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다발성근육염
2006-05-26 의약뉴스
178센티미터 키에 75킬로그람이 나가니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치료가 어려운 다발성근육염 환자다. 손과 발이 가늘고 신장과 폐에 이상이 있다.
팔다리가 가늘다 보니 배만 앞으로 불룩 나와 있는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운동을 할 수 없고 숨이 차서 50미터를 걷기 힘들다. 근육에 힘이 없으니 1킬로그람의 아령을 들지 못한다. 벗은 몸으로 서면 다리와 다리 사이가 한 참 떨어져 있다. 다리 근육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먹는다. 키에 맞는 몸무게를 유지하는 원인이다.
대학 때 전공을 살려 컴퓨터와 친구 삼고 있다. 그는 뒤늦은 나이인 30살에 발병했다. 어느날 걷는데 다리에 힘이 없고 뛰려고 하면 앞으로 몸이 나가지지 않는 상태가 됐다. 간염 보균자에서 간염 환자로 진행된 상태 였기 때문에 당연히 간 이상의 결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간염약을 먹어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됐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당시 국내에 도입된 외자사 간염약의 임상대상자로 참여했다. 이런저런 검사를 받던 중 근육을 파괴하는 수치가 지나치게 높게 나왔다.
정상인은 200이하인데 무려 1만 이하로 검사된 것이다. 담당 의사는 류마티스 내과로 전과 시켰다. 그곳에서 피검사, 근전도 검사, 근조직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다발성근육염 진단을 받았다.
그 후 김씨는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제나 장기이식 환자들이 쓰는 면역 글로불린 주사제를 맞으면서 병마와 싸우고 있다. 한달에 한번 강남성모 병원에서 건강 상태를 체크 받는다. 약을 먹으면 병의 진행을 늦춰 줄 수 있다는 의료진의 말에 치료를 열심히 받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는 면역 글로불린 주사가 잘 듣는다고 했다.
5일간 입원해 1리터 들이 주사를 맞는데 한 번 맞으면 염려했던 수치가 1천 정도로 떨어진다. 주사를 맞고 2-3 주 지나면 몸의 상태가 조금 나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결혼한 그는 11살 8살의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처자식을 생각하면 빨리 건강을 찾아 생계를 꾸려야 하지만 지금의 몸 상태로는 어림없다.
그는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치료약도 내성이 생겨 잘 듣지 않아 고민이다. 폐부종과 심장이상, 신 장애 등의 합병증을 두려워하고 있다.
<사진2>김임동(50)씨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그는 외출 시에는 전동 휠체어에 의지하고 집에서는 바퀴달린 의자를 타고 다니면서 이동한다. 겨우 식탁을 짚고 뻣장 다리로 잠시 설 수 있을 정도다.
19살에 군대 입대해 고된 훈련소 생활을 어렵게 견뎠다. 간신히 자대로 배치 됐으나 정상적인 군 생활을 할 수 없어 의병제대 했다. 그는 지금 1급 국가 유공자다. 5년 전에 어렵게 취득했다.
당시 병원의 소견소에 “ 초기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50%가 중증 장애인이 된다” 는 말 때문에 유공자가 됐다. 군에 있을 당시 병가를 내 진행성근이양증이라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발성근육염 진단을 받은 뒤로 3년 동안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모든 것을 했다. 심지어 항암제 주사까지 맞았다. 하지만 지금은 병원 치료를 포기했다. 25년 동안 아무런 약도 복용하지 않았다.
그는 “ 군대서 똑같은 진단을 받은 4명의 환자 가운데 1명은 자살을 했고 1명은 사명 했는데 사망원인이 심장마비였다” 며 “ 그 이유는 과도한 스테로이드제 복용 때문인 것 같다” 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약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어차피 완치 될 수 없는 것이라면 신의 뜻에 맡기자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 큰 소리로 기도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배 근육은 배우 발달돼 있어 권투 선수처럼 딱딱하다.
“ 배 근육이 단단한 것을 보니 팔 다리도 이처럼 운동을 계속 했다면 근육 힘을 키울 수 있지 않았을 까 생각해 봐요. 하지만 다 지난 일이지요.” 그는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자신과 같은 질병에 걸린 사람을 만나면 꼭 이런 말을 해준다. “서울대 병원 류마티스 내과에서 피를 거르는 치료를 받고 여대생이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고.
서울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송영욱 교수는 “발병원인은 직접 밝혀지지 않았으나 환경인자, 바이러스 감염 인자 등에 의한 자가면역성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치료는 염증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제나 스테로이드제를 쓴다” 고 말했다.
송교수는 “환자들은 대개 근육이 약화돼 걷지 못하거나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숨을 쉬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고 강조했다. 환자들 중 일부에는 혈장교환술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나쁜 항체를 교환해 준다는 의미다.
*다발성근육염 - 수주 혹은 수년에 걸쳐서 서서히 증상이 나타난다. 발과 손의 근육이 약화돼 걷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무거운 것을 들지 못한다. 나중에는 서지도 못하고 결국 휠체어에 의존해야 한다. 환자는 전국적으로 2,000여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교수는 200여명의 환자를 보고 있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