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심평의학 이어, 판결ㆍ비평의학까지 위기 봉착
홍석준 의원·의협, 필수의료 국회 토론회...재정 지원 및 법ㆍ제도 등 개선 필요
[의약뉴스] 심평의학에 이어, 판결ㆍ비평의학등 위기에 봉착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전체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종합적 지원 방안’이란 발제를 통해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재정 지원 및 법과 제도 등 전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이후, 일부 의료기관의 대리수술 논란, 농촌지역의 의사부족 현상,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기피 현상 등이 이어지면서 의사 인력 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 원장은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하나는 표를 의식한 사이다 정책으로 전문가의 합리적 의견을 말살하는 포퓰리즘, 정치폭력이다”며 “다른 하나는 획일적 기준으로 의학적 질과 창의력 저하를 야기하는 심평의학으로 행정폭력이 야기됐고, 치료의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의사를 형사처벌하는 사법폭력까지 얹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우 원장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필수의료 분야의 재정적 지원 ▲법과 제도의 개선 ▲보건의료 정책의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 필수의료 분야의 건보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연구에서 이미 확인됐기 때문에 정상화를 위한 건보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며 “수가 인상의 재원은 ‘공공정책수가’ 신설을 통해 일부 해결할 수 있는데, 적용 분야로는 ▲사회안전망 ▲시장실패로 적절한 공급이 어려운 의료서비스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증진과 관련된 공공보건의료 분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는 건강보험 재정 외 별도의 기금이나 예산을 통해 국가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의 경우 보건의료분야 민간영역에 공공적, 공익적 기능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별도의 기금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우리나라는 의료인이 악의적 고의, 과실이 없는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를 했음에도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며 의료인을 법정 구속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 의사들은 중환자나 응급의료 분야 대신 소송 위험이 적은 안전한 분야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 원장은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의대 학사 커리큘럼 및 전공의 수련 교육 과정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은 2년의 의예과와 4년의 의학과 과정으로 구성됐는데 이는 체계적ㆍ포괄적 의학교육을 하는데 지장이 있다”며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충실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3년 임상전 교육과 3년 임상교육으로 구성된 6년 통합의학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전문직 정체성의 형성을 위한 교육은 전 학년에 걸쳐 학년별 시기별 학습의 내용과 심도에 맞춰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은 인턴 1년 이후, 전공의 수련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충분한 수련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인턴제를 폐지하고 주요한 분야에 대한 임상공통수련과정 제도를 통해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진료 및 처방 등 실질적인 환자 진료업무를 내실있게 수련ㆍ교육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의사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버텨왔지만, 더 이상 버틸 힘도, 동기도 없다”며 “필수의료 분야가 싫다고 리스크가 적고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분야로 의사들이 간다고 의사를 마녀사냥하고 윤리적 비난을 한다고 사태 해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우 원장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불편한 뉴스들에 대한 해법으로 의대정원 증원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필수의료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거나 공공의대를 신설하는 해법은 더 큰 문제와 후유증만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전성훈 법제이사는 발제를 통해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이사는 “우리나라 필수의료 분야가 붕괴되는 이유는 저수가와 더불어 일본, 독일 등 국가들에 비해 수십배에서 수백배 높은 ‘의료과오의 형사처벌 경향’에 기인하고 있다”며 “의료사고의 형사처벌 경향이 심뇌혈관, 중증질환, 출산 및 소아질환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진이 적극진료 및 소신진료에 나서지 못하게 한다는 무거운 지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지금과 같은 처벌 일변도의 규제 위주 정책보단 고위험진료 및 필수의료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 일정한 요건 하에 형사소추의 특례를 두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전 이사의 설명이다.
필수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의 선행입법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있는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조건으로 형사면책을 허락해, 운전자의 보험 가입을 유도,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 분쟁 비율을 감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 이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는 운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 것처럼, 필수의료사고특례법 역시 동일한 취지의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사고에 대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환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의료행위 등을 제외하고 형사상 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를 규정, 필수의료 제공환경을 보장하고, 환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성훈 이사는 “필수의료종사자의 필수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의 처리에 대해 이 법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형사처벌의 특례를 적용하는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정하고, 필수의료행위의 구체적 범위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필수의료행위로 인해 형법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의료사고를 발생한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고, 환자 사상의 의료사고를 발생시킨 경우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