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비대면 진료 법제화 두고 정부와 샅바 싸움 돌입

합의 전 기선제합 의도 풀이...“약사회 주도권 잃지 않겠다는 의지”

2023-02-18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의약뉴스] 정부가 비대면 진료 법제화에 속도를 올린 가운데 약사회가 플랫폼 업체들의 위반 사례를 공개하며 제동을 걸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사회가 갑자기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의 가이드라인 위반을 지적한 이유를 보건복지부와의 비대면 진료 법제화 논의를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약사회가 복지부 주도로 시작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 체제의 한계를 지적함으로써 법제화 과정에서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

▲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복지부와의 샅바 싸움을 시작했다.

이처럼 약사회가 복지부와 이른바 샅바 싸움에 돌입하게 된 이유에는 박민수 차관의 발언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민수 차관은 최근 모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대면 진료에 따른 약 배달은 아직 약사회와 논의가 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제도화 과정에서 약 배달이 빠지면 국민 불편에 대한 모든 비난이 약사회로 향할 것”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나아가 “희망컨대 감염병 심각 단계가 풀리기 전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으면 한다”며 “이미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기에 시범사업도 필요 없다”고 약사회를 패싱하는 듯한 발언을 남겼다.

이처럼 복지부쪽에서 약사회가 기존의 약 배달 방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에 약사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단속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약사 A씨는 “복지부 차관의 인터뷰를 보고 많이 걱정스러웠다”며 “이대로라면 약사회 의견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비대면 진료 제도가 나올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약사회가 갑자기 닥터나우 등 비대면 진료 업체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복지부의 처벌을 요구한 이유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이라는 것.

실제로 대한약사회 구영준 이사는 17일 기자단 브리핑을 통해 “대한약사회가 약정협의체에 참여하게 된다면 선제적으로 요구할 사항 중 하나가 바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공고 폐지”라며 “이것이 이뤄져야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한 것도 이런 과정의 일환”이라며 “약사회는 복지부와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논의하려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 공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사회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공고 폐지를 대전제로 삼는 이유는 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약업계 관계자 B씨는 “의정협의체가 가동되면서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에 발언권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며 “그러나 여러 변수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안 논란으로 인해 의정협의체가 미뤄지고, 이로 인해 약사회도 명분을 가지고 비대면 진료 법제화 과정에 영향력을 끼칠 시간이 생겼다”며 “약사회가 명분을 쌓기 위한 초석이 바로 플랫폼 업체들의 가이드라인 위반사항 지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복지부가 앞장서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가이드라인도 발표하고 관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실상은 규정이 없어 제대로 단속하거나 처벌하지 못했다”며 “복지부 주도의 제도화가 가진 허점을 지적하면 약사회가 약 배달과 관련해 개선을 요청하고 기존 그림을 바꿀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동안 대한약사회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전략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었다”며 “조금은 늦었지만, 이번 비대면 진료 플랫폼 비판을 시작으로 서서히 약사회만의 그림을 드러낼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