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탄고토(甘呑苦吐)
2006-05-28 의약뉴스
한동안 정치 세계에서 배신이라는 단어 대신 ‘팽(烹)’이란 말이 자주 오르내리곤 했다. 토끼 사냥에 이용당한 후 잡혀 먹힌 사냥개 신세를 비유하며 ‘토사구팽’ 또는 ‘팽’ 당했다는 말로 대신했던 것이다.
그 충격으로 실어증을 겪는가 하면 대인 기피증까지 불러일으키는 인사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불상사가 정치인들간에 일어나는 경우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인의 배신 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요즘 총선을 앞둔 여야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 수 감축을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하고 한술 더 떠 세비를 14% 인상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IMF 당시, 구조 조정을 빌미로 말단 공무원을 해직시킬 당시에는 국회의원 역시 예외가 아니라며 아픔을 함께 나누자던 약속을 저버린 채 이제 와서 국민을 배신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국회 정치개혁 특위 선거법 소위원회는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출마할 수 있는 선거를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선거로 국한한 규정을 바꾸어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도 사퇴 없이 출마할 수 있도록 하고, 반면에 단체장이 자기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면 180일 전까지, 타 지역구에서 출마하려면 60일 전까지 현직에서 사퇴하도록 하는 이기적이고 불공평한 선거법 개정을 시도하려다가 여론에 부딪쳐 보류시킨 상태다.
구조 조정의 우선 대상은 일선에서 민원을 맡고 있는 공무원도, 세비를 받지 않고 주민의 눈과 귀가되어 온 구의원도 아니었다.
감축 대상은 바로 네 여자의 치맛바람과 某 기자의 문건 공방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 채 시급한 민생 현안을 나 몰라라 한 국회의원들이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제시하기 보다 과거를 들추며 보복을 일삼는(과거에만 집착하는) 당쟁의 주역들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마음이 팔려 세비를 인상시키자마자 지역구로 발길을 돌리는 바람에 의결 정족수 미달로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국회를 파행시킨 장본인들이다.
특정 단체나 특정 지역 주민들의 권리 주장은 집단 이기주의나 ‘님비’ 주의로 매도하면서 스스로 ‘님비’ 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의 선도자 역할을 하는 그들을 가리켜 어떻게 ‘국민이 뽑은 인재며 엘리트’인 선량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의 숫자를 감축함이 부당한 처사라면 구조 조정으로 공직을 박탈당한 공무원도 구의원의 수도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
이 나라의 주인은 의원 당사자가 아니라 의원을 선출한 국민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미물에 지나지 않는 강아지조차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나라의 선량들은 명심해야 한다. 이를 간과한다면 유권자들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또 한 번 투표 불참이라는 냉혹한 심판을 내릴 것이다.
신뢰의 중요성!
1789년 10월 6일, ‘프랑스’ 대혁명으로 루이 16세가 단두대로 사라지던 당시, 600여명의 스위스 용병들은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끝까지 왕비를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하다가 모두 몰살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용병의 의무를 수행한 스위스 민족의 신의에 감복한 세계의 여론은 ‘스위스’ 은행의 비밀 구좌를 국제적으로 공인해 주었다.
‘스위스’의 용병이 지금도 ‘바티칸’ 교황청의 근위병으로 근무하고, 세계 적십자사의 창설국이 되었으며, 100년에 1초의 오차가 날까말까 한 ‘로렉스’ 시계를 만들고, 무기류와 비행기 부속 등을 수출하며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조폐 기술로 각국(各國)의 지폐를 인쇄해 주는 나라가 된 이유도 신의를 중시하는 민족성 때문이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