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를 향한 못 다한 '꿈'
창원 텔레팜 켄버라 약국 조근식 약사
2006-04-04 의약뉴스
달리다 넘어지고 숨이 차 쉬어갈때 잠시 눈을 돌려 다른 이의 인생을 바라보며 거울로 삼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15년 동안 막연히 오케스트라를 동경해 홀로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운영한 경상남도 창원의 텔레팜 캔버라약국 조근식 약사.
조 약사는 경희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울산에서 경희대약대총동창회 총무를 맡았던 시절, 240명을 초청해 민박집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그는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어 오케스트라를 구상했다. 자신의 부족함은 창원대학교 음대에서 수학하면서 배워나갔다.
팀파니와 기타 타악기는 사비를 털어 구입하고 단원들을 모집했다. 연습실도 빌리면서 억척스럽게 시작해 ‘창원 윈드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한발짝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처럼 문화회관이 많아 공연단체로 등록하면 시에서 싸게 공연장을 빌릴 수 없던 시절이라 누구나 무모하다할 만한 도전이었다.
조 약사는 “초창기에는 상당히 어려웠습니다.‘문화진흥기금’이 있어 지원을 받아 겨우 운영했지만 지금처럼 활발한 공연문화가 없어 더 힘들었습니다”며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회상했다.
연주회를 가지면서 대관료와 야외무대 설치, 음향시스템 등 소요되는 비용과 외부 인사를 초청하면서 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했다. 한 회 공연에 필요한 비용은 평균 700만원. 좋은 곳에서 공연을 하려면 1,000여 만원이 들었다.
<사진2>일년에 4회 공연으로 3,000만원이 들어 약국을 운영하면서 다른 모든 지출을 줄였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운영은 빠듯하기만 했다고.
근처 동료 약사들에게 부탁할 수도 없었다. 문화활동에 소극적인 약사들의 시각과 바쁜 약국생활을 알기에 선뜻 도움을 청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던가? 이런 조약사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군부대 위문 공연을 갖고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공연을 열면서 스폰서도 구해 오케스트라가 자체 운영체제로 돌아설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활성화되자 조 약사는 조직운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하지만 주변에서 도움을 청하면 또 아껴가며 음지에서 도와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오케스트라지만 홀로 설 수 있기에 독립시키고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돈을 더 벌면 여의도 절반크기의 창원 중앙광장에서 세계 3대 소프라노 등을 초청해 세계적인 음악회를 열고 싶다.”
그 비용만 몇 십억에 달하니 어쩌면 끝내 이루지 못할 꿈일지도 모른다. 조 약사의 꿈에 냉소를 보내며 비웃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진심으로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걸.
조 약사의 작은 소망이 이뤄져 열정이 전하는 감동을 들을 수 있길 바라며 잠시나마 잊고 있던 우리 자신의 꿈을 꾸어보면 어떨까.
의약뉴스 박진섭 기자(muzel@newsm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