, 이러한 부분은 반응평가에서 인정 받지 하며, 부작용도 평가에서 배제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스위칭 원하는 환자가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심평원에서 교체투약에 대한 보완자료를 요청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면서 “학회 차원에서도 우리나라의 근거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