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교협ㆍ의학회 "의대 증원 관련 정부 자료에 경악”

법원 제출 자료 관련 기자회견 개최...의료개혁특위 ‘수련체계 개편안’도 강력 비판

2024-05-13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법원의 명령으로 공개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정부의 자료에 대해 의대 교수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탄식했다.

수천 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이 무색하게 기존에 알려진 보고서들을 인용한 주장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학회는 13일 의협회관에서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대한의사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한의학회는 13일 ‘의대입학정원 증원의 근거 및 과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을 비롯,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안덕선 원장,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전 위원장,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 전국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고범석 교수가 참석했다.

이에 앞서 법원은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생ㆍ전공의ㆍ교수와 수험생이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항소심 심문에서 정부에 2025학년도 증원 작업을 보류하도록 주문했다.

아울러 정부에 정원 2000명 증원과 40개 대학 정원 배정을 결정한 근거자료 및 관련 회의록을 5월 10일까지 제출하라고 주문하고, 정부 자료 제출 기한 다음 주인 5월 셋째 주 중에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에 전의교협과 의학회는 정부가 제출하는 자료를 검증하기 위해 ‘과학성검종위원회’를 구성, 지난 9일부터 기존에 입학정원 증원의 근거라고 알려진 3가지 보고서를 포함한 자료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 10일, 법원에서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자 이를 검토한 후 13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창수 회장은 “정부가 어떠한 근거로 2000명이라는 특정 숫자를 결정했고, 선전포고하듯이 기습적으로 발표했는지 궁금했는데, 재판부의 결정으로 숨겨왔던 기록을 볼 수 있게 됐다”며 “검증에는 통계학 전문가, 보건정책전문가 등 약 20명의 교수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회장은 “자료를 검증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수천 장의 근거자료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기존 보고서 3개를 인용한 주장 외에 없었다”고 주자했다.

이어 “세 문장이면 끝나는 근거가 다였고, 기존 보고서 재탕 외에 재판부가 석명으로 요청한 증원을 결정한 새로운 객관적인 용역이나 검증도 전무했다”며 “정부는 수많은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2000명을 증원한 근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6일 기자회견이 예정됐다며 시급하게 진행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언급된 것이 증원 관련 회의의 전부라는 게 김 회장의 설명이다.

이에 김 회장은 “행정소송은 절차적인 문제에 대한 판단을 구하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한 경우에 이기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정책의 내용과 근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의 중요한 대계는 주술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치열한 논쟁, 토의를 거쳐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 우리가 결정한 정책이 후대의 피해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선 통일된 목소리로 원점 재논의를 얘기했지만,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확인하면서 ‘원점’이 없었고,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불합리한 정책의 추진을 백지화하고, 의사를 포함한 보건인력을 과학적으로 추계해야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대한의학회 박형욱 부회장은 최근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발표한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안’에 대해 의학회 및 26개 전문과목학회의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국가 차원의 ‘전공의 수련ㆍ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수련병원별 프로그램 인증 등 수련환경 평가를 강화해 수련병원 지정 및 전공의 배정 시 반영하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현행 인턴제를 포함한 전공의 수련체계를 전면 개편해 현재와 같은 총 4~5년의 편제 내에서 1~5년 차까지 내실 있는 통합수련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위해 전공의 수련 교과과정, 지도전문의 배치기준 등 인적ㆍ물적 기준의 전면적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공의가 전달체계별로 상급종합병원-지역종합병원-의원’을 골고루 수련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협력 수련체계를 마련하고, 수련 중 지역ㆍ필수의료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수련체계 개편에 따라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 재정으로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내실 있는 수련을 위한 적정 전공의 근로시간을 검토하는 등 전공의 근로시간 단축 방향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학회들과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설익은 수련체계 개편안이 무분별하게 발표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2000명 의대 정원이라는 졸속 행정에 이어, 전공의 수련마저 졸속행정의 희생양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며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면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26개 전문과목학회와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겠다는 정책을 수련체계 개편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며 “지금 의료현장에 전공의들이 없는데, 마치 군사 작전을 하듯 수련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또 “의료개혁특위는 전공의 수련을 담당하는 개별학회의 전문성과 역할을 인정하고 개별학회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한다”며 “학회의 전문성과 역할을 무시하고 비전문가들이 모여 수련체계 개편을 발표하는 것은 의료개혁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파괴”라고 일갈했다.

특히 “교육은 백년대계로, 수년간 전문학회와의 논의를 통해 다듬어야 하는 수련체계 개편을 어느 날 갑자기 추진하겠다고 하는 건 정부와 의료계의 신뢰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은 수련을 담당하는 전문학회와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