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약사회, 선거규정 49조에 진퇴양난

무죄추정 원칙에 발목...총회 상정 전 의장단과 논의키로

2023-02-24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의약뉴스] 대한약사회가 선거관리규정 49조를 두고 홍역을 앓고 있다.

규정의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아 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대한약사회가 선거관리규정 49조를 두고 홍역을 앓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3일 2023년도 제1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기대의원총회에 상정할 안건을 심의했다.

현재 적용 중인 선거관리규정 49조 3항은 '당선인이 임기 개시 전에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할 때는 그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하위 규정인 4호에서는 구체적인 사유 중 하나로 ‘다른 후보자에 대해 비방, 허위사실 공표, 공연한 시실 적시 등 명예훼손 또는 이 선거규정 위반으로 인해 법원의 1심 판결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 또는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위반할뿐 아니라 49조 3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임기 개시 전’이라는 조건으로 인해 사실상 적용될 수 없는 규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대한약사회 정관개정특별위원회는 49조 3항 4호를 ‘당선인이 당선된 당해 선거과정에서 다른 후보자에 대한 비방, 허위사실 공표 등의 불법행위로 인해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로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도 한 차례 추진됐던 방향이지만, 당시에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대의원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도 이사들은 정관개정특위가 발표한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사 A씨는 “지금 대의원총회에 상정될 선거관리규정 개정안대로라면 임기 3년 동안 3심 판결을 모두 받아야 한다”며 “우리나라 법 체계상 3년 내에 3심 판결을 모두 받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상대 후보에게 인신공격 등의 명예훼손을 저지르고 당선된 후보는 처벌받지 않고, 어떠한 손해도 없이 임기를 모두 보내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흑색선전 없이 깨끗한 선거를 지향하기 위해 만든 이 규정이 의미를 잃어버리고, 네거티브 선거로 치닫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49조 3항의 ‘임기 개시 전’이라는 문구만 삭제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일”이라며 “전제 조건을 조정하면 인격모독이 판치는 선거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사는 3심까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되, 당선인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직무 대행 체제로 돌입하도록 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이사 B씨는 “현재 규정이 1심 판결만으로도 당선 무효에 이를 수 있도록 해 인권적인 부분이 문제가 된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3심까지 재판을 받을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1심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 나오면 회장의 자격을 정지시키고 직무 대행을 시키는 것도 방법”이라며 “회장으로서의 권한을 제한하면 실질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우려하는 네거티브 선거도 제한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최광훈 회장은 “선거 과정에서 불법, 탈법이 심하게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총회 의장단과 추가로 논의하는 방향으로 해결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이사회 현장에서는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일단락된 가운데, 정관개정특위가 3심까지 기회를 보장한 이유에 공감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약사 C씨는 “정관개정특위가 3심까지 재판을 받게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당선 무효라는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가처분 소송까지 고려한 일”이라며 “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당선 무효라는 징계를 내린 뒤 징계 대상자가 이에 불복해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두가 이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정기대의원총회에서도 이 조항 때문에 선거관리규정 개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