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회 “의대정원 확대 낙수효과 기대못해”
추계학술대회 개최...의료분쟁 특례법ㆍ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필요
[의약뉴스] ‘필수의료’ 강화와 관련,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해법에 대해 내과의사회가 필수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의대 정원 확대보단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 수가정책 개선,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는 2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26회 정기총회 및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박근태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 동안의 긴 터널을 지난 6월 1일부터 엔데믹으로 전환돼 일상생활로 돌아왔다”며 “지금 상황 또한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에 확진이 늘어나고 있어 항상 방역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내과의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는 검체 수탁에 관한 건으로, 현재 진행 중인 용역 결과가 11월 말에 나올 예정”이라며 “검체 수탁은 일본의 사례처럼 자율 정산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 지난 8월 복지부 차관과의 간담회에서도 의견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또 “생검용 포셉과 절제용 스네어 수가 인하건도 지금 논의 중으로, 이는 내시경 수가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내과의사회를 포함, 소화기내시경학회, 위대장내시경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외과의사회, 가정의학과의사회와 함께 공조해 회원들에게 불이익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성질환 시범사업이 내년에 본 사업으로 건정심에서 보고됐는데,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많은 회원들의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모든 역량을 기울여서 회원들이 편하게 접근하고, 많은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회장은 필수의료 강화와 관련, 의대 정원 확대는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의 확보를 위해 정부는 의대정원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필수과목을 기피하고 지방 의료인프라 붕괴를 일으키는 원인을 파악하기보단 정치적 목적의 지방의대 신설법안을 발악하고 ‘낙수효과’ 같은 비현실적 예측을 하기도 하며 의사 수입에 대한 과장된 통계를 인용해 네거티브 여론몰이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타 의료선진국에서처럼 의료상황을 반영한 적정 의사 수를 모니터링하고 추게하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과 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며 “내과는 업무량에 비해 저평가되는 우리나라의 처참한 현실 때문에 내과 전공의 지원율,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낮아지고 있는데, 이 문제는 정부와 의료계가 원인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박 회장은 21일 일본임상내과의사회(회장 스가와라 마사히로)와 간담회를 열고, 일본과 우리나라의 의료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류했다. 임상내과의사회와의 간담회에서 내과의사회는 ‘일본 의사에 대한 형사소송이 없는 것’에 대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의료정책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2013~2020년 기간 동안 의료분쟁조정 중재 신청 견 중 사망 신청 건은 내과가 전체건수의 36.6%를 차지하며 단연 압도적으로 나타났다(정형외과 신경외과 순).
2013~2018년 사이에 검사기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으로 일본 경찰 신고 건수(연평균 82.5건) 대비 9.1배이고, 영국 의료과실 의심 관련 과실치사 경찰 접수 건수(연평균 24건) 대비 31.5배 높은 수치이다. 복잡성과 응급성이 높은 환자를 진료하는 내과가 의료과실로 인하여 민ㆍ형사 책임의 대상이 되는 대표적인 진료과목인 셈이고 예비의사들의 기피 과목이 될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은 “최근 검진 대장내시경 하다가 직장에 천공이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며 “천공이 있는 걸 보고 빠르게 전원을 했지만, 대학병원에서 클리핑하다가 사망했는데, 해당 사건의 의사는 형사기소됐고, 실형을 선고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에 대해 스가와라 회장은 ‘이런 황당한 케이스가 다 있느냐’고 말했다”며 “과거 일본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하다 신생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당시 형사기소가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이때 국민 여론이 산부인과 의사가 분만을 안하면 누가 분만을 하느냐며 의사의 편이 되었고, 여기에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의료사고는 형사소송을 하지 않으면서 자정됐다”며 “검찰에서도 악의적으로 환자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니면 형사기소를 안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지만 법원에서는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며 “무너진 필수의료를 되살리기 위해서 기장 선행돼야 할 것은 고의에 준할 정도의 의료과실이니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 등을 제외하고는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도록 하는 ‘의료분쟁 특례법’의 제정”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의료과실에 대한 과도한 법적 처벌은 방어 진료를 조장하고 예비의사들의 필수의료분야 지원 기피를 가중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라며 “의료계가 힘을 합쳐서 의료사고 구제법을 만들어야 하고, 지금 내과 전공의 지원과 분과 전임의 지원 문제라든지 현 상황이 내과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도 일본에서도 똑같은 고민을 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는 “일본도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의대 정원을 늘렸지만, 문제는 지역 의대를 나와서 지역 의사를 해야 했는데, 20%만 지역에 남고, 나머지 80%는 도시로 갔다”며 “지역 의사는 여전히 부족했고, 의대 정원 확대가 되면서 의사 과잉 문제가 생긴다고 일본의사회에서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초고령사회 때 의대 정원을 확대했더니, 지역 의대를 늘려도 대부분 인프라가 좋은 도시로 간다고 한다”며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피부과, 안과, 정신과, 정형외과가 인기 많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줄어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내과의사회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수가 정책 개편 및 재정 지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근태 회장은 “국민의 건강문제를 보살피는 동네 의원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폭적인 재정지원이 요구된다”며 “지난 6월 29일 보건복지부는 건정심을 통해 내년 건강보험 환산지수 결정안을 의결했는데 의원의 환산지수는 1.6% 인상에 그쳐 2008년도 유형별 수가 협상을 시작한 이래 최저인상률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이어 “최저인상률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행위목록에 따라 환산지수에 차등을 두고 일부 분야에서 확보한 제정을 필수의료의 다른 영역에 투입한다는 것”이라며 “건정심은 추가 소요재정을 미리 밝히지 않고 공급자단체를 배제한 채 그들만의 기준으로 정한 진료비 증가율을 참고해 인상률을 정하는 밀실 행정을 일삼는데, 급여화 우선순위의 원칙과 결정 과정, 수기 협상 일련의 과정을 투명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일차 의료는 필수의료의 중심축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주 기능은 외래 진료이며 일차 의료에서 수행해야 할 적정진료에 대한 수가 산출을 통해 형편없이 낮은 현재의 진찰료 수준을 개선하고 기본적인 행위 수기를 보전해야 한다”며 “일차의료에서의 진료 영역을 건강검진, 지역주민에 대한 포괄적 건강관리, 교육 및 방사업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구 고령화에 따라 많은 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성질환 관리와 커뮤니티 케어가 동네 의원 중심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과 유관기관과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재정 지원방법으로 정부는 공공정책 수기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응급의료기금이나 국민건강증진기금 등 기금 마련을 통한 재정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