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암검진에 대장내시경 도입시 의료사고 안전장치 마련해야"

이동필 변호사,..."검진 의사가 안심하고 진료할 제도적 장치 필요"

2022-08-20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이동필 변호사.

[의약뉴스] 국가 대장암 검진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1차로 시행하는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대장내시경으로 인한 천공 등 의료사고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대한장연구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가 대장암 검진사업, 대장내시경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대표변호사는 ‘대장내시경 국가암검진 도입시 법률적 고려 사항’이란 발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현재 국가대장암 검진에 대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1차로 시행하는 시범사업이 지난 2019년부터 파주, 고양, 일산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총 66개 대장내시경 검진기관, 121명의 대장내시경 인증의가 참여하고 있으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이동필 변호사는 국가 암검진에서 대장내시경 도입의 장점에 대해 ‘정확도가 매우 높고, 용종과 같은 암 전구단계 병변 진단, 치료가 가능하다’를 꼽았지만, 단점으로 ‘검사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숙련된 의사가 필요하며, 비용이 상대적으로 고가인데다 장 천공ㆍ출혈과 같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또 국가 암검진에서 대장내시경 도입시 걸림돌로, ▲분변 잠혈검사에 비해 비용ㆍ효과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는지 여부 ▲국가 암검진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천공, 출혈 등)에 대해 누가, 어떻게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을 책임질 것인지 여부 ▲시술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국가 암검진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한 손해배상 또는 손실보상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와 시술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가 의료인이 가장 우려하고 반대하는 이유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의료과실 추정의 법리 및 대장내시경 천공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소개했다.

모든 의료행위는 인체에 대한 침습이 본질적 요소로, 의료과실이 없더라도 합병증, 후유증(의료사고)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환자는 이러한 위험성을 무릅쓰고 질병의 치유를 위해 의료행위를 받고 있다

지난 2008년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시술 과정, 합병증의 발생 부위, 정도 및 당시의 의료수준과 담당의료진의 숙련도 등을 종합해 볼 때 그 증상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이 없는 한, 그 후유장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행위 과정에 과실이 있다고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5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은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는 게 아니다’라고 보고 있다.

여기에 이 변호사는 대장내시경은 상부 위장관 내시경과 달리 진단 내시경, 치료 내시경 모두 대장 천공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적절한 시술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천공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용종절제술의 경우 불가피하게 미세 천공 또는 지연성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면 대장내시경 시술 시 과도한 힘, 용종절제술시 과도한 고주파 적용 등의 부적절한 시술로 인해 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구별, 판단할 수 있을지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원이 대장내시경에 의한 천공 사례에 대한 판결들을 소개했다. 

먼저 진단적 대장내시경에서 발생한 대장 천공에 대해 과실을 인정한 사례로, 지난 2020년 8월 선고된 인청지방법원 부천지원 판례를 소개했는데, 해당 사건은 환자가 수면으로 위,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뒤, 복통을 호소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해 검사를 한 결과 구불결장에 2㎝ 크기의 결장 천공을 확인된 사건이다.

법원은 환자에게 다수의 복부수술력이 있었고, 이에 따른 심한 장 유착에 의해 장루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의료진에겐 과실을 묻지 않았다.

하지만 2020년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진단적 대장내시경에 발생한 대장 천공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당시 진료기록 감정의가 ‘대장내시경 선단부가 원고의 복강 내로 들어가 공장 장막을 손상시켰다고 진료기록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의료진의 부주의로 천공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단한 것이 과실추정의 간접 증거가 됐다는 것.

특히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용종절제술을 받은 후, 발생한 대장 천공에 대하 과실을 인정한 판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지난 2020년 7월 선고한 사건을 살펴보면, 대장내시경을 받던 환자에게서 용종이 발견돼, 의사가 이를 제거했는데 이후 천공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은 “용종절제술을 받은 다음날부터 하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이를 받기 전에는 대장 천공의 증상을 호소하거나 이에 관한 치료를 받았다는 자료가 없다”며 “용종절제술 전후로 환자에게 대장 천공이 발생할 만한 다른 구체적인 원인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법무법인 의성 이동필 변호사는 국가 암검진에 대장내시경을 도입할 경우 의료사고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천공 등 합병증(의료사고) 발생시 민사책임은 국가 보상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법리적 근거는 특정한 공적인 임무를 위탁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처리하는 권한이 부여된 행정주체인 자연인 또는 법인을 말하는 ‘공무수탁사인’으로, 건강검진ㆍ암검진의 주체는 국가(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이를 위탁받아 대장내시경 검사를 실시하는 의료인은 공무수탁사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장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 없이 천공 등 합병증이 발생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걸 원칙으로 하되 불가피한 손해에 대한 보상 여부에 대해선 별도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진의 과실로 천공 등 합병증이 발생한다면 공무수탁사인이 수탁 받은 업물를 수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전했다.

만일 공무수탁사인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손해배상을 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구상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천공 등 합병증(의료사고) 발생시 형사책임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며 “현재 법원 하급심 판결을 보면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진 사례들은 대부분 대장 천공에 대한 과실을 인정 뿐만 아니라, 그 이후 천공에 대한 진단, 조치가 지연돼 상태가 악화된 사례들로, 일부 하급신 판결 중에는 ‘대장 천공이 발생한 것 자체’를 업무상 과실로 보아 유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무수탁사인을 포함한 일반 공무원의 업무에는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관련된 일이 거의 없지만, 의료행위는 필연적으로 사람의 생명, 신체에 손상에 따른 부작용,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다”며 “이러한 위험이 현실화됐다고 의사에게 ‘결과책임’을 지우는 것은 대법원 법리에 맞지 않고 의료행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만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사처벌은 신중하고 엄격한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며 “형사처벌 면책 조항 신설도 검토해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 법체계상 많은 토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