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전공의 6월 사직 9월 모집은 내분 유도 의도"

내부 분열로 대정부 의지 약화시켜, 내년 대다수 복귀 전망” 지적

2024-07-02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정부가 전공의들의 분열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월 전공들의 사직서 처리에 이어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으로 내부 분열을 유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지를 약화시켜, 내년에 대다수 전공의들을 복귀시키려고 한다는 것.

바른의료연구소는 최근 수련병원에 발송된 보건복지부의 ‘전공의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관계 정리’ 문서를 분석,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복귀가 어려운 전공의에 대해 조속히 사직 처리해 6월 말까지 병원 현장을 안정화시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조 장관의 발언 이후 각 수련병원에는 복지부가 발송한 ‘전공의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관계 정리’ 문서가 도착했다.

이 문서에는 ‘3년 초과 계약을 맺은 전공의는 민법 659조에 따라 고용기간 3년이 지나야만 계약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이 경우 효력은 3개월이 지나야 발생한다’, ‘1년 계약을 맺은 전공의의 경우, 계약종료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갱신거절을 할 수 없고, 계약은 근로자가 거부해도 강제로 자동 갱신된다’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는데, 이 같은 내용은 오류 및 허위 사실이라는 것이 연구소측의 지적이다.

▲ 보건복지부 전공의 사직서 제출 관련 법률관계 정리(자료 출처: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소는 “고용계약과 근로계약은 법적으로 구분된 개념”이라며 “복지부가 든 민법 659조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프리랜서 등에 대한 고용계약에 해당하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므로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근로자는 계약 체결 1년 경과 후 언제든지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면서 “‘고용 기간이 3년이 지나야 계약해지 통고가 가능하며 효력 발생 시점도 3개월이 지나야 발생한다’는 복지부의 주장은 전공의의 계약 형태를 근로계약이 아닌 고용계약으로 오인해 법률을 적용한 것으로, 명백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또한 1년 단위로 계약한 전공의의 경우 계약이 자동 갱신된다는 복지부 주장 역시 허위사실이라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연구소는 “계약만료와 사직은 법적으로 구분하는 개념으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결되고 갱신거절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근로기준법상 사업주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30일 전 서면으로 통지해야한다는 법적의무가 있지만 근로자에겐 그런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근로계약을 강제로 갱신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계약 원칙과 강제노동 금지 원칙을 침해하고 근로기준법에도 위배된다”면서 “근로자가 계약만료 시점에 갱신을 거부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로, 이를 제한하는 계약 조항이나 관행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역설했다.

전공의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며, 계약 종료와 갱신 거부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나아가 연구소는 ‘사직한 전공의를 6월로 퇴직 처리하라’는 것이 이이 문서의 핵심이자 암묵적인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2월이 아닌 6월로 사직을 처리해야 정부가 바라는 대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전공의들은 2월에 제출한 사직서 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압박으로 각 병원들은 6월로 사직서를 새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이 새 사직서 제출을 끝내 거부한다면, 복지부가 보낸 문서에 근거해 병원들은 1년 단위 계약 전공의나 인턴들을 2월로 계약 종료 및 퇴직처리 하고, 3년 이상으로 계약한 전공의와 특약이 있는 전공의들은 병원 마음대로 6월로 퇴직 처리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월로 사직 처리하면 전문의 취득 시기를 기준으로 하반기 모집에 지원해 9월에 일하거나 내년 3월부터 일하나 차이가 없다”며 “2월로 사직 처리하면 정부가 원하는 것과 달리 하반기 모집 지원자가 현저히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6월로 사직 처리하면, 전공의 수련 도중 사직하는 경우에는 사직 시점에서 1년이 지나야 동일 과목 및 동일 연차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현 규정에 근거해 빨라도 내년 하반기에나 전공의 지원이 가능하다”며 “정부가 전공의들을 6월로 사직 및 퇴직시킨 후, 이번에만 한시적으로 허용해줄테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바른의료연구소는 정부가 기존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유도하는 배경에 전공의들을 분열을 유발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연구소는 “만약 사직한 전공의가 다른 병원 인기과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거나 지방에서 수련받던 전공의가 사직 후 수도권과 빅5 병원에 동일 과목ㆍ연차로 지원하면 전공의 내부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이런 내부 분열이 정책 반대 의지를 약화하고 늦어도 내년에는 대다수 전공의가 결국 복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명령 철회와 사직서 수리 종용으로 수련병원과 전공의 갈등을 유발하고 전공의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파렴치한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위해 편법을 시도하는 등 그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역설했다.

이에 “만약 정부가 대한민국 의료 파멸을 막을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무리한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