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데이터, 준비만 하지말고 후손들 위해 사용해야"

건양대 김종엽 교수..."데이터 연구 윤리기준, 기존과 달라야"

2022-12-22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지난 10월 디지털 헬스케어 법안이 발의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 거버넌스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에 대한 전주기 관리체계를 마련하고 민감한 개인의료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준비만 하다 끝낼 게 아니라 미래 후손들을 위해 의료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21일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을 주제로 ‘제14회 헬스케어 미래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건양대학교 김종엽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이 같이 밝혔다.

▲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법안이 발의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정책 거버넌스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과 관련, 준비만 하다 끝낼 게 아니라 미래 후손들을 위해 의료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시장은 2020년 2억 7500만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45.2%로 증가, 2023년에는 25억 83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112개 품목이 인허가를 획득했다. 수년전부터 연구의 대마로 떠오른 의료 인공지능은 사회적 관심과 정부 지원으로 최근 3년 사이 100개가 넘는 제품이 시장에 출시된 상황이다.

먼저 김 교수는 데이터 연구의 윤리 기준에 기존의 연구 윤리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기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데이터 연구의 윤리 기준, 기존 연구 윤리와 동일할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존 임상연구는 투약하거나 치료를 통한 연구로 결과를 얻어내기 때문에 위해성이 없을 수 없다”며 “이로 인해 여러 연구자들의 일탈행위가 사회적으로 큰 불행을 야기했고, 이를 막기 위해 생명윤리법이 제정돼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 연구에 대한 윤리가 기존 임상 연구와 동일하지 않다. 데이터는 환자에게서 나오지만 데이터가 나온 이후 환자의 몸에 건강상 위해를 끼칠 가능성은 제로”라며 “유일한 이슈는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로, 빅데이터 등 데이터 연구의 윤리기준은 기존의 연구 윤리와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생명윤리와 관련되서 보면 데이터 윤리에 관련된 부분이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대표적인 예로 연구 종료시 임상연구에선 연구 목적으로 모은 데이터를 폐기하도록 되어있는데, 실제로 폐기하는 병원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데이터가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 연구가 끝났다고 데이터를 버릴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현재 생명윤리법은 이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모든 연구자들을 범법자로 둘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김 교수는 포괄적 동의 없이 데이터를 모으는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기했다.

그는 “기존의 데이터 수집은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사전 동의 방식으로 모아왔다. 소비자를 보호하는데 있어서 가장 적합했기 때문에 동의를 받고, 데이터를 쓰는 게 현명한 선택”이라며 “문제는 이제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든 데이터들이 어떤 가치를 가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전동의를 어떻게 받을 것인가”라고 전했다.

이어 “미국에선 사전동의를 원칙으로 하지만 사후에 관해서도 법적근거로 만들어서 주법단위에서 확산하고 있고, 유럽도 마찬가지”라며 “우리가 살아서 만들어가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향후에 안전하게 잘 쓸지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건양대학교 김종엽 교수는 윤리적문제는 생명윤리에 시민윤리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우리의 윤리의식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의문이다. 현재 의과대학 교과서에 있는 한 줄 한 줄은 임상시험을 기반으로 쓰여졌는데, 과거 우리 조상들이 건강관리를 하면서 모아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되어 있다”며 “우리 역시 치료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생산되는 데이터를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이를 주춤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데이터를 환자의 것이냐, 의사나 병원의 것이냐고 언제까지 싸움만 할 것인지 의문이다. 후손들에게 데이터를 주지 않을 셈인가”라며 “이제 100세 시대인데, 어쩌면 여기에 계신 분들도 의료데이터를 통한 연구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이 점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의료데이터주체의 권리, 용어 정의, 건강관리기기, 헬스케어 특화 규제 특례 등을 담은 ‘디지털헬스케어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러한 화두를 계속 던지고 각 부처의 입법과정 속에서 논의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빅데이터 연구를 위해 일단 시작해보고, 준비만 하다 지치지 않았으면 하며,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