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안, 디지털 프로파일링 대책 필요"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고액 청구시 지급 거절 활용 오해 살 수 있어"

2023-07-07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서인석 보험이사.

[의약뉴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과 관련, 민간보험사가 환자의 민감정보를 디지털 프로파일링(digital profiling)해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간보험사가 환자의 정보를 소액청구로 쉽게 확보해 고액청구시 지급거절에 활용한다는 오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7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 토론회’에 참석,  이와 같은 의견을 밝혔다.

서 이사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민간보험사와 가입자 사이 사적계약으로, 이와 관련한 청구-심사-지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비용을 받은 보험사에 의무가 있다”며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의료기관을 포함한 치과, 한의과, 약국 등 모든 요양기관에 실손보험 청구를 위한 서류 전송 의무를 부과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운을 뗐다.

보험업계나 금융위원회는 어차피 요양기관에서 발급해줘야 하는 서류를 주는 것이므로 달라질 것이 없고, 국민의 편의성이 제고된다고 주장하지만, 가입자에게 돌아갈 불이익 가능성은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서 이사의 지적이다.

그는 “현재도 높은 손해율로 갱신 때마다 실손보험료 인상이 가파른데 과연 소액청구까지 모두 지급하면 실손보험료 부담이 얼마나 커질 것인지 아무도 설명하고 있지 않다”며 “반대로 소액의 청구로 인해 전자적으로 가입자의 의료정보를 취득한 보험사의 이득과 이로 인한 가입자의 피해도 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실손보험 청구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진료비세부내역서에는 환자의 민감한 정보가 나열돼 있다”면서 “의료계 뿐 아니라 보건의료사회 단체에서 지적하는 청구간소화의 문제점은 기존 서류를 전자화 해 전송하는 경우 영리기업인 민간보험사가 환자 개개인 정보를 디지털 프로파일링해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청구를 위한 기본서류로 지정된 진료비세부내역에는 의료행위, 약제, 치료재료 등의 정보다 포함되어 있어 이를 보험사가 환자 개개인 단위로 프로파일링해 악용할 수 있다는 것.

서 이사는 “의무기록은 의료법 및 건강보험법 등에 따라 아주 엄격하게 관리된 반면 보험업법은 보험업에 관한 경영과 육성을 위한 법”고 전제했다.

이어 “금융위가 주장하는 ‘단순히 종이로 하던 업무를 전자로 바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은 전자로 바꾸고 나서 개별 환자에게 미칠 영향은 이야기 하지 않고 보험사의 편의만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대신해 행정업무를 해야 하는 금융위가 보험사가 체계적으로 전자화해 취득한 의료정보의 잠재적 위험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현재도 일부 핀테크 기업들은 의료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없이 허용된 범위 내에서 실손청구를 위한 서류를 전송하고 있는데, 이번 보험업법 개정은 전송에 관한 방법, 전송서류 범위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면서 "의료정보 열람, 발급 등에 관한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나 이 법을 주관하는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보험업법과 정무위에서 ‘의료정보 전송’에 관해 다룰수 있느냐는 엄격히 따져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사적계약에 따른 요양기관에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전자적으로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의료인에게 법적 안정성에 대한 혼란을 야기하고, 이를 통해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전송 방법도 요양기관이 환자의 정보침해가 최소가 되는 범위 안에서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없이 일부기관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음에도 이를 모든 요양기관에 강제화하는 것은 보험업계의 편의를 위함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소액의 청구액을 이유로 환자를 위해 청구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도 높은 실손보험 손해율에 이런 낙전수입까지 보험사가 감수하게 되면 결국 보험료는 더 인상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결국 보험업법 개정은 환자의 정보를 소액청구로 쉽게 사서 심사에 활용해 고액청구시 지급거절에 쓰일 것이란 오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보험업법 개정은 문제가 있으며 당연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