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심(偏頗心)
2006-03-19 의약뉴스
크기는 다르지만 다섯 손가락을 깨물어 안 아픈 곳이 어디 있느냐며 자식 사랑을 강조하지만 내가 아는 교육자 한 분은 고개를 저었다.
한 배로 태어난 자녀라 할지라도 오가는 정감이 똑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친자식이 그러할 진데 남의 자식인 제자들이 똑같은 애정으로 다가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냐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에 있었던 원양어선 ‘페스카마호’ 선상 반란을 두고 우리 국민들과 중국 교포들은 모두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성토하는 대상은 서로가 다르다.
한국인들은 도끼를 휘두른 중국 조선족에게 초점을 맞추지만 중국 동포들은 원인 제공자인 한국인들을 원망하고 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인가?
중국 작가 협회 길림성 분회 회원인 소설가 ‘김남현’씨는 1996년 12월2일자 동아일보에 중국 조선족의 심경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테러 집단이 아닌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을까. 오직 돈을 벌어 잘 살아보겠다는 단 한가지의 목적을 위해 적지 않은 돈을 써 가며 어렵게 원양어선에 오른 그들을 한국인들은 동포애로 감싸주기는커녕 인간으로도 취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욕과 매에 못 견뎌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되돌아오거나 심지어 불구가 돼 돌아오는 이들도 있으며 영영 고기밥이 된 사람도 있었다. 해서, 중국 조선족의 가슴 가슴마다 에는 바위 덩어리 만한 한이 서려 있다는 것이다.
고국의 동포들 보다 좀 못산다는 죄밖에 없는데 노예 취급을 하는 200만 중국 조선족 중엔 독립 유공자 후손들도 있다. 한중 수교에 보이지 않는 민간 외교 사절 역할을 하며 조국이 가까이 다가오길 꿈속에서도 기다렸으며 선진국의 대열을 향해 달리는 조국이 늘 자랑스러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중국 조선족의 눈에 비쳐지는 한국인들은 말이 동포요 이름이 동족일 뿐, 배를 내밀고 거드름만 피우는 허풍쟁이요, 돈을 뿌리며 여자만 찾는 퇴폐 행위자에 불과하다.
가난한 동포들을 울리는 사기꾼과 착취자들은 중국 조선족의 슬픈 가슴을 방망이질로 멍들일 뿐이다. 수모와 멸시를 참고 또 참아 왔던 분노가 폭발한 파편의 한 부분이 ‘페스카마’호의 참극이라며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한국인들이 각성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김남현’ 씨는 호소했다.
‘페스카마’호의 선상 반란 한 사건을 두고서도 서로의 주장이 다르듯 편파심 없이 공정한 저울질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