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실사용 경험 축적된 최신형' 심박동기, 메드트로닉 마이크라

2.6cm 초소형 무전극선 심박동기...시술 쉽고 합병증 위험 ↓ 까다로운 국내 규제로 개도국보다 늦게 도입...“접근성 고민해야”

2022-11-02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의약뉴스]

10년이 지난 신기술.

우리나라에서도 삼박동기(Pacemaker) 역사의 새 장이 열렸다. 

배터리 일체형 초소형 무전극선 심박동기가 산고 끝에 국내 시장에 출시된 것. 최신 기술이라고는 하나 이미 개도국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는 기술이다.

지난 2016년, 대한부정맥학회가 출범하면서 최신 의료기술 도입에 발목을 잡고 있는 왜곡된 규제를 꼬집으며 ‘부정맥의 위기’를 경고할 당시,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던 기술이기도 하다.

‘부정맥의 위기’라는 울분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6년이 흐른 지난해에야 메드트로닉이 마이크라를 출시하면서 국내에서도 무전극선 심박동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 메드트로닉은 1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마이크라의 국내 출시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정보영 교수는 최신 의료기술 도입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왜곡된 규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마이크라는 2.6cm 크기의 기기 안에 센서와 회로는 물론 배터리까지 집약, 전극선을 없앤 초소형, 무전극선 심박동기다.

배터리 일체형인 만큼 쇄골 부위에 별도의 배터리를 삽입할 필요가 없어 외부로 드러나지 않고, 전극선이 없어 이에 따른 합병증의 위험까지 줄였다.

뿐만 아니라 대퇴정맥 카테터를 통해 심장 우심실에 이식하기 때문에 흉곽을 절제해야 하는 기존의 심장박동기보다 시술하기 쉽고, 합병증의 부담도 적다.

메드트로닉에 따르면, 허가 임상에서 마이크라의 시술 성공률은 99%에 달했으며, 주요 합병증 발병률은 3.5%로 기존의 자사 경정맥 심박동기 대비 58% 감소했다. 

전세계 시판 후 조사에서도 마이크라의 합병증 발병률은 기존 자사의 심박동기 대비 63% 감소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또한, 초소형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수병이 12년에 이르며, 수명이 다하더라도 제거할 필요가 없고, 3개까지 삽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보다 기존에 심박동기 시술이 불가능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보다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메드트로닉은 1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마이크라의 국내 출시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정보영 교수는 “마이크라는 이미 해외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는 충분하게 축적됐다”고 밝혔다.

사측에 따르면, 마이크라는 지난 2015년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75개국에서 승인을 받아 8000명에 가까운 의사들이 15만 명 이상의 부정맥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했으며, 이와 관련한 논문도 200여 편에 이른다.

다만 정 교수는 “기존 제품과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어서 합병증 감소 효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한계를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연구에서 마이크라는 투석환자 등 감염 위험성이 높은 환자나 신체기능이 저하된 환자 등 기존에 심장박동기 시술을 하기 어려웠던 환자에서도 시술이 가능했고, 안전성과 유효성도 입증됐다”면서 “특히 기존에 심장박동기가 유용하지만 사용하기 어려웠던 고령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환자본인부담율이 50%로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아 접근성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 교수는 마이크라 출시를 계기로 신의료 기술에 대한 규제를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해외에서는 마이크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연구보다 수명이 다한 마이크라를 제거하거나 제거하지 않고 새로 삽입하는 경우를 두고 장단점을 평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허가를 받고 출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허비되는 동안 이미 해외에서는 이미 수많은 시술례를 남기며 경험과 근거를 축적했다는 역설(逆說)이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마이크라의 시술례를 처음 말레이시아에서 경험했다”면서 “말레이시아나 필리핀 등에서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빨리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국이나 유럽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고는 하나, 개도국 의료진이 선진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우리나라 의료진이 약 10년 전에 소개된 심박동기 시술례를 보기 위해 이들을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

특히 그는 “해외 학회에 나가면 우리나라 의료진들은 이러한 심장박동기를 사용한 경험이 없어 말을 꺼낼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2016년, 대한부정맥학회가 최신 의료기술 도입에 과도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왜곡된 규제를 꼬집으며, 의료 선진국으로 꼽히고 있는 우리나라가 Me too 연구에만 머물도록 발목을 잡고 있다고 토로했던 현실이 10년 가까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정 교수는 “신의료 기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일부라도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근거가 쌓이면 허가와 급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심장박동기를 외부에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술은 일부 활용할 수 있게 됐지만, 그나마도 정부의 노력이 아니라 업계의 부담을 통해 우회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앞서 대한부정맥학회는 부정맥 분야에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규제 중 하나로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한 심장박동기 모니터링을 꼽았다.

심장박동기의 정상 작동 여부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심박동기 안에 포함되 어 있지만, 왜곡된 규제로 인해 관련 기능이 포함된 제품을 시술하고도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지적한 것.

이를 두고 정 교수는 “벤츠를 사서 티코처럼 몰고다니는 것”이라며 “테슬라를 사서 어플리케이션을 꺼두고 사용하는 꼴”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30일,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 디지털웨어러블 기술 등을 활용한 혁신의료기기에 대해서는 의료현장에서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 의료현장 진입기간을 5분의 1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식약처의 혁신의료기기 지정, 심평원의 요양급여대상 확인, 보건의료연구원의 혁신의료기술평가 등 각 부처, 기관별 순차, 개별 심사를 통합심사, 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것.

다만, 대상은 혁신의료기기군의 첨단기술군 중 비침습적인 인공지능, 빅데이터기술 또는 디지털·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나 이미 식약처의 인허가를 받았거나 지정 신청 시 인허가를 동시에 신청하는 의료기기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