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위기 넘은 종합국감 '주식ㆍ필수의료' 공방
복지위 종합국감 ...마약류 셀프처방 관련 질타
[의약뉴스] 자칫 파행될 뻔했던 보건복지부 종합국감이 예정대로 진행됐다. 검찰의 더불어민주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로 인해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던 민주당은 의총을 통해 국감 복귀를 결정한 것.
이처럼 어렵게 시작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는 질병관리청 백경란 청장에 대한 질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의 제약사 주식보유, 그리고 필수의료 등이 중점적으로 점검됐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은 여의도 중앙당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강력히 반발하며 국정감사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민주연구원이 입주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들에게 보낸 ‘비상상황 공지’를 통해 “윤석열 정치검찰이 우리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은 초유의 일”이라며 “의원들께서는 국정감사를 전면 중단하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즉시 중앙당사에 집결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내 지도부의 주문에 국회 교육위원회와 문체위 등 민주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일부 상임위의 국감이 중단됐다.
자칫 종합국감이 파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이어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국정감사 보이콧 여부를 논의, 전면 중단 결정을 접고 국정감사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감은 야당으로서 정부를 견제하고 제대로 일하게끔 하는 중요한 자리”라며 “정부ㆍ여당은 민생을 팽개쳤지만 민주당은 민생을 지키기 위해 국감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렵게 시작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정춘숙)는 종합감사에선 질병관리청 백경란 청장의 주식 보유로 인한 이해충돌 논란과 더불어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이 제약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집중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국정감사 첫날 첫 의사진행발언으로 백 청장의 주식 거래 내역 자료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3주가 지난 국감 마지막 날까지 거부되고 있다”며 “민간자문위원 시절 서약서에 자필로 서명하고도 내부정보를 활용해 주식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자료 제출 거부로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유 주식 중 신테카바이오가 400억원대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져 그 과정에서 백 청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며 “인사혁신처 직무 연관성 심사 의뢰를 했다는 주식은 매각하더라도 심사가 계속된다는 보도해명자료와 달리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실상 직무 연관성 심사를 회피하기 위해 제약ㆍ바이오 주식들을 매각한 게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도 추가됐다”며 “이쯤 되면 질병청장이 아니라 주식관리청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당연하다. 1차 질의가 끝날 때까지 주식 거래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도 “백 청장이 보유 주식 의혹에 대해 해명자료를 계속 내는데 그 자료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킨다”며 “국정감사 기간에 해명할 수 있는 기회 드렸고 아주 단순한 문제라 기회를 계속 드렸는데도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 용납할 수 없다. 1차 질의가 끝나기 전까지 최근 10년간 백 청장의 주식 거래 내역, 백 청장이 인사혁신처에 송고한 이해충돌 관련 심사요구서 등 요청한 자료를 의원실로 보내달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국회의 합법적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 질병청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백 청장과 김헌주 차장을 비롯해 질병청 관계자들에 대해 국회 증감법에 따른 징계 요구, 그리고 위원회 차원의 고발을 공식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백 청장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여당에서도 질책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백 청장이 부임한지 5개월이 됐고, 국민들 중에는 청장이 바뀐 이후 방역지침이 새로워졌으며, 일상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평가를 내리는 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질병청에 대한 여러 문제는 청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정부 때부터 내재된 여러 문제였다. 질병청장이 바뀌고 난 다음에 답답하고 갑갑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주겠구나는 기대가 있었다”며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뭐가 그리 떳떳하지 않길래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건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종합국감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 20명이 제약사 등 직무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1년 식약처 직원 20명이 이해충돌 주식을 보유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질병관리청은 본부에서 청 승격 이후 주식 관련 감사 실시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해충돌 주식을 보유해 매도 및 매매 제한 등의 조치를 받은 식약처 직원은 2021년 기준으로 20명이였으며 이 중 9명은 공무원, 11명은 공무직으로 확인됐다. 