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결과 이유로 의료인에 징벌적 처벌은 지양해야"
일산백병원 손문준 교수...의료배상책임보험 제도 도입 제언
[의약뉴스] 의료현장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악결과로 인해, 의료인을 민형사상 잠재적 가해자나 처벌의 대상으로 설정, 판단하는 법적 제도나 적용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의료사고와 분쟁이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는 국내 상황을 고려, 의료분쟁 조정제도와 같은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와 함께, 손해배상책임 의무 보험제도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산백병원 신경외과 손문준 교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창립1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새로운 10년을 향한 의료준쟁원의 과제: 의료행위 주체인 의료인의 관점에서’란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먼저 손 교수는 지난 10년간 분쟁해결을 위해 노력한 중재원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재원을 통한 의료분쟁 사례에 대한 정보가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돼 있고, 성과 및 결과 분석 자료가 인포그래픽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자문서로 공개됐고, 이는 홈페이지에서 접할 수 있다”며 “지난 10년간 축적된 의료분쟁 조정과 관련된 사례와 노하우가 중재원의 설립목적과 취지를 달성하고 보완과 개선을 통해 앞으로 발전을 위한 체계적이고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기존에 시행된 의료분쟁과 소송제도에서의 분쟁해결 결과의 문제점, 개선점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의료분쟁의 국내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중재원의 분쟁해결 노력이 소모적인 법정다툼으로 손실되는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가 보완될 방향을 공정하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분쟁해결의 성과가 정량적 수치의 변화를 기준으로 활동의 성과로 측정되면 분쟁해결의 공정성과 공평성이 침해될 위험이 높다”며 “성과의 정량적 수치의 결과는 그 자체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분석하고 발전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사고, 분쟁해결에 대한 수치 성과는 당시 현황이 제시되는 사실적 결과로만 받아들여야 하고, 미흡한 부분은 분석,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손 교수는 의료분쟁에 대한 제도적, 법적 접근법에 대한 개선, 즉 징별적 처벌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그는 “의료현장에선 누구도 예기치 못한 악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한 환자와 의료인 간의 의료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알려져 있다”며 “불가피하게 발생한 의료분쟁을 신속ㆍ공정,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행위의 특성, 구명성에도 불구하고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의사를 법적구속하는 등 사태가 우려할 단계에 이르렀다”며 “환자의 치료방법 선택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부정되고 환자의 상태 악화에 대해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징벌적 처벌과 같은 민-형사상의 제도로 이를 해결해선 안되고, 해결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제도 하에선 응급의료, 산부인과, 중증 의료분야에 대한 기피와 방어진료, 과잉진료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손 교수는 “의료행위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범위를 고려하지 않고, 의료행위와 결과만을 단순히 연결해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의료과오로 판단하거나 의료인을 민형사상 잠재적 가해자나 처벌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판단하는 법적 제도 마련이나 적용은 반드시 시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행위와 정보의 전문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 정보의 편파성 비대칭성에 대한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 의료행위로 발생한 피해자 구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마련은 필요하고, 의료과오에 대한 판단기준도 신중하고 합리적인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행위의 악결과를 단순하게 의료과오로 연결해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이익형량, 결과 회피 의무의 이행여부, 위험방지조치 등의 점을 검토해 판단하도록 판시하고 있다. 전문성과 의료현장의 폐쇄성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혹은 법적 절차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일산백병원 신경외과 손문준 교수는 “세계의사회에서도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형사처벌 등 징벌적 조치는 환자에게 유해한 법제도가 될 수 있다고 촉구한 바 있다”며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분쟁의 부담과 배상의 부담과 위험성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중요한 사회 문제로, 이를 현명하게 구제할 사회적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분쟁에 대한 접근 방법은 해외사례를 통해 벤치마킹해 우리나라 제도개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료분쟁에 관한 판단과 의료배상책임보험제도 도입”이라며 “전문직업 배상책임보험의 일종인 배상책임보험은 이미 변호사 등의 전문직업에서 가입이 법적 의무화돼 있다.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의료배상책임보험의 가입이 의무화돼 시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의료분쟁조정제도에 의한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와 함께 손해배상책임 의무 보험제도 도입추진과 같은 제도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며 “책임보험과 같은 사회적 책무를 통해 의료사고로 피해받은 화자에 충분히 보상돼야 하고, 의료분쟁으로 인한 소모적 소송으로 확대되는 사회현상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