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조정중재원 창립 10주년, 의료분쟁 조정 활성화 방안 모색

20일 기념 세미나 개최...합리적 조정 위한 감정제도 개선방안 제시

2022-07-21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의약뉴스] 지난 2012년 4월 설립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지난 10년간의 의료분쟁 조정제도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박은수)은 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의료분쟁 조정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개선 방안이 제시됐다.

▲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원장 박은수)는 20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창립 10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성중탁 교수는 ‘의료분쟁 조정활성화를 위한 제언’이란 발제를 통해 의료분쟁 조정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성 교수가 제시한 개선방안은 ▲자동개시제도 도입 확대 ▲감정서 관련 전문감정인의 확충과 절차 개선 ▲조정부 조정절차 ▲의료계와의 관계 개선 ▲중복보상 문제 및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개선 ▲손해배상금 대불제도 개선 ▲형사처벌특례제도 개선 ▲조정결과 대외 공개 제한 ▲조정 재신청시 절차 간소화 ▲조정위원과 담당 심사관의 역량강화 및 보상 강화 ▲소비자 분쟁조정 제도와의 합리적 역할분담 ▲호남지역 분원 설치 필요 등을 제안했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초기인 2015년까지 총 조정신청 건수는 5487건인데, 이중 조정개시된 거수는 2342건 밖에 되지 않아 조정개시율은 50%가 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피신청인의 조정참여의사를 확인하는 의료분쟁조정법 제27조 제8항이 지속적으로 비판받아왔고, 지난 2016년 5월 일부 사건에 대해 자동조정절차제도를 도입하게 됐다.

성 교수는 “피신청인 조정참여의사 확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타 법제들과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의료분쟁조정법의 피신청인 조정참여의사확인 규정을 폐지하거나 점진적으로 자동개시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며 “자동개시제도 전면적 도입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자동개시사건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자동개시 사건을 무조건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도 경청해야 한다면서 “참여의사를 거치고 개시된 사건이 조정에 더 열린 자세로 임해 조정 성립률이 높다는 의견이 있다”며 “환자 측에서 의료사고가 아닌 사건이나 억지에 가까운 사건도 무작정 조정을 신청하고 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참여의사 확인을 하지 않으면 폭주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정단은 의료사고에 대한 사실관계를 규명ㆍ확인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의료사고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업무는 의료전문가의 전문지식이 핵심적 역할을 하기에, 감정부 구성에 있어 의료전문가의 역할이 크다”며 “감정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인 중심으로 감정부 구성을 개편하는 한편, 부실한 감정서가 나오지 않도록 감정 기재 항목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성중탁 교수.

여기에 성 교수는 중재원과 의료계가 대화를 통해 관계 개선과 동시에 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의료계는 중재원의 조정제도가 의료분쟁을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를 바탕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의 의료과실을 강압적으로 증명해 불리하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려한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그래도 고무적인 현상은 2017년 50%도 미치지 못한 일반개시 사건 개시율이 2018년 50.1%, 2019년 55%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의료인들의 중재원의 조정제도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계의 많은 불만을 사고 있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와 ‘형사처벌특례제도’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에 대해선 “대불제도를 이용하는 사례가 소수이므로 제도 남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다만 대불제도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설정한 경우, 재원 고갈 및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재산권 침해 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불인정 범위는 조정절차에 분쟁이 마무리된 경우에 한해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이라는 이상이 조화롭게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분쟁조정절차에 의료인을 참여시키고 조정성립률을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민사절차뿐만 아니라 형사절차도 진행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게 성 교수의 설명이다.

