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배달에서 약 전달로, 미묘하게 달라진 단어에 '동상이몽'

복지부, 약 전달 허용 방침 언급...약사회 "의약품 특수성 내포"

2022-09-06     의약뉴스 이찬종 기자
▲  정부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한 약사법 개정 방침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사용한 약 전달이라는 단어를 두고 약사사회와 관련 업계의 해석이 엇갈렸다.

[의약뉴스] 정부가 공식적으로 비대면 진료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용한 단어의 정의를 두고 약사사회와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약 배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왔던 정부가 ‘약 전달'로 표현을 바꾼 것.

이를 두고 약사사회는 약사 중심의 의약품 전달 체계를 의미하는 것이라 해석한 반면, 플랫폼 업체들은 현 체제대로 법제화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 8월 26일, 규제혁신전략회의를 통해 오는 2023년 6월까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는 입법 과제로 의약품 판매처 확대를 위한 약사법 개정을 언급했다.

현재 약국 내에서만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약사법을 개정, 약국 외 장소에서 약 전달을 허용하고,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화상투약기를 활용한 의약품 판매의 실증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약사사회에서는 복지부가 약 배달이 아니라 약 전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약사사회에서 반발하는 배달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전달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이 부분에 있어서 정부가 약사사회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어떤 의미로 약 전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인지 알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 것인지 주목해 그에 맞춰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약 전달이라는 단어로 약사 혹은 약국 중심의 전달 체계가 구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약업계 관계자 A씨는 “정부가 약 전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서 약의 특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며 “약의 특수성을 알고 있다면 약국이나 약사를 중심으로 약이 전해지는 것을 구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약국과 약사가 중심이 된다면 약사사회가 우려하는 부분도 많이 사라질 수 있다”며 “법제화 과정에서 약사회를 중심으로 약사들의 의견을 많이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단순히 단어만 바뀐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도 나왔다.

약업계 관계자 B씨는 “약사와 약국 중심으로 의약품을 전달했던 오미크론 대유행 시기를 회상해보라”며 “그때도 약사들이 직접 환자에게 약을 가져다줄 수 있었지만, 결국 퀵서비스를 통한 사실상의 약 배달이 대다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점을 주목하면 약 전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기본적인 틀은 바뀌지 않을 수 있다”며 “아무리 메시지가 좋아도 현장 상황과 괴리감이 있다면 현장에 맞춰 정책이 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역시 변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료들을 읽어보면 현 체제에서 변화한 것이 없다”며 “약사법에서 모호했던 약 전달과 관련된 부분을 법 개정을 통해 정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약사법에서는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규제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며 “그로 인해 비대면 진료 이후 약 배송과 관련한 입법 공백 부분을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변한 것이 없다”며 “내년 6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언급도 올해 초부터 복지부가 말했던 내용들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는 아직 정부로부터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며 “일단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보려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