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특사경’ 급부상, 의협은 "권한 남용" 반대

이재명ㆍ약사회ㆍ국민청원 등 다시 수면 위로...의협 "자율규제가 효과적"

2021-12-07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을 처벌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는 주장이 재차 나오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 언급과 대한약사회 선거 과정에서 주장이 주목받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이 다시 논의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월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후보의 장모가 사무장병원 개설ㆍ운영한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자 이재명 후보는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무장병원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 등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으며, 최근 원내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다시 한 번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건보공단에 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에 의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가 되지 못하고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어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건보공단 특사경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법안을 다시 발의하면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다뤄졌다. 하지만 비공무원인 공단의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로 의사단체와 경찰청 등이 반대하면서 약 15개월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윤석열 후보의 장모 사건으로 사무장병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건보공단에서도 ‘특사경 권한’을 부여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달라고 하는데 그 법도 지금 몇 년째 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사무장병원 사기 집단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국회에서 입법을 촉구했다.

또한 현재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대한약사회(회장 김대업)에서도 면허대여약국 근절을 위해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에 힘을 싣고 있다.

약사회는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지금이라도 면허대여약국 및 사무장병원 근절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표명하고, 미비한 법률의 개정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며 “특히 면허대여약국 근절 및 불법 이익금 환수에 전문성을 갖춘 건보공단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공단 특사경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건보공단의 특사경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여기에 특사경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글이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와 주목을 끌고 있다.

청원인은 지난달 26일 ‘건보재정 갉아먹는 사무장병원 잡는 특사경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라’는 청원글을 통해 “사무장병원이 근절되지 못하는 사이 그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고 국민의 건강권도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건보공단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접수 받은 수사 주체인 경찰은 인력이 제한돼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하우를 축적한 공단에서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영리추구에만 몰두하는 사무장병원은 그 특성상 의료 인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 과밀병상으로 운영하는 등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각종 위법 행위를 일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사무장병원은 심각한 보험재정 누수를 일으키는데 건보공단이 올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 규모가 무려 3조 5000억 원에 달한다”며 “특사경 제도가 신속하게 도입되면 공단의 수사 인력을 통해 사무장병원에 대한 조사기간이 대폭 짧아지고 연간 2000억 원 이상의 건보 재정 누수 방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런 특사경의 순기능은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대부업 위반 범죄 127건을 적발ㆍ검거한 경기도 특사경의 활약을 통해서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재명 후보, 약사회, 국민청원에서 건보공단 특사경 부여에 지원사격 덕분에 특사경법안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재심의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에서는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법안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건보공단 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으로 묵과할 수 없다”며 “건보공단의 강압적이고 불법적인 방문확인 등으로 인해 심지어 의료기관 원장이 자살했던 사안이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건보공단의 특사경 권한 부여는 어불성설임을 누차 경고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사무장병원이 아직도 횡행하고 있는 것은 건보공단에 조사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편법으로 불법 의료기관의 개설을 시도하는 신고나 허가 신청에 대해 그 불법성 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개설허가를 해온 허술한 법체계와 정부에 그 잘못이 있다”며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을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건보공단이 직접 나서 의료기관 및 의사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는 초법적인 시도를 하고 있음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의협은 “건보공단 특사경에게 강제수사권이 부여될 경우 의료기관에 대한 사실상 방문확인 등 임의절차도 심리적 압박으로 강제절차화 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고, 헌법상의 영장주의에 어긋나는 결과와 함께 통제되지 않는 권력의 비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사무장병원을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는 것이 같은 지역의 의사들인만큼 의료계 스스로 이를 적발해 전문가평가제 등의 자율적인 규제를 통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라남도의사회(회장 최운창)도 ‘특별사법경찰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남도의사회는 “사무장 병원이 의료시장의 건전성 및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는 동의하며 철저하게 조사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사무장병원이 양성된 것은 의료기관 개설 당시 불법 개설여부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일자리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의료생협 등 비정상적인 유형의 불법개설 의료기관이 생기도록 허술한 법과 제도를 마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회는 “건보공단은 수가계약의 당사자로 현재도 건보공단의 조사권은 보건복지부 실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이를 통합하거나 철폐해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특사경 권한을 주려는 것은 사무장병원 뿐만이 아니라 전 의료기관으로 이를 확대해 의료계를 압박하고 의도가 의심된다”며 “의료기관과 대등한 지위에서 수가계약을 해야 할 당사자인 건보공단이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상시 감시,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심의의 중단을 요구한 전남도의사회는 “만약 정부가 우리의 경고에도 무시하고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할 경우 의료보험 당연지정제 거부와 공단 해체 등 강력한 투쟁을 추진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