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둘러싼 의-정 갈등, 접근법의 차이 극복해야"

여의도성모병원 김성근 교수...“젊은 의사들이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

2024-07-01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현재의 의-정 간 갈등이 의대 정원에 대한 논리적, 과학적 접근과 정치적, 사회적 접근이라는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으로 활동했던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김성근 교수는 6월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서울특별시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의료대란 난중일기’라는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먼저 김 교수는 의대 정원 증원이 발표된 이후, 정부의 방침과 의료계의 대응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했다.

▲ 김성근 교수.

그는 “의대 정원 증원은 정부로부터 선전포고, 기습공격을 받았는데, 지난 2월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했고, 곧바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 발표됐다”며 “설 연휴 직전의 발표였고, 보정심 회의 직전에 숫자가 발표됐는데, 발표 이후 의협 이필수 회장이 사퇴해 의료계로선 어려운 상황에서 대응해야했다”고 전했다.

이어 “의협은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대응할 방법을 찾고자 2월 7일 온오프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개최했다”며 “같은 날 정부는 어떠한 의사표현도 한 적이 없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집단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업무개시명령, 진료유지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후 "의료계도 전열을 정비해 반격을 시작했는데, 2월 9일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했고, 의대생들이 단체 휴학을 선언했으며, 전공의들도 비대위를 결성, 수련병원을 사직하면서 7대 요구안을 발표했다"고 부연했다.

이 가운데 김 교수는 지난 3월 20일,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배분을 두고 ‘2000명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둔 발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발표를 보면 정원 수가 가장 이상한 곳은 강원대였는데, 가장 마지막 자리수가 2로 끝나는 유일한 학교”라며 “끝수를 맞추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 보는데, 결국 2000명이라는 숫자에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비대위가 활동에 있어서는 내ㆍ외부적으로 위험요소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내ㆍ외부적으로 위험요소가 있었다”며 “내부적으로는 회장의 사퇴로 집행부가 와해됐고, 대의원회에서 비대위를 구성했지만 집행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하필이면 차기 의협회장 선거가 있어서 투쟁 기간 중 회장 선거가 진행되는 애매한 상황이 연출됐다”며 “외부적으로는 4월 10일 총선이 있었고, 정부가 여론을 등에 업고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이는 상황이라 이를 반전시키기 굉장히 어려웠다”고 전했다.

또 “의협회장 선거가 마무리되고, 임현택 회장이 선출되면서도 내부 갈등이 발생했다”며 “비대위에서 회장 당선인의 역할과 집행부-비대위 간 역할분담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며 “투쟁을 진행하면서 해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는 물론,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괴리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의료대란에 있어 의료계와 정부의 접근 방식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의료대란의 성격을 보면 의료계는 논리적 사고에 더해 과학적으로 문제를 접근하려고 하지만, 정부는 정치적 사고에, 사회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정치적 사고로 접근하는 걸 논리적 사고로 극복할 수 있느냐, 사회적 접근과 과학적 접근법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인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의료대란 이후 ▲의료인에 대한 법적 보호 ▲적정 보상 ▲성과중심 수련제도 도입 ▲지역의료, 공공의료 국가 책임제 ▲필수의료 국가책임제 등이 도입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 응급의료, 수술은 누가 할 것이고, 당직이나 지역의료는 누가 지키며, 분만은 누가 나서 아이를 받을 것인가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병원 밖으로 나간 젊은 의사들이 과연 어디로 돌아올 수 있을지 고민으로, 이런 고민이 기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