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 86% “현재 콜드체인 정책 과도”

대한약사회 설문조사...인슐린 관련 제도개선 필요성 강조

2022-09-08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민필기 약국이사는 인슐린 문제와 관련된 약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약뉴스] 절대 다수의 약사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물학적제제 관리 기준 강화 조치에 대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대한약사회는 7일, 약사 6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약사회 민필기 약국이사는 “지난 8월 24일부터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지난 7월 17일 이후 약 한 달 동안 제도가 시행되면서 현장의 불만이 많아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약국에서는 생물학적 제제 관리 강화 이후 인슐린을 구하기 어려웠다”며 “환자들 또한 약을 구하기 힘들다는 민원이 이어졌고, 유통사들은 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점과 규정 위반시 처벌이 강하다는 점 때문에 인슐린 배송을 포기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백신 대상 콜드체인 기준이 냉장 보관 의약품에도 일괄적으로 적용됐다”며 “이로 인한 인슐린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67%의 약국이 한 달에 10~30개의 인슐린 제제를 취급하고 있으며, 40개 이상을 취급하는 약국이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또한 약국의 56%는 지난 7월 17일 생물학적 제제 관리 기준 강화 이전에 도매상으로부터 2주치 이상의 선주문 요청을 받았다고 답했다.

민 이사는 “보통 한 달에 10~30개 정도의 인슐린을 취급하는 약국은 동네약국"이라며 "40개 이상을 취급하는 곳은 문전 약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슐린 주문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도매상으로부터 선주문을 한 약사들이 응답자의 73%였다”며 “대다수의 약국에서 인슐린 보관 및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부연했다.

그 이유로 “인슐린을 많이 들여놓는 것도 문제가 된다”며 “3~4개월치를 미리 들여놓을 수 있지 않냐 물을 수 있지만,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1년에 2~3번 정도 약을 바꾼다”고 말했다.

이에 “인슐린 제제는 반품도 어려워 약이 바뀌면 문제가 생긴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해서 인슐린을 대량으로 준비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중소 도매상의 인슐린 유통 포기도 심각했다.

민 이사는 “중소 도매상들이 콜드체인 강화로 인해 인슐린 배송을 포기했다”며 “이로 인해 동네약국들은 인슐린 수급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실제로 “주거래 유통사가 아닌 다른 도매상을 통해 인슐린을 주문한 경우가 50% 가까이 된다”며 “그 결과 배송 문제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현재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주 1~2회 인슐린 배송을 진행 중”이라며 “잘못하면 환자가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서 인슐린을 받아야 하는데, 당뇨 환자가 인슐린을 1~2일 이상 맞지 않으면 생명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식약처가 시행규칙 개정 등을 통해 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이사는 “설문에 응답한 약사 86%가 제도가 과도하다고 보고 있고, 환자와 유통업계의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며 “생물학적 제제 관리 기준을 강화해서 안전하게 의약품을 배송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기준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제도를 강화하더라도 유통사들이 배송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식약처가 시행규칙을 정리하면 제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계속 제도 적용을 유예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지혜를 발휘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