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부 작성ㆍ보존 의무는 ‘의료인’ 영역, 의료기사 해당 안돼

의협, 김상희 의원 개정안에 반대 의견...현 의료법 체계 맞지 않아

2021-06-18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의료기사에게도 기록부 작성ㆍ보전 의무를 부여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협이 기록부 작성ㆍ보전은 ‘의료인’이 해야할 일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의료기사에게도 기록부 작성ㆍ보전 의무를 부여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자, 의협이 기록부 작성ㆍ보전은 ‘의료인’이 해야할 일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이필수)는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발의한 ‘의료기사의 기록부 작성ㆍ보존 등에 관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의료기사는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관한 기록을 갖추고 환자에 대한 진료 및 검사의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도록 했다.

또한, 추가 기재ㆍ수정된 경우 그 원본을 모두 포함한 기록부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존하고 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ㆍ수정할 수 없도록 조항을 신설했다.

특히 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보존하지 않은 경우,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 기재ㆍ수정한 경우 자격정지, 징역, 벌금 등에 처하도록 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의협은 산하 단체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산하단체들은 반대 의견을 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기사는 의사나 치과의사의 감독과 관리 하에 업무를 수행하며 환자에 대한 진료, 검사 내용 등을 기록하고 보존한다는 것은 의사의 의료행위를 의료기사가 한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의료기사의 행위는 의사의 지시에 의해 행해지므로 그 내용은 의사의 진료기록에 기록되며, 의화학적 검사도 역시 의사의 의무기록에 이미 기록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굳이 중복해 기록할 필요가 없고, 의료기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개정안이라 실효성에 의심된다면서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인천시의사회는 “의료기사는 검사에 대한 기록을 할 수는 있으나 진료에 대한 기록은 의사만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기록에 대한 보존의 의무는 해당 요양기관 개설자에게 있기 때문에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대한내과의사회도 “의료기사가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 등의 행위들을 의사의 지시에 따라서 해야 하기에 의료기사가 독립적으로 기록을 보존할 권한이 없다”며 “의료기사 단독의 행위는 있을 수 없다”면서 반대의견을 내놨다.

대한병리학회 역시 “의료기사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하므로 검사의 최종 결과 기록 및 작성 또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서명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검사결과 기록을 할 수 있으나 전자문서 등을 통해 확정하는 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시행해야 하고, 병리진단은 환자의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최종 진단으로 중요성이 더욱 더 크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회신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의료기사는 진료를 행할 수 없으며 의사의 감독 하에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자”라며 “감독 하에 치료행위에 참여한 기록을 남기는 데는 찬성하지만 개정안 내용에는 의료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요소가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의료기사는 진찰을 하고 처방을 내는 진료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진료’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고, ‘처치’로 변경이 돼야 한다”고 의견을 냈고, 대한재활의학회도 “법안의 취지에는 찬성하나 ‘진료’라 함은 사전적 의미가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일로 정의돼 있어 의료기사의 업무를 규정하는데 부적합하다. 개정안 내에서 ‘진료’라는 단어를 ‘업무’라는 단어로 교체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같은 의견을 종합해 의협은 개정안에 대해 “의료법과 연계되는 사항으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며 반대의견을 제출했다.

진료기록부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22조 제1항은 ‘의료인은 각각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 그 밖의 진료에 관한 기록을 갖춰두고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의료행위에 관한 사항과 의견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진료기록부 등의 기재사항에 대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14조 제1항은 진료기록부, 조산기록부, 간호기록부에 기재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진료기록부 등의 보존을 규정한 제15조 제1항에 의료인 및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기록부등을 보존하도록 하고, 이때 검사내용 및 검사소견기록, 방사선 사진 및 그 소견서 등도 함께 보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의협은 “의료법을 살펴보면 의료기관 내에서 이뤄지는 진료행위는 진료기록부에 작성하고 간호 기록에 관한 사항은 간호기록부, 검사 결과 등의 경우에는 검사내용 및 소견 기록 등 관련 행위에 대한 기록지로 의료인이 직접 기록 및 서명하고 의료기관에서 보존하도록 의료법에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의료기사의 행위는 의사의 지시하에 제한된 의료행위를 실시하는 것으로 의료행위와 구분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의사가 진료기록부 등으로 의료기사에게 지시한 사항을 현재도 기록 및 보존하여 관리하고 있음으로 별도 신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전했다.

의료기사의 기록을 별도로 보존하고자 하더라도 사실상 진료에 관한 문서들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기관장의 책임 하에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의료기사가 보존한다는 것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또한 의협은 “진료기록부등의 비치, 기록, 보존 의무는 ‘의료인’의 의무인데 의료기사는 의료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의료기사에게 진료기록부등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의사의 지도감독을 벗어나서 의료기사가 독자적인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고, 이는 의료법의 전체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개정안은 의료법과 별도로 의료기사법으로 기록부를 신설하고 보존을 명시하고 있으나 환자가 기록부를 열람 요청시 이에 관한 규정이 미비해 기록 및 보존만 할 뿐 정작 환자는 그 기록을 열람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는 “현행 의료법으로 의료행위는 진료기록부에 기재해 의사가 직접 서명, 보존하고 환자의 요청으로 진료기록부 등을 열람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사의 행위를 의료기사가 직접 기록부에 기록하고 보존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의료법 체계에 맞지 않고 개정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의협은 “환자의 기록 열람을 허용하지 않는 기록부의 작성과 보존을 신설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 강력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