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늘리지 않는 정책 개선, 소모적 논쟁 불가피

김윤 교수, 간호사 적정수급 방안 토론회...간호계, 여러 간호인력 아우를 지도력 발휘해야

2022-08-24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김윤 교수.

[의약뉴스] 간호인력 배출을 늘리지 않는 상황에서 간호사 배치수준에 대한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건, 유휴간호사 등에 대한 소모적 논쟁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다른 간호인력을 위해서 간호계가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김윤 교수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간호사 적정수급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아 이 같이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 배치 수준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으로 병상당 간호사 수는 OECD 평균인 2.01명의 3분의 1 수준인 0.64명이다. 간호사의 배치수준이 낮으니, 이는 높은 노동강도로 이어지고, 높은 이직률로 인해 간호사들이 소진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를 해결하려면 간호사 배치수준을 높여야 하는데, 근로조건을 개선해서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지 않게 하는 정책과 인력을 늘려서 더 많은 인력을 병원이 채용하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간호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 유휴 인력이 충분하다면 근로조건 개선만으로 배치수준을 높일 수 있다. 유휴 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근로조건 개선과 함께 더 많은 간호사를 배출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취업이 가능한 유휴 간호사를 의료기관에 배치하면 간호사 배치수준을 높일 수 있을지 여부, 올리면 얼마나 올릴 수 있을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며 “간호사 배출을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 간호사 유츌률이 높아 배출을 늘려도 소용이 없는지를 파악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호사 유휴인력은 얼마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면허 간호사 43만 6565명 중 건강보험자격자료에서 파악된 39만 1493명(파악률 90%)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2020년 기준으로 간호사 활동률은 72.8%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55.3%, 비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17.5%로 나타났다. 비활동률이 2010년 32.3%에서 2022년에는 27.2%로 감소했다.

김 교수는 “이는 대한간호협회가 발표한 간호사 활동률은 2019년 51.9%와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는 간협의 자료는 신고자 위주로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신고를 하지 않은 간호사의 숫자가 누락돼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조건을 개선해서 면허가 있는데 일하지 않는 분들을 일하도록 근로조건을 개선하면, 2019년 기준으로 OECD 평균에 맞춰 늘어나는 간호사는 4만 6000명 정도 된다.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의료분야에서 비의료분야로 유출되는 간호인력은 얼마나 될까?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간호사 이동과 수급 개선방안 연구를 살펴보면 2018~2019년 간호사 인력은 신규 진입이 1만 7142명, 타 분야로 전직하거나 사직한 간호사는 2만 2504명, 의료분야로 전직하거나 복직한 간호사는 1만 8503명으로 나타났다.

이를 따지면 비의료분야로 유출된 간호인력은 연간 약 4000명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유출률이 높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의료분야에 전직 또는 복직하는 간호사는 환자를 돌보는 의료분야로 가는 게 아니다. 병동, 중환자실, 응급실 간호사 순증 간호사는 7885명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간호사가 다른 분야에서 일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의 비의료분야 유출률은 높지 않지만, 이직률이 높은 편”이라며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이 대단히 높고, 업무 숙련도, 강도, 환경 등 종합적인 이유인 것. 나쁜 근로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김 교수는 간호인력문제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는 근로조건을 개선해 유출을 막고 의료분야에서 일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호인력을 늘려야 하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인력 배출 증가 없는 간호인력 배치 수준을 개선하는 정책을 요구하는건, 팩트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간호사 근로조건 개선을 논의하는 정책의 장을 없애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정책 논의 방향이 유휴간호사가 있느냐, 없느냐는 소모적인 논쟁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인력의 근로조건이 좋아려지면 취업가능한 간호사의 수, 임금, 업무강도, 휴게시간, 직장문화 등 근로조건, 간호대학교육 및 병원실습의 질 등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임금 수준을 살펴보면 2019년 기준 의사는 2억 360만원, 간호사는 4600만원을 받고 있는데, 간호사의 임금은 OECD 평균 이하이고, 의사는 OECD 최고 수준이다. 공정한 체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 의과대학 김윤 교수는 간호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임금 ▲근로조건 개선 ▲간호인력 법적 배치 기준 실효화 유도 등을 제안했다.

그는 “간호관련 재정 투자가 임금 인상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공공정책수가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는데, 이 중 간호 부분 수가를 만들어서 지역취약거점에 일하는 간호사는 더 많은 보상을 받도록 해 지역/규모의 격차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 근무시간, 휴가일수, 휴게시간, 야간근무 등 근로조건을 공개하고, 공공병원은 의무로, 민간병원은 공개를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며 “최저등급 기준을 법적 기준에 근접하도록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하고, 미신고 등급 병원은 건보수가 차감 등을 통해 수를 줄여나가야 한다. 단계적으로 병원 유형 및 규모별 법적기준 준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무작정 간호사 배치를 늘리자는 게 아니다. 정부 정책이 수요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와 밀접히 연계해 간호사를 얼마나 늘리고, 근로조건을 개선해나갈 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간호는 간호사만 하는 게 아니라,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협업하고, 업무범위를 나누고, 경력개발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