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밖 소아청소년 아토피 환자, 대책 절실

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 국회 토론회...아토피 정책 마련에도 혜택 못 받아

2022-09-05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 상병코드,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 산정특례, 신약 급여까지 다양한 아토피피부염 관련 정책이 마련됐음에도, 소아청소년 환자는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소아청소년 시기에 아토피피부염 치료를 위한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경우, 비용 효과성이 성인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와 함께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와 함께 5일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중증 아토피피부염 정책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대다수 소아기에 발병해 성인이 될 때까지 악화와 소실을 반복 및 지속되는 만성적 질환으로, 2000년대 전후로 급증했으며 환경오염, 모유수유감소, 소아 감염증 증가 등이 환자의 급격한 증가 원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중증 아토피피부염은 생활관리로 악화를 막을 수 없고, 꾸준한 염증억제 치료가 매우 중요한데, 다행히도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에 대한 상병코드와 산정특례가 인정되고, 지난 2020년 1월 생물학적제제가, 올해 경구용 2개 치료제가 성인에 대해 급여되면서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혜택은 성인 환자에게 한정됐다는 것. 지난해 11월 기준 중증 아토피피부염 코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연령별 환자수를 살펴보면 전에 6097명의 환자 중 20대가 2305명, 30대가 1198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0세부터 9세까지가 417명, 10대가 1023명인 것으로 파악돼 소아청소년 환자의 비중이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 유병 인구는 인구 감소로 줄고 있지만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오히려 증가 추세에 있다”며 “전체 환자 수는 2020년에 5~9세는 14만 7845명에서 14만 3569명, 10~14세는 9만 7177명에서 9만 5766명, 15~19세는 9만 5054명에서 9만 621명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중증 환자는 5~9세 243명에서 261명, 10~14세 804명에서 1001명, 15~19세 2518명에서 3277명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증 아토피 상병코드와 산정특례 이후 성인환자의 본인 부담률은 크게 줄어들었으나, 중증 소아 환자의 부담은 평균 본인부담률의 3.6배”라며 “중증 성인 환자가 1년 동안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면 약 200만원이 소요되지만,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가 1년 동안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면 약 2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 김혜원 교수.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중증도가 심할수록 학업에 대한 지장이 큰데, 중증도에 따른 12~17세 청소년의 결석일을 살펴보면 경증 환자의 1.9일에 대비해 12.7일로 약 6.7배 많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여기에 김 교수는 신약 급여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의 약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생물학적 제제 성인 보험등재 당시 정부가 예상한 건강보험 재정 소요액은 약 762억원으로, 이를 대비하기 위해 위험분담제(RSA) 환급형, 초기치료 환급형, 총액제한형 등 3중 장치로 제한했다”며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건강보험 청구금액을 살펴보면 322억원으로, 정부가 예상했던 건보재정 소요액의 절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 아토피 피부염 상병코드, 중증 아토피성 피부염 산정특례, 신약 급여에도 소아청소년 환자는 여전치 치료 사각지대에 있다”며 “소아청소년에서의 생물학적 제제 비용 효과성은 성인보다 우수한 것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와 토론을 맡은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도 중증 아토프피부염 치료에 있어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먼저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아토피피부염 증상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는 점을 짚었다.

안 교수는 “소아 환자의 70%는 수면부족을 호소하며, 수면부족은 신경 및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50% 이상 소아청소년 환자가 불행하거나 우울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20%의 소아 환자는 질병 때문에 결석을 하고, 소아청소년 환자의 86%는 급성기에 일상적인 활동에 제한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가려움, 진물, 각질 등 신체적 증상으로 인해 신체활동이 제약을 받게 되면서 수면 장애에까지 이르게 된다”며 “이는 대인 관계 및 학업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스트레스, 정서적 긴장을 유발하게 된다. 이 같은 아토피피부염의 악순환으로 인해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일상을 빼앗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으로 인한 정신질환을 경고했는데, 다중로지스틱회귀분석을 통한 아토피피부염과 정신질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토피피부염은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자폐, 행실 장애 등의 정신질환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소아청소년 환자는 양육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아토피피부염이 없는 자녀의 어머니는 스트레스, 우울, 자살충동이 크지 않지만, 아토피피부염 유병 자녀의 어머니가 스트레스, 우울,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이 크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안 교수는 환자를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해주면 되지만,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여전히 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기존 치료제로 효과를 보지 못한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위한 신약이 나와 있다.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지만,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약값이 비싸서 신약투여를 주저하고 있다”며 “비싼 약값에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면역조절제나 스테로이드를 과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 환자들이 신약 치료를 비용 부담 없이 받고 있는 건 보험급여 뿐만 아니라 중증 아토피 산정특례 덕분”이라며 “보통 신약이 급여되면 환자들이 약제를 처방받는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본인부담률이 외래 30~60%가 되는데, 생물학적제제는 주로 3차 병원에서 투여하니 환자부담률은 60%가 된다.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환자 본인부담률이 10%까지 낮아진다”고 전했다.

▲ 안지영 교수.

문제는 현재 중증 아토피 산정특례 등록 기준이 성인의 급여 기준과 똑같다는 것.

안 교수는 “현재 성인 아토피피부염 신약에 보험을 적용을 받으려면 3개월간 전신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주로 쓰이는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은 우리나라, 미국 등에서는 소아청소년에 승인되지 않았고, 또 다른 면역억제제인 메토트렉세이트는 아직 소아 아토피 치료에 사용하라고 승인한 국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관점에서 소아 산정특례 기준은 성인과 달라야 한다. 실제 유럽 피부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소아 환자는 아직 피부장벽이 완전히 발달되지 않고, 면역체계 등이 바로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고려, 소아 환자에게 전신면역억제제 사용을 제한적으로 권고하고 있다”며 “만약 성인과 같이 산정특례 조건이 정해진다면 소아 환자에게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제를 일부러 사용해야하거나, 신약급여는 되지만 산정특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안지영 교수는 “산정특례는 진료비 부담이 높고 장기간 치료가 요구되는 중증 질환에 대한 본인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제도”라며 “신약급여가 된 이후에 여전히 아토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크다면, 이것이 현 제도상의 상이한 기준 때문이라면 정부가 선제적으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아청소년 아토피 환자들의 고통은 개인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미래 사회구성원을 위해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할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며 “조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받으면 소아청소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일상과 삶까지 달라진다. 정부가 조속히 전향적으로 검토해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답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