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집을 갈 때는 – 초대장은 필수

2021-09-27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
▲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찢어진 그물로는 먹이사냥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인 없는 집인줄 알았는데 아뿔싸, 녀석이 달려드는 기세에 놀라 뒤로 자빠질뻔 했다. 먹이를 노리는 거미의 빠름은 구멍을 통과하는 바람과도 같았다.

보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기저기 뜯기고 찢겨졌죠.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이 시급하다 싶었습니다.

이런 상태로 먹이 사냥은 어려우니까요.

주인은 집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안심하고 꾹 한 번 눌러 보았죠.

나름 인장강도를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어디선가 손살처럼 녀석이 나타났죠.

걸려 들었다, 싶었던 것이지요.

벌레가 아니었다는 것을 안 것은 한 참 후였습니다.

녀석은 그래도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있었죠.

침략자가 있는데 집을 비울수는 없었습니다.

노려보는 자세가 섬뜩하더군요.

간섭하지 말라는 경고의 말로 들렸죠.

괜한 짓을 했다 싶었습니다.

남의 집에 갈 때는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초대장은 필수죠.

보기에 허름하다 싶어도 말입니다.

내가 아닌 거미의 기준에서 맞춰야죠.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