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지미소 허가 신청 철회에 엇갈린 반응
의료계 “법 부재 속 합리적 판단”...시민단체 “식약처 이유 설명하고 책임져야”
[의약뉴스] 현대약품이 15일, 인공임신중절약물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소하자 공방을 펼치던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엇갈린 평가를 나놨다.
의료계에서는 낙태 관련 입법 공백 상태에서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시민단체는 허가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가 책임지고 허가 지연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며 책임을 추궁했다.
식약처는 16일, 현대약품이 미프지미소의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해 관련 심사를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약품은 지난해(2021년) 7월 2일, 식약처에 미프지미소에 대한 정식 허가 신청을 접수했지만, 관련 절차는 약 17개월 동안 진전이 없었다.
식약처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하며 가교임상 실시 여부를 논의하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절차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식약처는 신약 기준에 맞춰 미프지미소에 대한 안전성ㆍ유효성, 품질자료 등의 자료보완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대약품은 보완자료 제출기한을 2차례 연장하면서도 기한 내 자료 제출이 어렵다며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거듭된 논란 속에 결국 인공임신중절 약물 도입이 무산되자 산부인과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법규가 없는 시점에서 인공임신중절 약물의 허가 절차를 진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미프지미소의 품목허가 심사 절차가 종료된 것은 올바른 수순”이라며 “아직 명백한 제도 기반이 없는 시점에서 의약품 허가가 먼저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아직 낙태에 대해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는데 의약품 허가가 완료되면 현장에 혼란을 야기한다”며 “아직은 이에 대한 정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사용 중인 의약품이더라도 부작용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허가ㆍ심사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미프지미소는 유럽 쪽에서 많이 쓰이는 의약품”이라며 “이미 많이 쓰이는 의약품이어서 도입이 어려울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부작용 사례를 보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미프지미소와 같은 의약품은 의료인이 임신 상태를 정확하게 판별하고 투약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하혈 등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이어질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음지에 있는 의약품을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고 하지만 법보다 먼저 허가 절차를 진행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일단 정치권이 법과 관련된 사항을 빨리 정리해주고 그 다음에 의약품 허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프지미소의 빠른 허가를 촉구했던 시민단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식약처가 이번 품목허가 신청철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약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인공임신중절 약물 합법화는 이미 2017년 청화대 국민청원과 2022년 국회국민동의청원에서 많은 동의를 얻은 의제였다”며 “수상할 정도로 허가 절차가 너무 오래 걸렸음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많은 사람에게 허가 철회는 대단히 유감스런 소식”이라고 평했다.
특히 “미프지미소는 WHO가 인정한 핵심 필수의약품”이라며 “이런 필수의약품에 대해 현대약품과 식약처는 요구된 보완자료가 무엇이며 자료가 제출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이번 미프지미소 사태에서 식약처의 태업과 방관은 유산유도제 도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심을 남긴다"면서 ”유산유도제의 도입은 입법공백을 핑계로 댈 이유도 없으며, 조속히 도입하고 의약품으로서의 처방 기준을 정하면 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유산유도제의 조속한 도입과 접근성 확대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