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샤리코- 마리- 투스

2006-04-17     의약뉴스
<사진1>모든 병은 인간을 슬프게 한다.

특히 치료할 수 없는 질병에 걸린 환자를 보는 것은 고통 그 자체다.하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생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고쳐 보고자 하는 의료진의 노력을 보노라면 희망의 한 줄기 빛에 위안을 삼게 된다.

프랑스의 샤르코와 마리 그리고 영국의 투스는 1886년 팔과 다리가 가늘고 움직임이 부자유스러운 환자에게 샤르코-마리-투스(CMT) 라는 병명을 붙였다.

우리나라 이름은 ‘유전운동감각신경병’이다. 이 병은 희귀질환으로 분류된 여러 질병 중 가장 환자가 많고 그래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는 약 1만5,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확인할 수 있는 환자는 약 500여명이고 가족수는 200가족이 넘는다. ( 미국의 경우 15만명의 환자가 정부 기관에 등록돼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40여명의 환자를 보고 있는 이화여대 동대문 병원 최병욱 교수는 “지난 2004년 ‘네이처 메디슨’에 CMT에 관한 임상논문이 발표된 이후 환자에게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는 질병”이라고 말했다.

최교수에 따르면 고용량의 비타민 C (성인 하루 1그람)를 처방한 결과 증세의 악화를 막거나 호전되는 경우가 있었다. 비타민 C 가 심장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비타민 C 외에도 오나프라스톤( 프로게스테논 길항체)이나 MP3 등이 연구 개발 중에 있어 앞으로 완치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유전 질환인 만큼 큰 기대를 할 수 는 없다.

전은선( 36.여)씨는 CMT 환자다.

“ 9살 때 였나요. 걷는게 조금 힘들었어요. 처음 증세가 나타난 거죠.”

병을 확진한 것은 고등학교 때 였다.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족 모두가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 아주 예민한 사춘기 때였으니 고통이 심했죠. 특히 아빠(68)가 제게 병을 옮겼다는 생각이 들어 (아빠를) 오랫동안 미워 했어요. 지금요? 옛날 이야기죠.”

전씨는 목소리가 매우 쾌활했다. 희귀병에 걸린 환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자신감이 넘쳐 났다. 아마도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번역과 통역 일에 대한 만족감 때문 인 듯 했다. 결혼도 한다고 했다.

“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고 그는 말했다.

<사진2>이 병은 돌연변이 등의 이유로 누구라도 걸릴 수 있고 아래대로 내려 갈 수록 증세가 일찍 나타난다. 전씨의 아버지는 현재 고혈압과 당뇨 등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으나 잘 극복하고 있다.

“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이기 힘들어요. 당연히 손과 발이 가늘죠.” 흔히 근육병과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이 때문인데 근육병이 환자 증세가 명확하다면 이 질환은 환자의 나이와 처한 상황, 유전자 타입 등에 따라 천양지차라는 것.

유전 비율은 25%다. 하지만 시험관 아기를 가지면 유전을 막을 수 있다. 진씨는 “사춘기의 아이들이 힘들어 한다” 며 “이때는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 아빠는 신체 장애가 있으니 약대를 가야 한다고 했어요. 하지만 나는 수학에 약해 약대를 포기했죠. 그런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샤리코-마리-투스 : 분자 유전학적 측면에서 질환의 원인이 밝혀졌다. 과거에는 하지 근위축으로 인해 샴페인 병을 세운 듯한 다리 모양을 하는 질환으로 인식됐다. 현재는 여러 질환이 함께 있는 하나의 질환군으로 보고 있으며 대개 상염색체 우성유전을 한다.

그러나 상염색체 열성 유전 혹은 X 염색체 우성유전하기도 한다. 유전자 1타입 부터 4 타입까지 있다. 최병옥 교수는 “국내 연구진의 실력이 우수해 미국의 스텐포드 대학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고 듀크대는 공동연구를 제의 했다”고 밝혔다.

한편 최 교수는 이 분야의 권위자로 논문도 많이 발표해 인용건수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