의약품 및 의료기기, 의료제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했던 공무원들이 일양약품, 한미약품, 셀트리온, 녹십자홀딩스 등의 의약품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2021년 이전 식약처 직원들의 이해충돌 관련 주식 보유 현황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모두 파기돼서 현황 조차 파악할 수 없다고 답변했고, 지난 2020년 본부에서 청으로 승격한 질병관리청은 이후 직원의 보유 주식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신현영 의원은 “바이오헬스 관련 주식 보유는 의약품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는 식약처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질병관리청 역시 감염병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관한 조사ㆍ시험ㆍ연구에 관한 사무 전반을 관장하기에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건강과 생명의 위협이 있는 감염병 시기에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득을 취하는 이해관계 상충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선진 윤리의식이 고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필수의료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정부에서 권역외상센터를 비롯해 응급, 심뇌혈관 등 필수의료에 대해 정부 지정센터를 지정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재정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센터 운영에 적게는 수 십억, 많게는 수 백억원이 들어가는데, 올해 기준 센터별 정부지원금을 살펴보면, 권역응급의료센터가 2억원, 권역심뇌혈관 질환센터가 7억원, 권역외상센터가 36억원이었다”며 “지정기준은 까다로운데 보상이 너무 적다보니 병원에서는 센터운영을 하려고 하지 않는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우선 손해보지 않고 제대로 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지원이 정부 또는 지자체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사실 필수의료 관련 정부 지정센터에서 발생한 손실은 공익적인 손실이다. 손실을 보는 이유가 공익을 하다 보니 손해를 보는 것”이라며 “이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추계를 의뢰한 결과 평균 손실액 규모가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는 9억원, 권역 외상센터는 12억 4000만원이었다. 이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 규모를 계산한 결과 약 29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강 의원은 “이 정도면 그렇게 큰 돈은 아니다. 서울대병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권역 응급센터 평균 손실액이 44억원에 달한다”며 “권역 응급센터 40개 있으니, 서울대에서 발생한 44억원을 토대로 계산하면 손식액이 1760억원이 된다. 결국 심뇌혈관센터 등과 총합을 더하면 2000억원 정도가 손실보상액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센터 종류간의 지원기준이나 지원금액도 다르고 해서 개선 필요성이 있다”며 “어떤 부분을 건보로 하고, 어떤 것을 국고로 할 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추가지원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감에선 의사들이 자신에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는 ‘마약류 셀프처방’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식약처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5월부터 2022년 6월까지 4년 1개월간 의료용 마약류 처방 의사와 환자의 이름ㆍ출생년도가 동일하게 보고된 사례 10만 6601건 중에서 97.6%에 이르는 10만 3109건이 셀프처방 사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셀프처방된 마약류 수량은 349만 2809정에 달했다. 지난 7일 식약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연숙 의원은 의사와 환자의 이름ㆍ출생년도가 같다면 거의 대부분 셀프처방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며 식약처가 정확하게 확인할 것을 주문했는데 실제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마약류 셀프처방 현황을 연도별로 구분하면 의사 수는 ▲2018년 5~12월 5545명 ▲2019년 8001명 ▲2020년 7706명 ▲2021년 7568명 ▲2022년 6월 현재 5595명이다.
처방건수는 ▲2018년 5~12월 1만 3760건 ▲2019년 2만 4864건 ▲2020년 2만 5604건 ▲2021년 2만 5643건 ▲2022년 1~6월 1만 3328건이었고, 같은 기간 처방량은 ▲2018년 5~12월 44만 4574정 ▲2019년 82만 3574정 ▲2020년 85만 5293정 ▲2021년 85만 5258정 ▲2022년 1~6월 51만 3110정이었다.
마약류 셀프처방 이력이 있는 의사들 중에서 1447명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운영되기 시작한 2018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매년 셀프처방을 해왔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 의사가 4년 1개월간 처방한 처방건수는 4만 1617건, 처방량은 149만 6716정이었다.
이에 대해 최연숙 의원은 “셀프처방 사례 중에서 극히 일부만 확인했는데도 비정상적인 사례가 확인됐다”며 “전체 사례 중에서 오남용 사례가 얼마나 숨어있을지 모른다. 전체 셀프처방 사례를 일일이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류 셀프처방은 처방의 객관성을 검증하기 어려워 오남용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의사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약류 셀프처방을 못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마약류 셀프 처방 사례를 전수조사해 국회에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 오유경 처장은 의사들의 마약류 셀프처방 전수 조사를 진행해 보고해달라는 최 의원의 요구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