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60%인 상병수당, ‘급여 수준 높여야 효과’
국회 입법조사처, ILO, 소득 45% 이상 보장 권고...사각지대 문제 발생 않도록 해야
[의약뉴스] 질병이나 부상을 당해 일할 수 없는 근로자에게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시행 중인 가운데, 제도 도입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 측정을 위해선 앞으로 급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 윤성원 입법조사관은 최근 ‘상병수당 시범사업 시행의 의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 부상 발생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이다. 지난 2019년 한국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에서 두 번째로 긴 반면 한국 근로자가 아파서 쉰 일수는 2일에 불과해 미국 4일, 프랑스 9.2일, 독일 11.7일 등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짧다.
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근로소득의 상실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는데, 실제 아픈 근로자의 35.8%가 소득이 감소했으며(평균 6.2개월), 그중 42.5%는 아프기 전 소득의 40% 미만으로 소득이 감소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상병수당을 보편적 건강보장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핵심적인 제도로 인식, 오래전부터 상병수당의 도입을 권고함에 따라, OECD 36개국 회원국 중, 한국, 미국, 스위스, 이스라엘을 제외한 32개국은 상병수당을 통해 질병이나 부상 발생 시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지난 7월 4일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3단계에 걸쳐 3년간 이뤄지는 시범사업 결과를 점검해 제도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지원 대상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영업자를 포함한 취업자와 지자체가 지정한 협력사업장의 근로자로, 지급금액은 일 4만 3960원으로 2022년 최저임금의 60% 선이다.
지급 절차는 신청자가 진단서를 발급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건보공단에서 자격 심사를 하여 급여를 지급하고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시범사업 모형은 입원 여부, 대기기간, 최대 보장 기간에 따라 3개로 구분했는데, 모형 1과 2는 입원은 필요하지 않으며 상병수당을 받기까지의 대기기간을 7일과 14일로 설정했다. 모형 1은 대기기간이 짧은 대신 최대 보장 기간이 90일로 짧고, 모형 2는 대기기간이 긴 대신 최대 보장 기간을 120일로 길게 뒀다.
모형 3은 입원하는 경우에만 상병수당 대상으로 인정되며, 입원 및 입원 관련 외래 진료일 수만큼만 수당이 지급되지만 대기기간은 3일로 가장 짧다.
여기에 윤 조사관은 국제노동기구는 정률 방식의 경우 근로능력 상실 이전 소득의 45% 이상을 보장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병수당을 도입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가(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영국, 아일랜드)와 근로 능력 상실 이전의 소득 수준에서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정률 방식으로 운영하는 국가가 있다.
그는 “정률방식의 경우 ILO의 최저기준협약이 근로 능력 상실 이전의 최소 45% 이상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기에 근로 능력 상실 이전소득의 50%, 55%, 60%, 66.7%(2/3), 70%를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일부 국가는 80%(스웨덴, 리투아니아), 90%(슬로베니아), 100%(룩셈부르크, 칠레)까지 보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용 대상에 따라 보장방식, 수준을 다르게 운용하는 국가들(벨기에, 핀란드, 체코)이 있다”며 “임금근로자는 정률 방식, 비임금근로자는 정액 방식으로 운용하는 식인데, 체코와 같이 저소득자는 90%, 고소득자는 30%로 소득 대비 보장 수준을 다르게 한 국가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국회 입법조사처 윤성원 입법조사관은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건보공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정식 도입 이후에도 사회보험 형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며 “건강보험 제도와 연동하거나 별도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모두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료는 근로자와 고용주가 절반씩 부담하는 것이 제도의 수용성을 높일 것”이라며 “ILO 역시 상병수당에서 근로자 기여액이 5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급 대상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모두 대상으로 하고, 특수고용직 등 비정형 근로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이 상병수당 지급에서도 이어지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