성 교수는 “의료분쟁에 있어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고집하는 건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과 피해자의 의사존중이라는 회복적 사범이념에 맞지 않는다”며 “형사처벌특례제도의 확대는 의료인들이 안정적으로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분쟁으로 인한 문제점 중 하나인 진료기피 문제 및 방어진료 등 부작용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며 “현 의료분쟁조정법의 형사처벌특례에는 ‘피해자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장애ㆍ불치ㆍ난치의 질병이 발생한 경우’라고 규정,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형사처벌특례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의료인이 과실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상해ㆍ중상해의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되는 문제가 있어, 중상해의 경우도 일부 불가피한 경우에는 특례를 적용할 필요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적용범위를 직접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데, 타 직업군과의 형평 문제, 의료인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특례의 적용범위를 중상해ㆍ중과실 등으로 직접적으로 넓히는 방법은 부작용이 크기에 지양하되,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적용 내지 처벌의 임의적 감면 또는 필요적 감면, 특정 의료사고 유형에 대한 공소제기 제한 등의 방법이 있다”며 “독일의 경우, 가해자ㆍ피해자 조정제도에 임의적 감면 또는 필요적 감면을 도입하고 있는데, 판사가 피해자에 대한 피해의 원상회복 또는 조정의 결과를 고려해 형을 상당 부분 감경 또는 면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의성 김연희 대표변호사는 ‘합리적인 조정을 위한 감정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이란 발제를 통해 현 감정제도에서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법 개정을 통해 감정단을 50명 이상 100명 이내에서 100명 이상 300명 이내로 확대, 단장은 의학적 자문 등이 필요한 경우 관계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2019년 12월말 기준 감정위원은 265명이고, 그중 의료인 자문위원은 146명이다.

▲ 김연희 변호사.

감정위원의 자격요건 중 비영리민간단체 임원의 직에 2년 이상 있거나 있었던 사람을 비영리민간담체에서 추천한 사람 중 소비자권익과 관련된 분야에 5년 이상 종사한 사람으로 변경했다가 다시 3년으로 완화, 검사를 검사로 재직하고 있거나 4년 이상 재직했던 사람으로 자격요건을 완화해 다양한 진료과목의 의료인 감정위원의 참여여건을 확보, 감정부 회의 운영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했다.

김 변호사는 “감정위원 정수를 확대하고 자격요건을 완화하면 필연적으로 전문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의료분쟁에 관한 법률적 지식을 갖춘 확실한 담보되지 않은 감정위원을 새로 위촉하려면 선제적으로 교육을 받은 기회를 부여하고, 이에 대한 본인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준 높은 감정인 양성 및 질 관리를 위해 감정단에서 활동하는 위원의 경우 연간 일정시간 교육이수제를 시행해 연임 심사시 이를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이를 강제적으로 시행하게 되면 감정위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특히 중재원은 지난 2012년 4월 업무 개시 후, 의료계의 비협조로 조정ㆍ중재 사건의 진행이 쉽지 않자 촉탁감정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했지만, 이후 의료계가 입장을 선회, 중재원에 대한 국민 인식이 높아져 조정사건이 늘어나, 업무가 과중하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본래 목적인 의료분쟁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정ㆍ중재하고,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면 본래 기능과 다소 동떨어진 수탁감정을 줄이고, 접수된 조정ㆍ중재사건의 감정에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전문감정은 각 전문학회의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고, 의협 의료감정원은 자체감정이 아닌 전문학회에 의뢰하고 있으므로, 촉탁감정은 모두 의협 의료감정원으로 일원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규정상 중재원의 재원은 정부출연금과 중재원 운영에 따른 수입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나, 후자는 미비해 사실상 정부출연금으로 충당돼 보건복지부의 관리ㆍ감독을 받고 있다”며 “법상 조정위원과 감정위원의 신분이 보장돼있고, 직무수행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고 규정해도, 업무 수행이 정부의 방침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로, 조정률을 높이라는 복지부의 명시적ㆍ묵시적 지시가 있다면 이에 따라 감정서 내용도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조정 개시된 7757건 중 취하 또는 각하된 1084건을 제외한 나머지 6473건 중 3912건은 조정절차 중 당사자 간의 합의로 종결됐고, 직권 결정에 대해 조정이 성립된 사건은 742건, 중재로 종결된 사건은 6건으로 조정성공률은 62.2%이다.

이에 대해 김연희 변호사는 “이는 법원행정처 2020년 사범연감에서 발표된 법원 조정성공률의 2배에 가까운 수치”라며 “감정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제고돼 조정률이 높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반대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